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3일 차

이 길이 맞습니까_4화

by 여미
나는 과연 여행지에서도 울게 될까? 만약 울고 있다면, 그림을 보고 서 있지 않을까

알폰스 무하 <Star>

체코에서의 첫 미술관은 '알폰스 무하'라는 화가의 전시였다. 내게는 낯선 작가이긴 했지만, 체코에서는 꽤 알려진 작가인 듯했다. 그 나라의 유명한 화가의 전시는 들어가 보고 싶었기에 망설임 없이 미술관에 들어갔다. 아르누보 양식의 장식품 위주의 그림들이 그의 스타일인 듯 정밀하고 아름다운 색감의 그림들이었다.


나는 전시를 보러 가면 그림을 천천히 보는 편은 아니다. 작가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을 때는, 전체적으로 빠르게 훑고 지나간 뒤 인상에 남은 그림들만 다시 재방문하여 제목, 간단한 설명 등 꼼꼼히 살펴본다. 무하의 그림들은 유독 '장식품' 위주의 그림들이었기에 내게는 큰 감흥 없이 지나치고 있었는데 딱 한 그림 앞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수상한 기운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림 자체에서 어떤 에너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 서서 울어버렸다. 나는 이 화가에 대해 잘 모른다. 이 그림이 무엇인 지, 어떤 내용인 지, 어떤 역사와 시기를 가졌는 지도 아무것도 모른다. 그런데 보자마자 어떻게 이럴 수 있었을까?


Star


어디론가부터 도망치는 것일까, 혹은 아주 먼 곳으로 떠나는 중일까, 누군가를 만나기로 한 것일까. 그림 속 노인은 한계를 느낀 듯 더 이상 기력이 남아있지 않아 차가운 눈밭에 주저앉아 눈을 감고 있다. 세 마리의 늑대가 위협적으로 그에게 다가오고 있지만, 노인은 어쩐지 평화로워 보인다. 그리고 그를 비추는 한 줄기의 별빛. 그를 위로하듯 환하게 비추고 있다.


내가 울었던 이유는 그의 진실한 마음이 느껴져서였다. 작가가 표현한 노인의 진실된 표정, 그것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그림 속 노인에게는 죽음이 두렵지 않아 보였다. 늑대가 자신에게 다가와도, 차가운 눈밭이 그를 삼켜도, 매서운 눈보라가 덮칠 지라도, 그에게는 두려움이 없다. 사람이 최선을 다하면 후회가 없다. 극복할 수 없는 어떤 한계에 도전하고, 맞서고, 지나왔을 때 그 이상의 선택은 오로지 하늘에게만 있다. 노인은 마치 그래 보였다.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것이 찾아와도, 어쩐지 후련해 보이기까지 했다. 꽤 오랜 시간 이 작품 앞에 서서 훌쩍이며 여러 스토리를 추측하기 시작했다.


혼자서 너무 한 그림 앞에 오래 서있었던 것 같아 마음을 달래려고 다른 그림들을 본 뒤, 다시 돌아와 이 그림 앞에 서면 또 울어버렸다. 나중에 그림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러시아 혁명 이후 소작농 여인의 아픔을 다룬 그림이라고 한다.


이날은 체코를 3일째 여행하면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어쩌면 전체 여행 기간 중에서 가장 많이 울었던 날이었을 지도.


그리고 감격에 빠진 스물 아홉살의 여행자는 생각지도 못한 돈을 이곳에 탕진(?)하고 말았다.


알폰스 무하 <Star>

꽤 비쌉니다.

(그러니까 내가 1장만 사랬잖아!)


체코의 프라하를 방문하실 분들에게 꼭 이 전시를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음에는 오스트리아 편으로 돌아올게요.

오스트리아에서_2019

글/필름사진 여미

yeoulhan@nate.com

Instargram : @yeomi_writer


울면서 걷다

" 시시때때로 몰려오는 고난에 울더라도 뒤로 가지는 말자고, 천천히 한걸음씩 나아가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동시에 그대에게 말을 건넨다. "

https://brunch.co.kr/publish/book/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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