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이 맞습니까 6화
잘츠부르크의 2일 차에는 '사운드 오브 뮤직' 자전거 투어를 미리 예약해 놓았었다. 평소에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음악을 들으며 실제 촬영 장소를 방문한다는 루트가 매우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나홀로 여행객이었던 나에게는 정말 큰 도전이었다. 제일 걱정되는 부분은 역시나, 언어였는데 모든 진행은 영어로 소통된다고 했다. 또다시 영어를 성실히 공부하지 않았던 지난날들이 후회가 되었지만,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돌아와서 엄청 열심히 공부 중이다. 다음 여행을 위해)
설레는 마음에 외국 사이트에서 더듬더듬 겨우 예약은 했는데, 설마 한국인이 나 혼자겠어?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한국인은 그렇다치고, 동양인이 나뿐이라는 것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영어 이름을 대충 'Han'이라고 적어서 신청을 했었는데, 미팅 장소에 거의 도착하자마자 저 멀리서부터 가이드 직원이 나를 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Han?
그들 눈에 내가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일본인인지 알 길이 없었을 텐데 나를 보자마자 내 이름을 부를 수 있었던 까닭은 분명 동양인이 한 명이라는 증거이다. 의지할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생각에 식은땀이 났다. 또 나처럼 혼자 온 관광객도 없었다. 두 커플, 두 가족, 그리고 나였다. 조금 외로운 마음이 들기는 했어도, 왠지 모르게 스릴 넘치는 하루가 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각자 자전거를 고른 뒤, 가이드가 자신을 소개했다. 본인은 스페인에서 왔고, 잘츠부르크에 여행을 왔다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그 뒤 잘츠부르크에서 음악을 공부하며 행복하게 지낸다는 말을 하는데 그녀의 표정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마치 영화 속 마리아와 닮았다. 긍정적인 에너지,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평소에 행복하다는 말을 적게 하는 편인 나는, 그런 마음을 늘 배우고 싶다.
각자 자전거를 고른 뒤, 가이드가 먼저 출발을 하면 우리는 그를 따라갔다. 작은 체구의 엄청난 파워(?)가 있었던 그녀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했던 나는 어느덧 제일 꼴등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자전거 하나만큼은 늘 자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영국에서 온 초등학생 소녀보다도 못한 체질이었다.
가이드가 멈추면 우리도 멈췄다. 그리고 그녀는 해당 장소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약간의 포토타임도 주었다. 처음에는 사진 찍기를 머뭇거리다가, 몇 번의 행선지를 통과하고나서부터는 가이드와 같이 온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감사하게도 그다음부터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나에게 먼저 다가와서 찍어주었다. 역시 뭐든 처음이 어렵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용기 내볼 걸 그랬다)
4시간 동안 진행되는 자전거 투어였는데, 그 시간이 체감 되질 않을 정도로 신났다. 가이드는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를 가져와 바구니에 넣어놓고 '사운드 오브 뮤직'의 OST를 계속 틀어주었다. 잘츠부르크에 오기 전, 일부러 영화를 한번 더 감상했는데 해당 장면들이 더 상상이 잘됐다. 그리고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들푸른 초원 사이의 오솔길로 자전거를 타며 도레미송을 듣는, 그 날의 기분을.
가이드는 종종 나에게 와서 자신의 말을 이해하냐고 물었다. 연신 작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지만, 마지막에 는 '미안하지만, 사실 50%밖에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말을 했다. 그런데 투어는 너무 재밌다고, 당신으로부터 좋은 에너지를 받고 있다고 말하니, 그녀는 나의 솔직한 대답에 한참 웃으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
나는 해냈다.
성취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무언가를 '했다'라는 것에 의의를 두는 성취감도 분명 큰 기쁨이 존재한다. 여행이 왜 기쁜 것인가? 내가 잘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성취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어딘가를 찾아가서 도착하기까지의 과정도 성취이고, 무언가를 사거나 먹었을 때, 보고 싶은 작품을 보았을 때, 이 모든 여정의 끝은 '나'가 '해냈다'라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에 기쁘다. 한국에서도 길을 찾지 못해 가끔 방황하는, 왕소심쟁이가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자전거 투어를 무사히 마쳤다.
내가 할 수 없는 이유를 만들어내서 결국 용기를 내지 못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조금 창피하고, 조금 민망한 것은 여행에 있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국 나의 기억에는 무언가를 해냈을 때의 기쁨으로 가득 찰 것이므로.
헤어지기 전, 같이 사진 찍자고 했을 때, '나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거야?' 라며 가장 밝게 웃었던 그녀의 미소가 기억난다.
나의 여행기에, 좋은 에너지를 주어서 감사한 마음을 드리며, 잘츠부르크의 2일 차 여행기를 마친다.
글/사진 여미
yeoulhan@nate.com
여미의 인스타그램 : yeomi_writer
다음 화는 오버트라운 1일 차로 올게요. :D
Have a good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