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떠올리게 되는 마음

<직장인의 심리노트 #9 | 실무자 Part 4>

by 여의도겨울바람

여러 조사들을 보면 이직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기는

사회 초년기보다 일을 어느 정도 익힌 실무자 시기인 경우가 많다.

회사마다 호칭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리·주임·선임 정도의 단계, 연차로 보면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다.

막 일을 시작했을 때보다 오히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런 흐름은 특별하지 않다.

실무자가 되면서 일을 바라보는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업무 하나하나를 처리하던 시기를 지나 조직의 구조와 사람들의 역할,

그 안에서 내가 차지하는 위치까지 함께 생각하게 된다.


이직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지금 회사에서 느끼는 불만 때문일 수도 있고,

내 가치를 더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배경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공통적으로 하나의 변화가 보인다.


신입 시절보다 회사와 나 자신을 함께 놓고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의 내용만 보던 시기를 지나 조직의 구조가 보이고, 사람들의 흐름이 눈에 들어오고,

그 안에서 내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이제는 단순히 ‘이 일이 나에게 맞는지’가 아니라,

‘이 회사 안에서의 다음 모습이 어떤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 상상이 긍정적일 수도 있고, 답답하거나 막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런 상상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실무자 시기의 이직 고민은 충동적인 선택이라기보다 비교가 시작되었다는 신호다.

지금의 자리와 다른 가능성들을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생각하게 되는 상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회사만 바라보지 않는다.

나 자신도 함께 들여다보게 된다.

내가 잘하는 일은 무엇인지,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지금의 속도가 나에게 맞는지.

그리고 이 조직이 그 질문들에 어떤 답을 주고 있는지도 함께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직을 고민한다는 건 지금의 회사를 떠나고 싶다는 감정보다,

이제는 선택지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변화에 더 가깝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질문이 떠오른다.

내가 바꾸고 싶은 건,

회사일까, 자리일까, 아니면 나 자신일까.

이 질문에는 아직 쉽게 답하기 어렵다.

이직이라는 선택이 단지 회사를 옮기는 일만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의 환경뿐 아니라, 앞으로 어떤 삶의 리듬을 가져갈지,

무엇을 더 중요하게 두고 살아갈지까지 함께 따라오는 결정이라는 것도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시기의 이직 고민은 지금의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기보다,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는 쪽에 더 가깝다.

조직 안에서의 역할과 책임을 어느 정도 경험해 본 뒤에야 비로소 가능한 고민이기도 하다.

눈앞의 업무만 바라보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몇 년 뒤의 나를 함께 떠올리게 되고,

지금의 선택이 그 시간과 어떻게 이어질지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당장 결론을 내리지 않더라도, 그 질문을 마음 한쪽에 두고 계속해서 되짚어 보게 된다.


이직을 고민한다는 건 지금의 자리를 부정하는 일이 아니다.

이제는 삶의 방향까지 포함해 스스로 판단하려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회사와 나 자신을 조금 더 같은 높이에서 바라보게 되었고,

그만큼 선택의 무게도 함께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 시기의 고민은 서두르는 결정보다는

앞으로의 인생과 커리어를 어떻게 이어가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는 과정이다.

아직은 결론보다 질문이 앞서 있고,

그 질문을 안은 채 다음 방향을 조금씩 그려보기 시작한 상태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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