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이 맞습니까_3화
프라하의 아침
첫날은 공항에서 체코로 들어오는 입국 심사를 하는 것만으로 모든 기를 빼앗겼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하고 다음날 일정을 체크를 했을 뿐인데 금방 잠이 들어버렸다. 여유를 두고 알람 시계를 맞춰놨는데, 그가 울리기도 전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시간은 아침 6시를 막 지나가고 있었다.
참으로 희한하다. 평소에는 야행성이라 아침에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잠이 많은 편은 아닌데, 아침에는 모든 의지가 바닥을 친다. 그런데 체코에서는 어느새 이른 아침부터 벌떡 일어나 카메라를 들고 자연스럽게 숙소 밖으로 나갔다. 나를 움직이게 했던 이유는 분명했다. 14시간 동안 하늘 위에 떠있으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두 번은 못 가겠고 세 번은 더더욱 못 가겠다. 내가 마치 새우가 된 것 같고 바위가 된 것 같았다. 첫 유럽 여행이라는 설렘, 기분 좋은 마음, 그런 것들은 비행기 안에서 2시간 정도 보내면 자동으로 소멸된다.
"지금 쯤이면 거의 도착했겠지?"라는 생각으로 좌석에 붙어있는 네모 박스를 들여다보면, 충격적인 숫자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왜 10분 정도밖에 흐르지 않은 것인가.
만약 이다음이 없다면, 나는 오늘 하루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숙소 근처에는 큰 공원이 하나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커다란 나무를 보자마자 기분이 좋아졌다. 아침 햇살을 한껏 받은 나뭇잎의 색깔을 보자 일찍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에는 미술관에 갈 예정이라서, 아침에는 여유롭게 산책을 하기로 했다.
나의 여행 테마는 미술관, 그리고 공연이 메인이다. 부수적으로는 가고 싶은 명소의 동선을 만든 뒤, 그 사이사이의 골목을 누비며 다니기로 했다. 식당과 카페는 정해두지 않았다. 목이 마르면 눈에 보이는 카페에 들어갔고, 배가 고프면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블타바 강 위에 있는 '까렐교'라는 체코의 큰 다리를 가기 전에 길가에 있는 작은 커피숍에 들어갔다. 녹차와 치즈가 어우러진 케이크이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커피숍에는 작은 창문이 달려있었는데, 뒤에 보이는 나뭇잎이 참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낯선 나라에서의 우연히 들어간 커피숍에 한참을 앉아 창밖을 구경했다. 이것 또한 나홀로 여행자의 특권인가. 대화 상대가 없으니 청각과 시각에만 의존하게 된다. 내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가 가득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그저 신기하다. '이쯤 되면 일어날까?'라는 생각을 하더라도 3초 뒤에 '아니야. 조금만 더 있다 가자'라고 마음을 바꿔도 된다. 내 몸이 원하는 대로, 내 생각이 닿는 대로 움직인다. 나 같은 경우는 공간에 대한 친근감이 생길 때 즈음, 자리에서 일어난다. 충분히 감상을 하고 나면 기억의 보따리에 들어간다. 이 정도면, 언제 어디서든 보따리를 꺼내서 내가 좋아하는 기억들을 열어보면 된다.
그러한 이유로 친해질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한다.
오후에는 체코의 화가 <알폰스 무하>의 전시를 보러 갔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30분 동안 울어버렸다.
왜, 또, 체코까지 가서 울어버렸는 가.
다음 화에 공개됩니다. (안궁금하다고요? 흑흑)
글/사진 여미
yeoulhan@nate.com
이 길이 맞습니까_프라하 4화 기대해주세요. :)
" 시시때때로 몰려오는 고난에 울더라도 뒤로 가지는 말자고, 천천히 한걸음씩 나아가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동시에 그대에게 말을 건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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