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영화

인연

by 여미

애니메이션만 만들던 제가 영화를 처음 찍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영화학과에 들어왔어요. 늦은 나이에 학교에 들어와서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와 영화를 함께 하겠다고 한 친구는 편입으로 같이 들어왔던 동기 한 사람뿐이었죠. 영화를 어떻게 찍는지는 몰라도, 영화를 찍기 위해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것은 알고 있었어요. 저는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지만, 도통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어가 서툰 중국어 유학생한테까지 가서 부탁했어요. 그 친구도 영화를 알지는 못했지만, 흔쾌히 참여해준다고 했습니다. 그래 봤자 겨우 세명이 모였네요. 학기 초라 같은 전공 재학생들과는 친해질 기회가 적었고, 시간도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첫 영화는요, 저의 오랜 친구들이 함께해주었습니다. 중학교 친구와 고등학교 친구, 전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그중에 한 명은 자신의 집을 촬영 장소로 통째로 빌려주었고요, 다른 한 명은 디자인 전공을 하는 친구인데 소품들로 장면을 이쁘게 구성을 해주었죠. 아무 경험이 없지만, 배우도 해주고 특수 분장도 해주고 슬레이터를 쳐주러 오기도 했죠. 그리고 전 대학 애니메이션과 교수님도 오셨어요. 카메오로 출연해주셨죠. 감독도 처음인걸요. 그 누구도 처음이면 어때요.


저는요. 이분들 덕에 영화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서툴기만 한 감독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저와의 인연을 좋아해 주고,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분들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첫 영화를 완성을 했습니다. ‘자장가’라는 영화예요. 한 청년의 노랫소리로 인해 따뜻한 위로를 받는 꼬마 귀신에 대한 이야기였죠.


역시나 제가 만든 단편영화 중에 제일 못 만들었어요. 이야기도 어설프고요, 편집도 엉성하고, 말이 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죠. 그런데요, 저는 가끔 그때의 생각을 떠올립니다. 저의 첫 영화가 없었으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요.


사람의 인연은 이리도 소중합니다. 인생을 어떻게 바꿀지도 몰라요.

생각해보니, 저는 참 복 받은 사람이네요.


시네마천국.jpg 나의 첫 영화

글/그림 여미

커버사진 임경복

yeoulhan@nate.com

여미의 인스타그램 : yeomi_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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