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가 게임으로 말아주는 외국어 공부
누구나 한 번쯤은 새해 목표로 '외국어 배우기'를 선택한 적이 있을 것이다. 올해의 나 역시 그렇다. 3월 파리 여행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프랑스어를 공부하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강의를 듣자니 수강료도 부담되고, 숙제도 부담되고, 시간 투자하는 것도 부담이 되어 선뜻 실행에 옮기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그 모든 것에 대한 부담 없이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듀오링고'다. 듀오링고 앱을 깔아서 시작하면, 듀오라고 불리는 부엉이를 따라서 돈 낼 필요도 없고, 숙제도 없이 그저 게임으로 외국어를 공부할 수 있다. 그리고 푸시 알림을 통해 부엉이가 계속 공부하라고 재촉하는데, 이걸 또 무시할 수가 없다. 그럼 다시 공부하게 되는 것이다. 100% 순수한 프랑스어 노베이스로 약 3주 간 체험해 본 결과 놀랍게도 조금씩 알아듣고, 읽기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듀오링고는 게이미피케이션(게임처럼 사용자에게 재미와 보상을 제공하는 마케팅 기법)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주로 꼽힌다. 그렇지만 듀오링고라는 전설의 시작에는 틱톡이 있었다. 일하는 듀오링고 직원을 거대한 듀오 인형이 감시하는 듯한 6초짜리 짧은 영상이 입소문을 타 조회수가 말 그대로 떡상하게 되었다. 이후 인터넷의 온갖 밈을 이용해 재미있지만 진정성 있는 영상들을 만들어낸다. 이로 인해 영상 별 조회수도 100만 이상을 기록하고 듀오링고 계정의 팔로워 수가 급증하게 되었다. 이 바이럴 효과에 힘입어 앱스토어 교육 앱 순위도 1위를 계속 차지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가장 따분하고 지루할 수 있는 교육이라는 분야에서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새로운 세대의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듀오링고를 보면서, 충주시 유튜브가 떠올랐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곳 중 하나가 분명할 지방자치단체의 유튜브 채널은 김선태 주무관이 관리를 맡게 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다. 이 채널은 인터넷의 온갖 밈을 이용해 충주시의 소식을 전하는데, 영상 길이도 짧아서 부담이 없고 밈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가 봐도 재미있어 사람들에게 통한 것이다. 그렇게 충주시는 대한민국 지자체 유튜브에 한 획을 그었다.
무료로 사용할 때, 듀오링고는 5개의 하트를 제공한다. 학습을 하면서 틀릴 때마다 하트는 소진된다. 일정 시간이 지나거나 광고를 보면 하트를 획득할 수 있다. 슈퍼듀오링고라고 불리는 유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 하트는 무한대가 되며,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의 새해 결심이 가장 강력해지는 1월에 이 유료구독제를 할인한다. 이 유료구독 서비스가 견고한 수익모델이 되어 지난 1년 간 주가는 154.84% 상승했다. AI가 본격화되는 2024년에는 또 어떤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듀오링고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개인적으로 듀오링고의 창업자 루이스 폰 안을 존경한다. 기술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듀오링고를 만들기 전 그는 이미 대단한 업적이 있었다. 사이트에 로그인하거나 가입할 때, 비틀려있거나 가운데 줄이 그어진 숫자와 문자를 보고 입력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는 '캡챠(CAPTCHA)'라고 불리는데 이를 발명한 사람이 바로 폰 안이다. 캡챠는 이전의 어떤 스팸 방지 프로그램보다 효과적이었고, 캡챠를 도입한 사이트의 스팸은 10% 미만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캡챠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리캡차는 변조 문자대신 오래된 책이나 신문 스캔본의 일부를 입력하게 한다. 스팸 방지를 효과적으로 하면서 동시에 고서적과 신문의 디지털화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구글에 매각한 리캡챠는 현재 하루에 4000만 개 이상의 단어를 디지털화하고 있다고 한다. 캡챠 다음이 듀오링고라니. 그의 다음은 무엇일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