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았다
상담실 기록
오늘 상담실 문을 연 것은 스물아홉 살 이수진 씨였습니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보여줬습니다.
"상담 부탁드립니다. 저는... 모든 사람을 잃었어요."
수진 씨는 차단 목록을 펼쳤습니다.
"서른다섯 명이에요. 제가 차단당한 사람들이요."
"친구들, 남자친구, 선배, 후배... 다요."
수진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삼 년 전만 해도 친구가 많았어요."
"대학 동기들이랑 매주 만났고요."
"남자친구도 있었어요. 이 년 사귀었습니다."
"회사 동료들이랑도 잘 지냈어요."
수진 씨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없어요."
"전화할 사람이 없어요."
"명절에도 혼자예요."
"다 제가 페미니스트라서 그래요."
수진 씨는 대학교 학생증을 꺼냈습니다.
"대학교 이 학년 때였어요."
"MT 갔다가 성추행당했어요."
"선배가 술 취한 척하고 제 가슴을 만졌어요."
수진 씨는 학생증을 내려놓았습니다.
"신고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친구들이 말렸어요."
"'그냥 넘어가. 너만 피곤해져. 선배잖아.'"
수진 씨는 주먹을 쥐었습니다.
"화가 났어요."
"왜 제가 넘어가야 해요."
"왜 피해자가 참아야 해요."
"그때부터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수진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책도 읽고 온라인 커뮤니티도 가입했어요."
"메갈, 워마드요."
"거기서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했어요."
수진 씨는 휴대폰 캡처 화면을 보여줬습니다.
"커뮤니티에서 활동했어요."
"하루에 몇 시간씩요."
"글도 쓰고 댓글도 달고요."
수진 씨는 화면을 스크롤했습니다.
"거기 사람들은 저를 이해했어요."
"'맞아 남자들은 다 똑같아', '우리가 싸워야 해', '미러링해야 정신 차려.'"
"공감이 됐어요. 위로받는 기분이었어요."
수진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점점 빠져들었어요."
"모든 뉴스를 성차별로 해석했어요."
"남자들이 하는 모든 말이 혐오로 들렸어요."
"'한남충', '남자는 잠재적 가해자', '6 B4 T'..."
"그런 표현들을 쓰기 시작했어요."
수진 씨는 이별 문자를 보여줬습니다.
"이 년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착한 사람이었어요. 저한테 잘해줬고요."
수진 씨는 문자를 읽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달라졌어요."
"남자친구가 하는 말 하나하나가 성차별로 들렸어요."
"'오늘 예쁘네' → '외모만 보는 거야?'"
"'요리 잘하네' → '여자는 요리 잘해야 한다는 거지?'"
"'힘든 일은 내가 할게' → '여자는 약하다는 건가?'"
수진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남자친구가 지쳤어요."
"'수진아 너 요즘 너무 예민해. 무슨 말을 해도 화내잖아.'"
"'페미니즘 하는 건 좋은데 너무 극단적이야.'"
수진 씨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는 화를 냈어요."
"'극단적이라고? 넌 성차별이 뭔지 몰라. 남자니까.'"
"'너도 결국 한남충이야. 여자를 이해 못 해.'"
"남자친구가 말했어요."
"'우리 헤어지자. 너랑 있으면 너무 불편해.'"
수진 씨는 단톡방 캡처를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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