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방식
"이번엔... 어려웠어요."
유품정리사 김 대표가 말했다. 쪽방촌 이야기를 나눈 지 며칠 만이었다.
"어려웠다니요?"
"마음이요. 정리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30대 중반 여성. 원룸에서 혼자 살았다. 발견된 건 일주일 후.
"집주인이 월세 독촉하러 갔다가 발견했어요."
문을 두드렸지만 응답이 없었다. 열쇠로 문을 열었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여성.
"자살이었어요. 수면제."
유서는 없었다.
김 대표는 그날 오후 현장에 도착했다.
"방은 깔끔했어요. 정돈되어 있었어요."
원룸. 작지만 나름 관리된 공간. 침대, 책상, 작은 옷장.
화장대가 있었다. 화장품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거울도 깨끗했다.
"여성으로 사셨던 거예요."
옷장을 열었다. 여성복들이 걸려있었다. 원피스, 블라우스, 치마.
"근데 이상한 게 있었어요."
옷장 맨 안쪽. 깊숙한 곳에 박스가 하나 있었다.
열어보니 남성복이 들어있었다. 정장, 와이셔츠, 넥타이. 다 오래된 것들.
"그때 알았죠."
책상 서랍을 열었다. 서류들이 있었다.
법원 서류. 성별정정 허가 결정문. 3년 전.
"법적으로 여성이 되신 거였어요. 3년 전에."
개명 허가 서류도 있었다. 이름을 바꾸셨다. 남성 이름에서 여성 이름으로.
"새 이름이 이수양이었어요."
주민등록증도 있었다. 성별란에 '여'. 사진도 여성으로.
하지만 그 옆에 오래된 주민등록증도 있었다. 성별 '남'. 다른 이름. 다른 사진.
"보관하고 계셨던 거예요. 옛날 신분증을."
왜 버리지 않으셨을까.
병원 진료 기록이 있었다. 정신건강의학과, 내분비내과.
"호르몬 치료받으셨어요. 5년간."
처방전을 봤다. 여성호르몬제. 꾸준히 드셨던 것 같았다.
수술 기록도 있었다. 일부 수술은 완료하셨다.
"돈이 많이 들었을 거예요. 수술비."
통장을 찾았다. 잔액 거의 없었다.
입출금 내역. 월세, 병원비, 약값. 그리고 알바 급여.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 하셨어요. 한 달에 150만 원 정도."
월세 70만 원, 병원비, 약값, 생활비. 빠듯했다.
"정규직은 못 구하셨나 봐요."
이력서가 있었다. 여러 장. 회사마다 넣으셨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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