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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미 Dec 26. 2018

너의 소리

어쩌면 내가 듣고 싶었던 소리

분명 너의 소리였다.


흩어져있는 공기 속에서 너의 소리를 들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조금씩 내게 오고 있다고

속삭이곤 했다.  


아름다운 기다림이라 믿었던 나는,

무심히 한 계절을 보내고

또 하나의 계절을 더 보낸 뒤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것은 단지 벚꽃이 흔들리는 소리였고

그것은 단지 매미가 우는 소리였고

그것은 단지 낙엽이 바스락 거리였고

그것은 단지 눈이 소복이 쌓이는 소리였다.


모든 것이 너의 소리라고 믿고 싶었던, 나의 과거는 이제 끝났다.  

결국 실재하지 않았던, 그 소리는 사랑이 아니었다.


내 눈앞에서

내 어깨를 감싸 안고


조용히 공기를 타고 돌고 돌아

내 귓가에 직접 와닿는 그 소리


나의 현재를 궁금해하고

나의 현재를 사랑한다는, 그 소리만이

내가 진정으로 들어야 하는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사진 여미

yeoulha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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