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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갈 곳이 있다는 것

by 여미
아침에 갈 곳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야


졸업 전,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가슴에 박혔다.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한동안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신 교수님은 아침에 갈 직장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 것인지를 깨달았다고 했다. 20대에는 직장을 갖는다는 것이 그저 맞지 않는 옷을 자꾸만 억지로 입는 느낌이 들었다. 갑갑한 굴레에 들어가 매일 같은 곳을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랄까. 매일 창밖을 보며 한숨을 셨다. 그런데 그렇게 도망치고 나와 무엇을 한들 어차피 인생은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살지 않으면 그거대로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직장을 다니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기보다는, 내 능력을 주기적으로 어딘가에 사용을 해아하며 그로 인해 얻는 물질적인 가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쉬고 먹고 마시는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 주는 보상으로 느껴지면서 하루가 행복해진다.


자유란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와 고통이 수반되어야 만끽할 수 있는 달콤한 것이다. 같은 이유로 여행도 마찬가지다. 호텔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누워있다가 저녁에 슬금슬금 나와서 먹는 맥주보다, 열심히 계획하고 돌아다녀서 수많은 경험과 가치를 얻고 어두컴컴해질 때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한 뒤 먹는 맥주가 더 짜릿하고 달콤하다. 나를 괴롭히는 그 무엇으로부터 전부 차단을 하고 몸과 정신이 편한 것만 따라가며, 매일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그리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그것도 어느 정도의 기간 이상 지속되면 차라리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게 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말일 테니까.


사실 서른이 되던 해, 이러다 돈 한 푼 벌지 못하고 책 한 권 출간한 가난한 작가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라는 불안함이 파도처럼 몰려왔었다. 잘 살아오다가 어느 순간 문득 눈 앞이 캄캄하고 막막해지는 날이 있다. 스물다섯에도 비슷한 이유로 방황을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5년마다 이런 고비의 순간이 찾아오나 싶기도 하다.


모든 당연한 것은 없듯이 조금만 들여다보면 감사해야 할 것들이 많다.

오늘도 하루가 시작되는 모든 순간에 대해 감사하는 말, 건네본다.



글 여미

커버사진 여미


(*해당 글은 2020년에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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