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심리노트 #8 | 실무자 Part 3>
어느 순간부터 일보다 사람이 먼저 떠오르는 순간들이 늘어난다.
일은 이전보다 익숙해졌고 처리해야 할 것들도 대략은 손에 잡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말 한마디를 꺼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표정 하나에도 괜히 신경이 쓰인다.
신입 때는 나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다.
실수하지 않고 맡은 일만 해내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무자가 되고 나니, 일은 혼자서 끝나지 않는다.
내 말이 누군가의 판단이 되고, 내 태도가 다른 사람의 기준이 되는 순간들이 생긴다.
그때부터 사람을 대하는 일이 일만큼이나 어렵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기대되는 모습도 달라진다.
후배 앞에서는
괜히 더 여유 있어 보이고 싶어지고, 본받을 만한 사람처럼 행동해야 할 것 같아진다.
상사 앞에서는
센스 있고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보이길 바라고, 말 한마디에도 불필요한 티가 나지 않기를 신경 쓰게 된다.
고객 앞에서는
개인보다는 회사 사람으로서 신뢰감을 주는 태도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이 장면들은 서로 다른 상황처럼 보이지만, 결국 같은 고민으로 이어진다.
나는 지금,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있을까.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몸보다 먼저 마음이 먼저 지친다는 걸 느낀다.
큰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와 부딪힌 것도 아니다.
다만 하루 종일 어디에서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어떤 말은 삼켰고, 어떤 말은 골라냈는지를 뒤늦게 떠올리게 된다.
말을 많이 한 날보다 오히려 말을 조심했던 날이 더 피곤하다.
괜히 한마디 덜 했는지, 조금 더 부드럽게 말했어야 했는지,
이미 지나간 장면들을 혼자서 다시 정리하게 된다.
이 피로는 일이 많아서 생기는 피로와는 다르다.
성과로 남지도 않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다.
그저 하루를 무사히 넘겼다는 안도감 뒤에 남아 있는 감정에 가깝다.
이 피로가 쌓이다 보면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예전처럼 쉽게 말을 붙이지 않게 되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설명은 줄이게 된다.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려기보다는 각자에게 맞는 거리를 조절하게 된다.
사람을 싫어하게 된 건 아니다.
다만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이 예전과는 달라졌을 뿐이다.
가끔은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아무 말이나 던질 수 있었던 때가 조금 그리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 시기로 완전히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도 안다.
이 거리감이 성숙해지고 있다는 신호인지,
아니면 아직 적응 중이라는 흔적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관계가 늘어나며 느껴지는 이 부담은
실무자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감정에 가깝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 늘어나고,
그에 맞춰 나의 태도와 모습도 함께 조정해 나가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감정은 특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이해하면서 지나가게 되는 하나의 과정에 가깝다.
늘어나는 인간관계 속에서 느껴지는 부담을 안고 그렇게 조금씩 자기 자리를 익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