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구하는 이혼

아직 끝나지 않았다

by 정혜영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내를 구하는 이혼


상담실 기록


오늘 상담실 문을 연 것은 예순두 살 김성호 씨였습니다.

그는 정장을 단정하게 입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깊은 피로가 보였습니다.

"저는... 아내와 이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내 명의예요. 빚이 오천만 원입니다."

"카드 대금이랑 카드론이요."

성호 씨는 고지서를 펼쳤습니다.

"저희 아들이 쓴 겁니다."

"서른다섯 살인데 아직도 취업을 못 했어요."

성호 씨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아내가 아들한테 카드를 줬어요."

"저 몰래요."

"아들이 그 카드로 유흥비로 썼더라고요."

"그리고 카드론까지 받았어요."

성호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이제는 연체까지 됐습니다."

"아내가 신용불량자가 될 것 같아요."




성호 씨는 결혼사진을 꺼냈습니다.

"삼십오 년 전 사진이에요."

사진 속에는 젊은 신랑신부가 웃고 있었습니다.

"아내를 사랑합니다. 지금도요."

"삼십오 년 동안 잘 살았어요."

성호 씨는 사진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내는 좋은 사람이에요."

"자상하고 따뜻하고요."

"저를 잘 내조해 줬어요."

"아이도 아들 하나 낳았고요."

성호 씨는 사진을 내려놓았습니다.

"하지만 아들 문제만은 달라요."

"아내가 아들한테 너무 약해요."

"아들이 뭘 해도 감싸요."



성호 씨는 아들 사진을 꺼냈습니다.

"이름은 민수예요. 서른다섯입니다."

"대학은 졸업했어요. 지방 사립대요."

성호 씨는 사진을 바라보았습니다.

"졸업하고 취업 준비했어요."

"오 년 동안요."

"하지만 계속 떨어졌어요."

"20여 군데 넘게 지원했는데 다 안 됐대요."

성호 씨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러다가 포기했어요."

"'아빠 나는 취업이 안 맞아. 사업할래.'"

"제과점 하겠다고 했어요."

"사천만 원 달라고 했고요."

성호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줬어요. 아내가 졸라서요."

"'우리 아들 꿈인데 도와줘야지' 이러더라고요."

"하지만 육 개월 만에 망했어요."

"돈만 날렸어요."



성호 씨는 통장 내역을 보여줬습니다.

"그 후로 계속 돈을 요구했어요."

"'옷 가게 하고 싶다' - 삼천만 원."

"'주식 투자하겠다' - 이천만 원."

"'친구랑 사업하겠다' - 오천만 원."

성호 씨는 통장을 넘겼습니다.

"다 망했어요."

"십 년 동안 총 이억 오천만 원을 줬어요."

"하나도 성공한 게 없어요."

성호 씨는 주먹을 쥐었습니다.

"아내는 계속 아들 편을 들었어요."

"'한 번만 더 기회를 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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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 문예 등단 작가. "멈추지 않고 무너진 문장을 다시쓰는 네오 크리에이터(Neo-Creator) 리라이프작가(Re-Life)정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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