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길 위에서

by 여미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고 가는 당신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나는 차마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당신의 옷깃이 저 멀리 있는데도 혹시나 나를 볼 까,

걱정이 되어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모릅니다.

그저 나는 그렇게 해야 만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다 우리는 버스정류장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당신은 내가 아주 가까이에 있는 데도,

나를 보지 못하더군요.


내가 당신의 그림자를 밟고 있었는 데도,

나를 보지 못하더군요.


그제야 나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향해 미소 짓는 당신의 얼굴을 말입니다.


먼 길을 돌고 돌아서 우리는 다시 만났지만,

정작 그 길 위에는 내가 없었습니다.


먼 길.jpg 먼 길

글/그림 여미

커버사진 임경복

yeoulhan@nate.com


오늘, 비가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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