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의 잡초

관찰기록(1)

by 여울


첫 시작은 2020년 봄에 찍은 사진이었다. 인스타 프로필에 넣을 사진을 찾는 중이었다. 틈새에 연한 줄기와 잎을 내밀어 완벽하게 자리잡은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꽤나 오랜 시간 프로필 사진 자리에 머물렀다.


확실하게 틈새의 풀들을 인지하고 살피게 된 건 2022년 초가을.


그 무렵 삶에서 별다른 재미를 찾지 못하고 있었고 심심한 일상은 무기력을 끌고 왔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노잼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 삶을 살아왔기에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다. 이 감정이 오래가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게 분명했다.


무엇이라도 흥미를 끌고 반짝이는 것을 찾아야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길의 갈라진 틈새에서 자라는 잡초들이었다.


출퇴근하며 보게 되는 풀이 있었다. 벽에 붙어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모양새가 눈에 들어왔다. 풀은 내 머릿속에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매일 오가며 자라는 모습을 살피게 되었다.


풀은 쑥쑥 자라났다. 주말이 지나고 오면 부쩍 키가 커진 모습이 반가웠다. 남의 집 아이는 빨리 자란다더니 집에서 키우는 다육이는 매일 제자리이건만 틈새의 풀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났다.


빠른 성장은 예상치못한 벽을 만났다. 풀과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높이에 자리한 기둥이 어느 새 장애물이 되었다. 성장하는 길을 막는 존재를 만난 풀은 어떤 선택을 할까. 더 이상 자라지 못하고 꺾이게 될까. 장애물과 벽의 틈새는 너무 좁아 풀이 통과하기는 어려워보였다.


내 걱정이 무색하게 풀은 장애물을 넘어 훌쩍 자라났다. 위로 자라기만 한 것이 아니라 꽃을 피우기도 했고 씨앗을 준비하는 봉우리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연한 녹색이던 줄기는 어느새 보랏빛으로 변해 있었다.


풀의 마지막은 씨앗이었다. 보송하게 오른 홀씨더미는 살짝 건드리자 흩어지며 바람에 날려 퍼졌다. 콘크리트로 덮인 도시의 속 갈라진 틈새에서 또 싹을 틔우겠지. 남은 줄기는 잘 버티는가 싶더니 바람이 강한 어느 날이 지나자 꺽여 쓰러져 있었다.


무기력한 마음은 길가의 잡초를 살핀다고 나아지지는 않았다. 잠깐 환기는 되었지만 금새 까무룩하게 가라않곤 했다.


그래도 사진첩에는 틈새의 풀들이 여러 장 남았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갈라진 아스팔트 사이에서 올라오는 싹들이 있겠지. 이미 납작하게 자리잡고서 봄을 기다리는 민들레도 여기저기 많을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또 길가 틈새를 살피게 되겠지.


어느 가을 이름을 모르는 식물의 한살이를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