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부다페스트 공항에 내려 미리 예약해 둔 한인민박으로 가기 위해 볼트를 불러야 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지금 어디 서있는지도 모르겠는데, 어떻게 볼트를 불러야 하나 막막했다. 결국 GPS에 의존한 채 겨우 볼트를 불렀다.
*헝가리에서는 우버가 아닌 볼트를 주로 사용한다.
다행히 내 앞에 볼트가 무사히 도착했다. 나는 당연히 기사님이 남자분이실 거라 생각해 36인치 캐리어 2개를 옮기는 것에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한 기사님은 여자 기사님이셨다.
"대체 이걸 네가 혼자 어떻게 들고 온 거야?"라는 기사님의 말과 함께, 나는 기사님과 힘을 합쳐 50킬로에 육박한 캐리어를 차 트렁크에 실었고 한인민박으로 향했다.
한인민박으로 향하는 30분 내내 이제껏 보지 못한 이국적인 광경과 '아 나 이제 어떡하냐'라는 걱정만 가득했다.
한인민박 도착 후 살게 있어 혼자 외출을 했는데, 유럽의 그 아름답다는 풍경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집에 가고 싶었으며, 앞으로의 6개월이 막막했다. 한국에서 조차 자취를 해보지 않았던 내가 과연 외국에서 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었다. 내가 머나먼 타국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던 것 건물에 커다랗게 걸린 삼성 광고 현수막이 유일했다.
다음 날, 걱정이 무색하게 바로 현지에 적응을 했다. 자유로운 사람들의 모습과 아름다운 풍경,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부다페스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국회의사당도 구경하고, 다뉴브 강가로 다니는 트램도 탔으며, 세체니 온천에 가서 물놀이도 했다. 신기했던 건 세상이 참 좁다고, 세체니 온천에서 고등학교 동창을 만난 것이다. 한국의 온천도 아니고 부다페스트에서 만나다니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 경험이다.
며칠 뒤, 헝가리에 가기 전 미리 페이스북으로 알아보고 계약했던 집에 들어갔다. 현지에서 구하는 게 좋다고는 했지만, 시간이 촉박했기에 페이스북으로 구했고 집주인과의 영상통화로 집을 확인한 후 계약했다. 집은 제일 꼭대기 층에 있었고, 엘리베이터는 역시나 없었다. 32인치 캐리어 두 개를 들고 5층짜리 나선형 계단을 올라야 했다.
집은 가족 단위로 많이 거주하는 동네였고, 여러 집들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마당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접하지 못한 주거 형태였지만, 따뜻한 집의 분위기에 매우 만족스러웠다. 특히 내가 사용한 방은 창문이 두 개였기에 넓은 마당을 내려다 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렇게 나의 새로운 보금자리에 입주한 후, 헝가리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을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행정업무들을 처리하다 보니 어느새 대학교 OT날이 다가왔다.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서도 가보지 못했던 OT였는데.
내가 파견되었던 대학은 단과대학 캠퍼스가 부다페스트 시내 곳곳에 흩어져있었다. 다행히 내가 수업을 듣는 인문대학 건물은 부다페스트 시내와 밀접해 있었고 집에서도 지하철 두 코스, 걸어서는 30분 거리였다.
간단한 OT와 함께 낯선 땅에서의 첫걸음을 내디딘 나는,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경험들과 마주할 준비를 조금씩 해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