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화요일 -2차 변론

사다리

by 정혜영


제8화: 화요일 - 2차 변론


오전 8시


지우는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다.


넥타이를 맸다. 풀었다. 다시 맸다.


손이 떨렸다.


책상 위에 서류 가방이 놓여 있었다. 안에 최종 변론문이 들어 있었다.


지우는 그것을 봤다. 한참.


휴대폰을 들었다. 선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집."


"재판 몇 시야?"


"열 시."


침묵.


"선미야."


"응."


"나 못 할 것 같아."


"..."


"정말로."


선미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


"모르겠어. 근데 못 하겠어."


"지우야."


"응."


"네가 결정해. 네 인생이니까."


"... 응."


전화가 끊겼다.


지우는 거울을 봤다. 검은 정장. 변호사.


이게 나인가?


지우는 넥타이를 풀었다. 정장을 벗었다.


다시 입었다.


서류 가방을 들었다.


집을 나섰다.




오전 9시


지우는 차 안에 있었다.


핸들을 잡고 있었다. 시동을 걸지 못했다.


휴대폰을 봤다. 대표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오늘 깔끔하게 마무리. 준혁 씨 기대 크심.'


지우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시동을 걸었다. 법원으로 향했다.


신호에 걸렸다. 옆 차선에 배달 오토바이가 섰다.


헬멧을 쓴 청년. 피곤한 얼굴.


신호가 바뀌었다. 오토바이가 급하게 출발했다.


지우는 그 뒷모습을 봤다.


민준이가 생각났다. 신호위반. 파산.


다시 출발했다.




오전 9시 30분


법원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상가 주인들. 피켓을 들고.


'삼십 년 터전을 지켜주세요' '우리도 살 권리가 있습니다'


지우는 차를 세웠다. 내리지 못했다.


그들을 봤다.


할머니가 보였다. 지팡이를 짚고 서 있었다.


옆에 다른 주인들. 모두 육십 대 이상. 모두 지쳐 있었다.


지우는 차 안에 앉아 있었다.


시계를 봤다. 9시 45분.


준혁이 도착했다. 고급 세단에서 내렸다.


상가 주인들을 스쳐 지나갔다. 눈길도 주지 않았다.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지우는 차 안에서 그 모습을 봤다.


10시까지 15분 남았다.


지우는 차 문을 열었다. 내렸다.


걸었다. 법원 입구로.


상가 주인들을 지나쳤다.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할머니가 고개를 숙였다.


지우도 고개를 숙였다.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오전 9시 50분


지우는 복도를 걷고 있었다.


법정으로 가는 길.


발걸음이 무거웠다.


준혁이 앞에 서 있었다.


"변호사님."


"오셨어요."


"오늘 끝나는 거죠?"


"..."


지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변호사님?"


준혁이 지우를 봤다.


"왜 그러세요? 안색이 안 좋은데."


"준혁 씨."


"네?"


"죄송합니다."


"네?"


지우는 서류 가방을 내려놓았다.


"저 이 소송 못 하겠습니다."


준혁의 표정이 굳었다.


"... 뭐라고 하셨죠?"


"변호 못 하겠습니다."


"지금 무슨 말을..."


"죄송합니다."


준혁이 한 걸음 다가왔다.


"변호사님.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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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 문예 등단 작가. "멈추지 않고 무너진 문장을 다시쓰는 네오 크리에이터(Neo-Creator) 리라이프작가(Re-Life)정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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