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의 고독

아직 끝나지 않았다

by 정혜영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점심시간의 고독



상담실 기록


오늘 상담실 문을 연 것은 마흔다섯 살 이지혜 씨였습니다.

그녀는 정장을 단정하게 입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깊은 피로가 보였습니다.

"상담 부탁드립니다. 저는... 회사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어요."

"매일 점심을 혼자 먹어요."

"회사 옥상에서요."

지혜 씨는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이 년 전까지는 팀원들이랑 같이 먹었어요."

"식당 가서 떠들면서 먹고 커피도 마시고요."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저랑 먹지 않아요."

지혜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팀원들이 우르르 나가요."

"저한테는 묻지도 않아요."

"'지혜 씨도 같이 갈래요?' 이런 말 없어요."

"그냥 제 자리 앞을 지나가면서 쳐다보지도 않아요."

지혜 씨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처음에는 따라가려고 했어요."

"'저도 갈게요' 하면서요."

"하지만 분위기가 싸해지더라고요."

"아무도 대답 안 하고 그냥 걸어가요."

"그래서 포기했어요."



지혜 씨는 사원증을 보여줬습니다.

"이 회사 십오 년 다녔어요."

"신입사원 때부터요."

지혜 씨는 사원증을 바라보았습니다.

"열심히 일했어요."

"야근도 많이 했고 주말 출근도 했어요."

"대리 달고 과장 달고 차장까지 올라왔어요."

"팀원들이랑도 잘 지냈어요."

지혜 씨는 사원증을 내려놓았습니다.

"하지만 이 년 전에 모든 게 바뀌었어요."

"제 실수 하나 때문에요."



지혜 씨는 프로젝트 보고서를 꺼냈습니다.

"이 년 전에 큰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신제품 론칭 프로젝트요."

"제가 팀장이었어요."

지혜 씨는 보고서를 펼쳤습니다.

"육 개월 동안 준비했어요."

"팀원 열 명이 매달렸어요."

"야근하고 주말 출근하면서요."

"다들 힘들어했지만 열심히 했어요."

지혜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실수했어요."

"납품 업체를 잘못 선정한 거예요."

"그 업체가 기한을 못 맞췄어요."

"결국 제품 론칭이 석 달 늦어졌어요."

지혜 씨는 주먹을 쥐었습니다.

"회사가 손해를 봤어요."

"이억 원 정도요."

"저는 문책당했어요."

"팀장직 박탈되고 평직원으로 강등됐어요."



지혜 씨는 눈물을 닦았습니다.

"그 후로 팀원들이 달라졌어요."

"저를 피하기 시작했어요."

지혜 씨는 손을 떨었습니다.

"처음에는 조용했어요."

"'지혜 씨 괜찮아요? 힘내요' 이렇게 위로해 줬어요."

"하지만 한 달쯤 지나니까 달라졌어요."

지혜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점심 먹자고 안 불러요."

"회식할 때도 저만 빼고 가요."

"업무 얘기할 때도 저를 제외해요."

"'지혜 씨는 빠지세요. 우리끼리 하겠습니다' 이래요."

지혜 씨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처음에는 이해했어요."

"제가 실수했으니까요."

"팀원들이 화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 년이 지났어요."

"아직도 저를 왕따 시켜요."



지혜 씨는 휴대폰을 꺼냈습니다.

"팀 단톡방이 두 개예요."

"공식 업무 단톡방이랑 비공식 친목 단톡방이요."

지혜 씨는 화면을 보여줬습니다.

"업무 단톡방에는 저도 있어요."

"하지만 친목 단톡방에는 없어요."

"거기서 점심 약속도 잡고 회식 얘기도 해요."

"저는 못 봐요."

지혜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한 번은 김대리가 실수로 업무 단톡방에 글을 올렸어요."

"'오늘 저녁 회식 어디서 할까요?'"

"순간 조용해졌어요."

"그러다가 김대리가 '죄송합니다. 잘못 올렸습니다' 하면서 지웠어요."

지혜 씨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다들 저 빼고 회식하는 거예요."

"저만 모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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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 문예 등단 작가. "멈추지 않고 무너진 문장을 다시쓰는 네오 크리에이터(Neo-Creator) 리라이프작가(Re-Life)정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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