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잘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이별이 찾아오곤 한다.
내 사랑은 좀처럼 식을 줄을 모르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 가슴이 쿵 내려앉으면서 모든 신경이 일시 정지된 느낌이 몰려온다.
놀란 마음에 어떻게든 달래 보려 하지만 그럴수록 상대는 어떻게든 분리되고자 단계를 높여가며 독하고 모진 말들을 뱉어 낸다. 결국 힘 없이 공중을 배회하다가 끝내 방향을 잃고 바닥에 사뿐히 떨어지는 실밥 같은 신세가 된 채 허무하게 누워만 있다.
좀처럼 억울한 감정이 밤새 잦아들지 않고 있을 때 우리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니 그는 단점 투성이야.
연인 사이였을 때는 조금 걸리는 점이긴 했지만, 그다지 큰 결함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들.
내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듯이 그도 완벽할 수 없음을 쉽게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을 정도만큼의 허점, 약점, 단점들.
이 모든 것들이 이별 뒤에는 굉장히 중요하고 거대해져 간다. 그 작고 사소한 결함 때문에 언젠가는 이별의 순간이 왔을 것이라는 확실한 예감에 사로잡힌다. 나의 실낱 같은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못난 것이 아니라 상대가 못난 이유에 대해서 되새기는일 뿐이다. 슬프고 서러워지려고 할 때마다 얼마나 나에게 이롭고 유리한 이별인 지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주변인들에게 찾아가 동의를 구한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그래. 오히려 잘된 일이야
내 이별 보고서에 대한 꽤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서도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은 씁쓸하다.
그 무엇으로도 해소되지 않는 갑갑함에
괴로운 마음을 안고 공중에서 헛돈다.
너에게 나는 그저
반드시 뜯어내야만 하는 실밥처럼
느껴졌다는 사실에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또 운다.
글 여미
커버사진 임경복
yeoulha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