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경계에 선 사람

사라지는 방식

by 정혜영

사라지는 방식

12 - 경계에 선 사람


"이번엔... 오래됐어요."

유품정리사 김 대표가 말했다. 트랜스젠더 이야기를 나눈 지 며칠 만이었다.

"오래됐다니요?"

"발견이요. 6개월 만에."

6개월. 180일.

"백골이었어요."

김 대표가 조용히 말했다.

"LH 임대아파트였어요. 40대 후반 여성. 북한이탈주민이셨고요."

관리비가 6개월 넘게 안 나왔다. 전기도 끊겼다. 그제야 관리사무소에서 확인했다.

"경찰이랑 같이 문을 열었는데...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신 상태였어요."

김 대표는 그날 오후 현장에 도착했다.

"아파트는 낡았지만 깨끗한 편이었어요. 임대아파트라 다들 조용히 사시고."

10층짜리 건물. 7층. 작은 투룸.

"문을 열었을 때... 냄새는 안 났어요. 너무 오래되어서."

거실. 소파 옆에서 발견됐다. 백골 상태.

"TV 리모컨이 손 옆에 있었어요. 아마 TV 보시다가..."

갑자기 쓰러지신 것 같았다. 뇌출혈 추정.

"방 안이 정돈되어 있었어요. 깔끔했어요."

침대, 옷장, 작은 식탁. 혼자 살기엔 충분한 공간.

하지만 뭔가 텅 빈 느낌이었다.

"짐이 별로 없었어요."

옷장을 열었다. 옷이 몇 벌 안 됐다. 작업복, 낡은 점퍼, 청바지.

"공장에서 일하셨나 봐요. 작업복이 있었어요."

서류를 찾았다. 북한이탈주민 등록증. 2010년 입국.

"15년 전에 오셨던 거예요. 남한에."

하나원 수료증도 있었다. 정착 교육받으신 것.

통장을 찾았다. 정착금 통장. 이미 비어있었다.

"처음엔 정착금 받으셨을 거예요. 근데 다 쓰신 거죠."

입출금 내역을 봤다. 최근 몇 년간은 알바 급여만 들어왔다. 식당, 공장, 청소.

"자주 바뀌셨어요. 직장이. 한 곳에서 오래 못 계셨나 봐요."

월세는 없었다. LH 임대아파트라 관리비만 냈다.

마지막 입금이 2년 전이었다. 그 뒤로는 수입이 없었다.

"2년 전부터 일을 못 하셨나 봐요. 몸이 안 좋으셨거나."

냉장고를 열었다. 텅 비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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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 문예 등단 작가. "멈추지 않고 무너진 문장을 다시쓰는 네오 크리에이터(Neo-Creator) 리라이프작가(Re-Life)정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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