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가만히 서 있는 나를 본다면
나는 가끔 고민을 너무 오래합니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도무지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이쪽으로 갈까, 저쪽으로 갈까, 조금 기다렸다가 출발할까 그것도 아니면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갈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한참을 서서 고민을 하느라 아무것도 작동이 되지 않아요.
그럴 때 마다 호떡 만들 때 누르는 팬으로 나를 납작하게 눌러줬으면 좋겠어요.
바람이 불면 날아버리게요.
내 무게를 완전히 없애고, 자연의 이치로 나를 맡겨버리게요.
내가 선택하지 않아도 이 세상이 잘 돌아가게요.
이 어려운 선택과 결정의 늪에서 빠져나오게요.
펄럭 거리며 온종일 날아다니다가
비가 내리면 눅눅해져서 결국 아래로 떨어질 때
그 자리가 나의 자리라고 믿을 수 있게요.
글/그림 여미
yeoulhan@nate.com
커버 사진 임경복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며칠 전 꿈에서 길을 걷다가 땅바닥에 버려진 우산을 주웠는데요.
우산을 피자마자 바람이 불더니 제가 점점 하늘 위로 날아오르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금방 아래로 떨어질 줄 알고 한번 어디까지 올라가나 보자, 하고 손잡이를 끝까지 잡고 있었는데요.
제 머리가 구름에 닿을 때까지 올라가버렸죠.
우산을 접으려고 발버둥 쳤는데 이미 하락하기에는 너무 높이 올라와버린 거예요.
그리고 어찌 된 일인지 발밑에는 육지가 아닌 드넓은 바다가 있었어요.
그렇게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우산을 잡고 하루 종일 하늘을 여행하고 다녔어요.
이런 경험이 매우 인상적이여서 새벽에 일어나 꿈의 내용을 담은 그림을 스케치했는데,
문득 제 모습과 많이 닮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