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행복이 나의 불행

아직 끝나지 않았다

by 정혜영

아직 끝나지 않았다

친구의 행복이 나의 불행


상담실 기록


오늘 상담실 문을 연 것은 서른다섯 살 박지은 씨였습니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인스타그램 화면을 보여줬습니다.

"상담 부탁드립니다. 저는... 친구를 질투하고 있어요."

지은 씨는 친구의 인스타그램을 스크롤했습니다.

"이 친구예요. 대학 동기예요."

"일 년 전에 결혼했어요."

화면에는 행복한 신혼부부 사진들이 가득했습니다.

"매일 봐요. 이 친구 인스타를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확인해요."

"점심시간에도 보고, 퇴근하고도 봐요."

지은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볼 때마다 우울해져요."

"하지만 안 볼 수가 없어요."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해요."

지은 씨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이 친구가 얼마나 행복한지 확인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얼마나 불행한지 확인하고 싶어요."



지은 씨는 대학교 졸업사진을 꺼냈습니다.

"이 친구 이름은 수연이예요."

"대학교 입학 때부터 친했어요."

사진 속에는 두 명의 여학생이 웃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똑같았어요."

"같은 과 같은 학번이었고요."

"학점도 비슷했고 스펙도 비슷했어요."

지은 씨는 사진을 바라보았습니다.

"졸업하고 둘 다 중소기업에 취직했어요."

"연봉도 비슷했고요."

"이십 대 중반에는 연애도 비슷하게 했어요."

"둘 다 남자친구 있었고 둘 다 헤어지고요."

지은 씨는 사진을 내려놓았습니다.

"서른 살까지는 비슷했어요."

"하지만 그 후로 달라졌어요."



지은 씨는 청첩장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일 년 반 전에 청첩장이 왔어요."

"수연이가 결혼한다고요."

지은 씨는 청첩장을 확대했습니다.

"신랑 사진을 봤어요."

"잘생겼어요. 키도 크고요."

"대기업 다닌대요. 연봉 칠천만 원이래요."

지은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결혼식에 갔어요."

"수연이는 정말 예뻤어요."

"행복해 보였고요."

"신랑도 수연이를 사랑하는 게 보였어요."

지은 씨는 눈물을 닦았습니다.

"축하한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진심이 아니었어요."

"속으로는 질투했어요."

"'왜 수연이만 결혼해. 나는 왜 아직도 혼자야.'"



지은 씨는 친구의 인스타그램을 다시 펼쳤습니다.

"결혼 후부터 더 자주 올려요. 사진을요."

지은 씨는 게시물들을 보여줬습니다.

"신혼여행 몰디브."

"새 아파트 입주. 강남 삼십 평대래요."

"명품 가방. 남편이 생일 선물로 샀대요."

"제주도 주말여행."

"미슐랭 레스토랑 데이트."

지은 씨는 화면을 스크롤하며 계속 말했습니다.

"고양이 분양받음."

"발리 여행."

"명품 시계. 결혼기념일 선물이래요."

지은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매일 행복해 보여요."

"남편이랑 다정하게 찍은 사진들."

"'우리 신랑 최고', '오늘도 행복해' 이런 글들."

지은 씨는 주먹을 쥐었습니다.

"볼 때마다 화가 나요."

"왜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 거예요."

"과시하는 것 같아요."



지은 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보여줬습니다.

"제 인스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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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 문예 등단 작가. "멈추지 않고 무너진 문장을 다시쓰는 네오 크리에이터(Neo-Creator) 리라이프작가(Re-Life)정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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