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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미 Aug 22. 2019

엄마 곁에는

우리 집 식사 풍경



내가 가장 많이 기억하는, 우리 집 식사 풍경이다.

왜 다 같이 있는 모습이 기억에 잘 그려지지 않을까, 하다가 생각해보니 엄마는 늘 마지막에 밥을 혼자 드셨다. 생선을 굽고, 나물을 무치고, 찌개가 다 끓여질 때 즈음 우리 가족은 모여 앉아 밥을 먹었다. 하나씩 요리가 완성이 될 때마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는, 하나둘 씩 자리를 떠났다. 엄마는 우리가 다 먹고 난 뒤, 뒤늦게 어질러진 상에 앉아 김치를 꺼내 남은 반찬들과 식사를 하셨다.


어렸을 때는 단순히 엄마는 배가 별로 고프지 않나보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식구들이 맛있는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엄마는 계속해서 요리를 하고, 음식을 더 내오고, 부족한 것들을 채워 넣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가 다 떠난 뒤 고요해진 거실에 홀로 앉아 식사를 하셨다. 우리는 분명 한 집에 살지만, 엄마는 늘 혼밥을 하셨다. 정적 속에서 식구들의 남은 밥을 자신의 밥그릇에 덜어내며 식사를 하는 엄마의 모습이 가끔 눈앞에 아른거리며 늦은 후회를 하곤한다.


조금만 천천히 먹을걸,

엄마 곁에 조금만 더 있어줄걸.


글/그림 여미

yeoulha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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