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쓰다
보통 ‘쓰다’라는 것은 없는 것을 만들어내거나, 안 하던 것을 추가하는 개념이 많다. 예를 들어서 모자를 쓴다고 하면은 머리 위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덮는다’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고 글을 쓰는 것도 새하얀 백지 위에 잉크가 묻은 펜이나 흑심을 사용한 연필을 이용해 ‘무’에서‘유’를 생성하여 추가한다는 개념이 된다.
이와는 반대로 ‘없애다’라는 소모의 개념 또한 있다.
‘돈’이라는 주어가 ‘쓰다’라는 동사를 만나자마자 사라진다는 의미를 갖는다. 시간을 쓴다는 말 또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무언가에 투자한다는 것에서 소모의 뜻이 적용된다.
‘쓰다’라는 동사가 감정에 관여하게 되면 위와는 또 다른 의미가 된다. ‘약이 쓰다’, ‘음식이 쓰다’라는 것은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 동사가 되므로 추가되는 개념이나 소모적인 것보다는 ‘쓴 맛’ 자체의 감정을 표현하는 동사가 된다.
그렇다면 ‘마음을 쓰다’라는 것은 더하기일까, 빼기일까?
너무 그런 일에 마음 쓰지 마.
나 요즘 신경 쓰는 일이 생겼어.
‘마음을 쓰다’라는 것은 어떤 것에 집중하거나 애정을 가지고 애쓰다는 표현이다.
이것은 평온한 마음에 ‘동요’가 일어난 것이니 추가되는 개념일까? 마음의 에너지를 무언가에 ‘쏟는다’는 의미이니 소모적인 개념일까?
마음을 쓰거나 신경이 쓰인다는 말은 긍정적인 상황보다는 보통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 많이 쓰인다. ‘쓰다’라는 의미가 맛의 한 종류를 나타내는 부분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달콤한 느낌이거나 행복한 느낌보다는 ‘씁쓸’한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내 일상 속에서 마음 쓰는 일이 생기는 것은 그다지 좋은 소식은 아니다. 어쩌면 고민이 있거나 걱정거리가 있다는 문장이 선행될 수도 있다. 아무 고민과 걱정이 없는데 마음 쓰는 일도 생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안한 감정이 동반된 ‘쓰다’라는 의미는 행위 자체로 보면 감정을 토해내는 행위이면서도 찝찝함도 함께 공존하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사랑에 관한 '쓰다'
'쓰다'라는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관심이 생겼다거나, 호감으로 발전하고 있는 중임을 나타낼 수도 있겠다.
보통 신경 쓰이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은,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집중을 방해할 만큼, 관심도가 높다는 뜻이다.
쓰는 중입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생겨나는 '어떤 문제' 때문에 마음을 쓰고 온 신경을 쏟는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한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유독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금방 또 생겨나게 된다. 고민을 달고 사는 나에게 있어서 현재 신경 쓰고 있는 것들을 떠올리면 참 여러 방면에서 다양하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쓰는 사람들이다.
쓴 맛을 느끼고, 무언가를 적고,
오늘도 어떤 것에 마음을 쓰고 있다.
글/그림 여미
커버사진 임경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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