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
월요일 오전 - 법률구조공단
지우의 책상 위에 서류가 쌓여 있었다.
박민호. 고용차별. 그 옆에. 임금체불. 그 옆에 또 다른 이름들.
창밖으로 가을 햇살이 들어왔다. 테헤란로가 아니었다. 신림동이었다. 낡은 건물. 좁은 창.
지우는 펜을 들었다. 민호의 서류에 밑줄을 그었다. 증거. 증언. 정황. 모두 약했다.
김 변호사가 지나가다 멈춰 섰다.
"민호 씨 사건, 어때요?"
"어렵습니다."
"이길 수 있을까요?"
지우는 고개를 들어 김 변호사를 봤다.
"모르겠어요. 근데 해야죠."
김 변호사가 미소 지었다. 그리고 다른 파일을 하나 건넸다.
"이것도 봐주세요."
파일을 열었다. 청소 노동자. 오십삼 세. 밀린 임금.
이 돈이 누군가의 전부일 것이었다.
지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파일을 받았다.
오전 10시 - 병원
선미는 병원 복도를 걸었다.
지민의 병실 앞에 섰다. 문을 열었다.
지민이 창밖을 보고 있었다. 일주일 전보다 얼굴이 덜 부어 보였다.
"지민 씨."
지민이 돌아봤다.
"선생님."
"어때요?"
"조금 나은 것 같아요."
선미는 차트를 확인했다. 간 수치가 조금 좋아졌다. 조금.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의사 선생님이 뭐래요?"
"계속 입원해야 한대요."
"..."
"선생님."
"네."
지민이 선미를 봤다. 눈빛이 흔들렸다.
"왜 이렇게까지 해주세요?"
선미는 창밖을 봤다. 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잎이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모르겠어요."
"전 선생님한테 아무것도 아닌데."
"아니에요."
"뭔데요?"
선미는 지민의 손을 잡았다.
"사람이에요."
지민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저 같은 사람도요?"
"당연하죠."
두 사람은 한참 말없이 앉아 있었다.
정오 - 민호의 고시원
민호는 방 안에 앉아 있었다.
휴대폰 화면을 보고 있었다. 채용 공고. 스크롤을 내렸다. 또 내렸다.
'장애인 우대'
민호는 그 글자를 봤다. 우대. 진짜 우대할까.
지원 버튼을 눌렀다. 화면이 바뀌었다.
'지원이 완료되었습니다.'
549번째.
민호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창밖을 봤다. 하늘이 맑았다.
노크 소리가 났다.
"민호 씨?"
관리인 목소리가 아니었다.
문을 열었다. 낯선 남자 두 명. 정장을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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