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기록
오늘 상담실 문을 연 것은 마흔두 살 최민지 씨였습니다.
그녀는 초췌한 얼굴로 들어와 가방에서 통장을 꺼냈습니다.
"상담 부탁드립니다.
통장 잔액은 삼만 원이었습니다.
"마흔두 살인데 가진 게 이게 전부예요."
민지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십 년 전만 해도 저는 평범했어요. 직장도 다니고 저축도 했고요."
"그때 예금이 오천만 원 있었어요. 결혼 자금으로 모은 돈이었죠."
"지금은 삼만 원밖에 없어요."
민지 씨는 손을 떨었습니다.
"사이비 종교 때문입니다."
"십 년을 거기 바쳤어요. 돈도, 시간도, 인생도요."
"이제야 깨어났는데 남은 게 아무것도 없어요."
민지 씨는 휴대폰에서 오래된 사진을 꺼냈습니다.
"십 년 전 일입니다. 서른둘이었어요."
"대학 친구가 연락했어요. 오랜만에 밥 먹자고요."
"반가웠어요. 몇 년 만에 보는 친구였거든요."
민지 씨는 사진을 바라보았습니다.
"밥 먹고 나서 친구가 말했어요."
"'좋은 곳이 있는데 같이 안 갈래? 무료 강연회야.'"
"무슨 강연이냐고 물었더니 인생 강연이래요."
"별생각 없이 따라갔어요."
민지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그게 시작이었어요."
"강당에 사람들이 가득했어요. 백 명은 넘었을 거예요."
"강사가 나와서 말했어요."
"'여러분은 특별한 사람들입니다. 이 자리에 온 것은 신의 섭리입니다.'"
민지 씨는 손수건을 꺼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말만 했어요."
"'당신은 소중합니다', '당신에게는 사명이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구원할 겁니다.'"
"기분이 좋았어요. 누군가 저를 인정해 주는 것 같았거든요."
민지 씨는 눈물을 닦았습니다.
"그 후로 계속 다녔어요. 일주일에 세 번씩요."
"강연을 들었어요. 책을 읽었어요. 기도 모임에 참석했어요."
"사람들이 친절했어요. 저를 환영했어요."
"'민지 자매님', '우리 가족' 이런 말을 했어요."
민지 씨는 주먹을 쥐었습니다.
"외로웠어요. 그때 저는요."
"삼십 대 초반인데 연애도 안 되고 친구도 별로 없었어요."
"회사에서도 인정받지 못했고요."
"그런데 거기서는 저를 특별하다고 했어요."
"소속감이 생겼어요. 저도 어딘가에 속한다는 느낌이요."
민지 씨는 헌금 봉투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석 달쯤 다녔을 때 헌금을 요구했어요."
"'신의 뜻을 이루려면 헌금이 필요합니다.'"
"'재물을 바치는 것은 신앙의 증거입니다.'"
민지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처음에는 십만 원 냈어요."
"'십만 원으로 아프리카 어린이 열 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라고 했어요."
"좋은 일 하는 것 같았어요."
"다음 달에는 이십만 원을 냈어요."
"'더 많이 헌금할수록 축복받습니다'라고 했거든요."
민지 씨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육 개월쯤 지나니까 한 달에 백만 원씩 냈어요."
"월급이 이백오십만 원이었는데 백만 원을 헌금한 거예요."
"나머지 백오십만 원으로 생활했어요."
"집은 월세였고 밥은 라면으로 때웠어요."
"하지만 행복했어요. 신의 뜻을 이루고 있다고 믿었으니까요."
민지 씨는 서류를 꺼냈습니다. 은행 이체 내역이었습니다.
"이 년쯤 지났을 때 특별 헌금을 요구했어요."
"'신전을 짓는다', '해외 선교를 간다' 이런 명목이었어요."
"일천만 원을 내래요."
민지 씨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한테는 없는 돈이었어요."
"하지만 교주가 말했어요."
"'헌금하지 않으면 저주받는다', '가족이 병든다', '지옥에 간다'고요."
"무서웠어요. 정말 무서웠어요."
민지 씨는 손을 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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