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았다
상담실 기록
오늘 상담실 문을 연 것은 마흔아홉 살 이정민 씨였습니다.
그녀는 지친 얼굴로 들어와 낡은 가방에서 임대차 계약서를 꺼냈습니다.
"상담 부탁드립니다. 저는... 십오 년을 일군 가게에서 쫓겨났습니다."
"십오 년 전에 가로수길에 카페를 열었어요."
"그때 가로수길은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았어요."
정민 씨는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한적한 동네였어요. 주택가였고요."
"사람들이 별로 안 다녔습니다. 상권도 없었어요."
"건물주가 세입자 구하기 힘들어했어요."
정민 씨는 계약서를 가리켰습니다.
"보증금 이천만 원에 월세 백오십만 원이었어요."
"십오 평짜리 작은 가게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가 좋았어요. 조용하고 나무도 많고요."
"작은 카페를 열었습니다. 핸드드립 커피를 하는 곳이었어요."
정민 씨는 옛날 사진들을 보여줬습니다.
"처음 일 년은 힘들었어요."
"손님이 거의 없었거든요. 하루에 다섯 명 오면 많이 온 거였어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어요."
정민 씨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정성껏 커피를 내렸어요. 인테리어도 예쁘게 꾸몄고요."
"SNS가 막 시작될 때였어요. 싸이월드요."
"손님들이 제 카페 사진을 올려줬어요."
"'가로수길 숨은 카페', '예쁜 카페 찾았어요' 이런 글들이요."
정민 씨의 목소리가 밝아졌습니다.
"이 년째부터 손님이 늘기 시작했어요."
"주말에는 줄을 섰어요. 삼십 분씩 기다리기도 했고요."
"인스타그램이 생기면서 더 유명해졌어요."
"연예인들도 왔어요. 배우, 가수들이요."
"그분들이 인스타에 올리면 다음 날 바로 손님이 몰렸어요."
정민 씨는 자랑스러운 표정이었습니다.
"오 년쯤 됐을 때는 가로수길에서 제일 유명한 카페 중 하나였어요."
"잡지에도 나오고 TV에도 나왔습니다."
정민 씨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러면서 가로수길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제 카페처럼 예쁜 가게들이 생겼어요."
"옷가게, 액세서리 가게, 레스토랑, 베이커리..."
"한적하던 동네가 핫플레이스가 됐어요."
정민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주말에는 사람들로 가득했어요."
"가로수길 걷는 게 힘들 정도였어요."
"제 카페도 항상 만석이었습니다."
"대기 시간이 한 시간씩 됐어요."
정민 씨는 계산기를 보여줬습니다.
"한 달 매출이 사천만 원이었어요."
"재료비, 인건비, 월세 빼고 나면 순이익이 일 이천만 원 정도 나왔습니다."
"십 년 동안 열심히 벌었어요."
"돈도 좀 모았고요.
정민 씨는 다른 계약서를 꺠냈습니다.
"오 년 전이었어요."
"재계약 시기가 됐습니다."
"건물주가 월세를 올려달라고 했어요."
정민 씨는 계약서를 가리켰습니다.
"백오십만 원에서 사백만 원으로요."
"이백오십만 원이나 오른 거예요."
"건물주가 말했어요."
"'가로수길이 유명해졌잖아요. 월세를 올려야죠.'"
정민 씨는 주먹을 쥐었습니다.
"억울했어요."
"가로수길을 유명하게 만든 건 저 같은 사람들이에요."
"처음에 아무도 안 올 때 가게 내서 고생한 사람들이요."
"그런데 유명해지니까 건물주만 이득 보는 거예요."
정민 씨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십 년 동안 일군 가게를 놔둘 수 없었거든요."
"단골도 많았고 직원도 있었어요."
"샤백만 원으로 계약했습니다."
"순이익이 팔백만 원으로 줄었지만 그래도 괜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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