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심리노트 #7 | 실무자 Part 2>
어느 순간부터 일을 받았을 때 예전만큼 오래 고민하지 않게 된다.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지,
누구와 먼저 얘기해야 할지,
일의 흐름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여전히 모르는 건 많지만, 이 일이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는 짐작할 수 있는 상태다.
신입 때는 일이 생기면 먼저 걱정부터 앞섰다.
실수하지 않을지, 이걸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부터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일을 대하는 반응이 조금씩 달라진다.
걱정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그 걱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는 이전보다 분명해진다.
사원 시절,
처음으로 고객으로부터 클레임을 받은 적이 있었다.
무슨 문제인지도 정확히 모르겠고,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지도 몰라
한동안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때 사수였던 선배가 나를 데리고 고객사 담당자를 만나러 갔다.
그는 상황을 급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현재 상황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를 차례대로 정리해 나갔다.
고객의 반응을 보며 이야기의 흐름을 조율했고,
책임져야 할 부분은 인정했고,
가능한 범위 안에서 대안을 제시했다.
그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며 나는 처음으로 일이 처리되는 방식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경험을 했다.
그날 이후로 문제가 생겼을 때의 긴장은 조금 다른 성격이 된다.
아무 일도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긴장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이 보이는 상태다.
실무자 시기에 접어들며 일을 대할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판단의 방향이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다.
사원 때보다는 이 일을 내가 감당해도 되겠다는 마음이 조금 더 앞서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이걸 내가 해도 될까’를 먼저 생각했다면,
이제는 ‘이런 방향으로 정리하면 되겠구나’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질문의 방식도 달라진다.
무작정 방법을 묻기보다, 내가 생각한 방향을 먼저 정리해 확인을 요청하게 된다.
실수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숨기거나 피하려 하기보다, 어디서부터 정리하면 되는지가 먼저 보이기 시작한다.
이 시기의 자신감은 능력이 갑자기 늘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여러 번의 상황을 겪으며 일이 흘러가는 구조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 만들어진다.
물론 모든 경우를 겪어본 건 아니기 때문에,
처음 마주하는 일 앞에서는 다시 긴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예전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불안해하던 시기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일이 완전히 쉬워진 건 아니지만,
이제는 스스로 판단해 움직일 수 있는 순간들이 조금씩 늘어난다.
실무자의 시간은 그렇게 일에 익숙해지며,
일을 다루는 감각을 하나씩 갖춰가는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