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화요일

by 정혜영

제6화: 화요일


선미는 청파역 무료진료소에 있었다. 화요일 오후 진료.

"다음 분."

미경이 불렀다. 문이 열렸다.

여자가 들어왔다. 사십 대 후반쯤. 얼굴이 붓고 누렇게 떠 있었다. 손이 떨렸다.

"앉으세요."

여자가 앉았다. 술 냄새가 났다.

선미는 차트를 봤다. 한지민. 사십팔 세. 첫 방문.

"어디가 불편하세요?"

"배가요. 여기가."

지민이 오른쪽 옆구리를 가리켰다.

"언제부터요?"

"한 달쯤."

"술은 드세요?"

지민이 잠시 멈췄다.

"네."

"얼마 나요?"

"많이요."

선미는 지민의 눈을 봤다. 흰자위가 노랬다. 황달이었다.

"병원 가보셨어요?"

"돈이 없어서요."

선미는 청진기를 들었다. 배를 눌러봤다. 간이 부어 있었다.

"알코올성 간염 같은데. 큰 병원 가셔야 해요."

"..."

"술은 끊으셔야 하고요."

지민이 웃었다. 쓴웃음이었다.

"끊을 수 있으면 진작 끊었죠."

선미는 처방전을 썼다.

"일은 하세요?"

"아니요."

"가족은?"

"없어요."

선미는 처방전을 건네며 지민을 봤다. 얼굴이 익숙했다.

진료가 끝나고 미경이 물었다.

"원장님, 아까 그 환자분..."

"응?"

"한정숙 님 닮지 않았어요?"

선미는 멈칫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딸 아닐까요? 예전에 뉴스에서..."

선미는 차트를 다시 봤다. 한지민.

한정숙. 국민 배우. 이 년 전 작고.  


같은 날 아침.

민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

"여보세요?"

"민호 씨? 삼오기업 인사팀입니다."

민호는 숨을 멈췄다.

"네."

"지원서 확인했습니다. 서류 통과하셨어요."

"... 네?"

"목요일 오전 열 시에 면접 가능하세요?"

"네, 가능합니다."

"그럼 본사로 오시면 됩니다. 주소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전화가 끊겼다.

민호는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 한참.

오랜만이었다. 면접 기회.  


민호는 회사 건물 앞에 있었다.

휴대폰을 꺼냈다. 면접 확인 문자를 다시 읽었다.

'삼오기업 면접 안내. 목요일 오전 10시. 본사 3층.'

시계를 봤다. 아홉 시 반.

건물을 올려다봤다. 오래된 건물이었다. 입구에 계단이 있었다.

민호는 휠체어를 밀어 입구로 갔다. 엘리베이터를 찾았다. 없었다.

한참을 서 있었다.

휴대폰을 꺼냈다. 인사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오전 열 시 면접 잡힌 박민호인데요."

"네, 민호 씨."

"저기... 건물에 계단만 있어서요. 제가 휠체어를..."

"아, 잠깐만요."

대기 음악이 흘렀다. 한참 후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민호 씨? 죄송합니다. 저희가 확인을 못 했네요."

"..."

"1층에서 면접 봐드릴게요. 지금 내려갈게요."

잠시 후 직원이 내려왔다. 빈 회의실로 안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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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 문예 등단 작가. "멈추지 않고 무너진 문장을 다시쓰는 네오 크리에이터(Neo-Creator) 리라이프작가(Re-Life)정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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