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한 상처들

아직 끝나지 않았다

by 정혜영

말하지 못한 상처들



상담실 기록



오늘 상담실 문을 연 것은 마흔다섯 살 박미숙 씨와 열일곱 살 딸 박서연 양이었습니다.

엄마는 딸의 손을 꼭 잡고 들어왔고, 딸은 고개를 숙인 채 들어왔습니다.

"상담 부탁드립니다. 저희 딸이... 학교에서 폭행당했어요."

미숙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일 년 넘게요. 저는 몰랐어요."

서연이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긴 앞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미숙 씨는 가방에서 진단서를 꺼냈습니다.

"갈비뼈 금이 갔어요."

"얼굴에 멍도 있고요."

"팔에도 상처가 있어요."

미숙 씨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가 몰랐어요. 일 년 넘게요."

"이 아이가 말을 안 했어요."

서연이는 더 작아졌습니다.



미숙 씨는 손수건을 꺼냈습니다.

"저희는 한부모 가정이에요."

"서연이 아빠가 오 년 전에 떠났어요."

"저 혼자 서연이랑 아들 둘 키워요."

미숙 씨는 눈물을 닦았습니다.

"제가 식당에서 일해요."

"주방 보조요."

"아침 여섯 시부터 밤 열 시까지 일해요."

"한 달에 이백만 원 받아요."

미숙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애들 챙겨줄 시간이 없었어요."

"밥도 제대로 못 차려줬고요."

"서연이가 학교 갔다 오면 저는 이미 나가 있었어요."

"돌아오면 애들은 자고 있었고요."

미숙 씨는 서연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이 아이가 힘들어도 말 못 했을 거예요."

"엄마 바쁜 거 아니까요."


미숙 씨가 서연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서연아, 언제부터였어."

서연이는 한참 동안 침묵했습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고일 일 학기요... 입학하고 한 달쯤..."

나는 서연이에게 물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서연이는 고개를 더 숙였습니다.

"처음에는...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 들렸어요."

"'쟤 옷 맨날 똑같아', '엄마가 식당 일한대', '한부모래'..."

서연이는 손을 떨었습니다.

"단톡방에서 욕했어요."

"'거지', '냄새나', '같이 다니기 창피해'..."

"처음에는 무시했어요."

"하지만 점점 심해졌어요."

서연이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급식실에서 아무도 같이 안 앉아줬어요."

"체육시간에 팀 안 뽑아줬어요."

"복도에서 지나가면 피했어요."


미숙 씨가 물었습니다.

"서연아... 언제 처음 맞았어."

서연이는 한참 동안 울었습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고일 이 학기요..."

"화장실에서요..."

서연이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애들 셋이 저를 화장실로 끌고 갔어요."

"반장이랑... 부반장이랑... 그 친구들이요..."

"문 잠그고... 때렸어요..."

서연이는 몸을 떨었습니다.

"머리채 잡고 벽에 박았어요."

"배를 주먹으로 쳤어요."

"얼굴도 때렸어요."

미숙 씨는 딸을 안았습니다. 함께 울었습니다.

서연이는 계속 말했습니다.

"'너 같은 거지가 우리 학교 다니지 마', '냄새나서 옆에 못 있겠어'..."

"그렇게 말하면서 때렸어요."

"이십 분 동안요..."

서연이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끝나고 나서 말했어요."

"'말하면 죽여버린다', '엄마한테 말하면 더 세게 때린다'고요."


미숙 씨는 통장 내역을 보여줬습니다.

"서연이 통장이에요."

"용돈 주려고 만든 거예요."

"한 달에 십만 원씩 넣어줬어요."

미숙 씨는 내역을 가리켰습니다.

"근데 계속 출금이 돼 있어요."

"한 달에 오십만 원, 육십만 원..."

"어떻게 쓴 거냐고 물었더니 학용품 샀다고 하더라고요."

미숙 씨는 서연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애들한테 뺏긴 거지?"

서연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불러서... 돈 내라고 했어요..."

"안 주면... 때렸어요..."

"통장에서 뽑아서... 줬어요..."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정혜영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신춘 문예 등단 작가. "멈추지 않고 무너진 문장을 다시쓰는 네오 크리에이터(Neo-Creator) 리라이프작가(Re-Life)정혜영입니다."

105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0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63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8화점심시간의 고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