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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도비 Nov 30. 2023

중요한 것은 꺾였는데도 계속하는 마음

워렌 버핏의 동업자 찰리 멍거 별세

워렌 버핏과 찰리 멍거 이미지 출처: 머니투데이

워렌 버핏의 단짝이자 과외선생으로도 불리는 버크셔 헤서웨이 부회장 찰리 멍거가 향년 99세의 나이로 2023년 11월 28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버핏은 모두가 알 정도로 유명하지만 상대적으로 멍거에 대해서는 많이 모르는 것 같아 그의 인생과 투자 철학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인생: 중요한 것은 꺾였는데도 계속하는 마음


찰리 멍거는 일생동안 여러 차례 고난을 겪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이겨내며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을 넘어 '중요한 것은 꺾였는데도 계속하는 마음'을 몸소 실천했다.


그는 버핏과 같은 동네에서 1924년 1월 1일에 태어났다. 아버지는 변호사, 할아버지는 연방판사였으니 소위 금수저 법조인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볼 수 있다. 멍거는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과 기상장교, 하버드 로스쿨을 거쳐 24살에 변호사가 된다. 직업이 안정되니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의 인생에 시련이라는 것은 없어 보였다. 사실 탄탄대로에 더 가까웠다.


그런 멍거에게 첫 번째 시련이 찾아온다. 그의 결혼 생활이 29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예상치 못한 이혼으로 끝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재산이 아내에게 갔고, 그는 혼자 자녀들을 부양하면서 재정적 어려움을 근로소득으로 극복한다. 그러나 얼마 후 어린 아들 테디가 백혈병 진단을 받게 되고, 떠나보낼 때까지 모든 비용을 대며 고통받는 것을 지켜본다. 그는 훗날 "자식을 매일 조금씩 잃고 있다는 생각에 울면서 패서디나 거리를 걸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절망에 빠져서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 전업투자자를 결심하게 되고, 낸시를 만나 재혼하게 된다.


이미지 출처: 로이터

그럼에도 멍거의 시련은 계속된다. 52세에 그는 백내장에 걸렸고, 수술 실패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으며, 남은 시력도 정면 시만 보인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사진에서 보면 눈이 어색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시련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점자를 배워 읽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끊임없이 세상을 유심히 관찰하며 공부했다.


투자에서도 실패가 있었다. 41살에 변호사를 그만두고 전업투자자로 전직하게 된다. 버핏과 투자 아이디어를 주고받긴 했지만 따로 자신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었다.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고 하는데, 그런 그도 1973~74년의 오일쇼크를 피해 갈 수 없었다. 그의 펀드가 망한 것이다. 멍거는 펀드를 정리한다. 그렇지만 실패에도 그는 투자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후 버핏을 찾아가 52세에 버크셔 헤서웨이에 취직한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는 50이 넘어서야 시작된 것이다.


이미지 출처: 유투브 ‘할명수’

멍거는 후에 2007년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쿨 졸업 연설 중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인생에는 물론 끔찍하고, 무섭고, 부당한 타격이 있을 것입니다.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회복하고 어떤 사람들은 회복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저는 에픽테토스(그리스 철학자)의 태도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인생의 모든 불행은 잘 행동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생의 모든 불행은 무엇인가를 배울 기회이며, 여러분의 의무는 자기 연민에 잠기는 것이 아니라, 끔찍한 타격을 건설적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투자 철학: 존버와 몰빵


“A great business at a fair price is superior to a fair business at a great price. “


“괜찮은 회사를 환상적인 가격에 사는 것보다 환상적인 회사를 괜찮은 가격에 사는 것이 훨씬 낫다.”


멍거와 버핏이 처음부터 투자 철학이 일치했던 것은 아니다. 초창기 버핏은 망해가는 기업이라도 제값보다 싸면 사서, 기다린 후 가격이 올라오면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 방식을 고수했다고 한다. 벤자민 그레이엄의 안전마진을 나름의 방식으로 구현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조선일보,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

그러나 멍거의 생각은 달랐다. 같은 책을 읽었으나 버핏이 알아채지 못한 중요한 지점을 찾아낸 것이다. 그레이엄이 가치투자를 통해 올린 수익의 반 이상이 단 하나의 투자에서 나왔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다시 말해, 가치투자란 소형주 단타로 인한 시세차익 취득이 아니라 미래에 꾸준히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훌륭한 기업을 합리적인 가격에 '몰빵'해서 사는 것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버핏은 멍거의 말이 맞다고 인정한다. 그의 조언을 받아들여 '씨즈 캔디'를 인수했다. 이 투자는 향후 수십 년 동안('존버'하면서) 회사에 20억 달러(약 2조 6천억 달러) 수익을 가져다줬다. 이후 멍거의 추천으로 버핏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 최대 해외기업이었던 중국의 전기차 회사 비야디(BYD) 지분을 사들인 일화도 유명하다.


“Load up on the very few insights you have instead of pretending to know everything about everything at all times.”


모든 것에 대해 항상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척하지 말고 가지고 있는 극소수의 인사이트를 최대한 활용하라.


멍거의 가치투자의 가장 핵심 같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늘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를 쫓으며 투자하려는 게 대다수의 사람들인데 그는 변화에 무작정 쫓아가기보다는 그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것에 투자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가치투자가 뭔지 정확히 정의하고, 그리고 그걸 행해서 수익으로 증명했다는 게 너무 근사한 부분인 것 같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게 쏟아지고, Chat GPT로 불이 붙은 대인공지능시대로의 변화를 목전에 둔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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