무너진 자리와 생활의 두려움

아직 망하지 않았다.

by 정혜영

무너진 자리와 생활의 두려움



(상담자의 기록)


그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사람들이 다 떠나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
일자리를 얻어도 3~4일 지나면 잘리고…
그러면 너무 슬프고,

몸은 아파오고,
‘내가 뭘 먹고살아야 할지 걱정이에요!’ 걱정만 늘어나요."
이제 50대 중반인데, 앞으로 뭘 먹고살아야 할지…

하루하루 불안해요.”


나는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단순히 ‘일이 끊겼다’는 문제가 아니었다.
삶을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조차 불안정할 때,
사람은 자신이 “망가졌다” 혹은 “망했다”는 감각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나는 왜 이렇게밖에 못 살았을까’라는 자책이 아니라
어떻게 생활을 지켜낼 수 있을까라는 구체적인 대책이에요.


우리 사회에는 위기 상황에 놓인 분들을 위한
긴급복지지원 제도와 기초생활보장 제도가 있습니다.
일정한 소득과 재산 기준을 충족하면
의료, 주거,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어요.
가까운 주민센터에서
긴급복지지원’ 혹은 ‘기초생활수급’ 상담을 요청해 보세요.”



나는 덧붙였다.

“삶은 단순히 ‘무너진다–끝난다’로 끝나지 않습니다.
국가가 주는 안전망을 붙잡는 것도
‘살아야 한다’는 용기 중 하나입니다.
당신은 아직 망하지 않았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그 한 걸음이
이미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는 첫걸음이에요.”


그는 고개를 숙였지만,
조금은 가벼워진 숨결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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