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지원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의 서글픔

by 여울샘



지난주 수요일, 교직원 전체 회의에서 했던 문제 제기와 토론으로 인해 우리는 업무 지원팀에 대하여 다시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기회로 느껴졌다. 업무 지원팀이 지속되던, 담임에게 다시 업무가 부과되던 과거로 회귀하던지 이 문제에 대해서 학교 구성원 모두의 목소리를 통해서 합의해가는 과정은 학교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관리자와 부장님들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하달되는 탑-다운 방식의 의사소통 방식은 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구성원의 민주성과 자발성을 이끌어 낼 수는 없다. 학교가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차마 보고 있기가 힘들었고 그래서 목소리를 내왔던 것이다.


이 협의가 있기 전 함께 회복적 교육 연구 모임을 하고 있는 옆 반의 선생님과 함께 교감 선생님을 찾아갔다. 그 선생님은 내가 목소리를 내기 전부터 학교의 부당한 결정에 대하여 혼자서 목소리를 내시던 분이다. 이전 학교에서 오랜 시간 혁신 학교를 만들어 오셨고 경험해오셨기 때문에 그 방향성에 대하여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고 학교가 문제를 해결해가는 방식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도 공감하고 계셨다. 처음에는 그분의 용기에 감탄했고, 우리 학교의 모든 선생님들은 그 선생님의 팬이 되었다. 함께 목소리를 내어주지 못해도 지나가며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인사했다. 나는 그 선생님과 함께 서클 모임을 진행하고 동학년을 하면서 그분의 목소리에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옳은 길을 가시는데 홀로 외로이 가시게 둘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나 또한 여러 교육 모임, 교육 독서 토론 모임, 혁신 교육에 대한 배움, 회복적 교육의 철학과 실천을 공부하며 이제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고 생각했다.


교감선생님을 찾아가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전달했다. 지난 교직원 전체 회의에서도 관리자분들이 오시지 않았기 때문에 선생님들의 그 중요한 이야기를 교무부장님께 전달받아 들으셨어야 했다. 효율적인 과정일지는 모르지만 의미 있는 과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한 시간의 치열한 토론이 몇 문장 안에 담길 수 없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들은 축소되고 생략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교직원 전체 회의에는 언제나 관리자분들께서 오셔서 교직원 분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학교가 설득하거나 토론해야 할 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달라고 말씀드렸다. 교장선생님께서 굳이 그 자리에 오셔야 하냐고 반문하셨지만, 교장선생님께서 학교를 운영하시기 위해서 오셔야 하는 가장 중요한 자리라고 말씀드렸다.


또한 앞으로 업무 분장에 있어서 부장단 회의를 통해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업무 경감, 업무 배정에 대해서는 교직원 전체 회의를 거쳐달라고 말씀드렸다. 그것은 경기도 교육청에서도 학교 민주주의를 위해 권장하고 있는 사항이다. 물론 말 뿐인 소리가 되어버렸지만. 그리고 오늘 있을 교직원 전체 회의에서도 꼭 함께하셔서 업무 지원팀의 존폐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눠달라고 부탁드렸다. 우리 학교의 혁신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던 업무 지원팀인데, 비록 그것이 사라지더라도 선생님들께서 부장님들께 노력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우리가 과거에 해왔던 것을 정리하고 앞으로 우리 학교의 새로운 비전을 찾기 위해서도 이 마무리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고 전달드렸다. 그렇게 하시겠다는 약속을 듣고 교실로 올라와서 하루를 보냈다.


2시가 되어 5교시 수업이 끝났다. 아이들은 돌아갔고 교실 정리와 알림장을 보내고 나니 회의 전까지 30분 남았다. 아직 토론을 위한 자료를 완성하지 못했는데 시간이 없었다. 그 30분 동안 온 집중력을 다해서 자료를 찾고, 교육청과 각 노조의 협약문을 보고, 초중등 교육법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았다. 남은 10분 동안 빠르게 발제문을 작성했다. 손으로 쓸 시간이 없어 타자로 작성하고, 부족한 내용은 글씨를 휘날리며 기록했다. 시간이 되어 동학년 샘들이 교실 앞에 오셨고, 자료와 준비된 발제문을 들고 교직원 전체회의장으로 향했다. 정말 오랜만에 우리가 이렇게 둘러앉아 서로의 얼굴을 보며 회의를 하게 되는 것이었다.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으로 우리는 3년 가까이 제대로 모이지도 못했고, 줌을 통한 회의 속에서 점점 단절되어갔다. 함께 얼굴을 보고 둥글게 앉아있는 선생님들을 보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긴 토의가 이어졌다. 부장님들도 업무 지원팀에 참여하며 어려웠던 고충을 나누어주셨다. 승진을 해야 해서 업무를 해야 하지만 그 강도가 다른 학교와 비교도 못하게 강했다고 솔직하게 나누어주셨다. 다른 학교에서 교무부장을 하는 것이 이 학교 부장을 하는 것보다 낫다고 말씀해주셨다. 하지만 승진제도로 인해서 부장을 또 안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업무 지원팀에는 부장님들만 계신 것은 아니었고 실무사님, 전담 선생님, 담임교사 5명도 함께 했기에 그분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실무사님들 또한 5년 동안 이 학교에 있으면서 수도 없이 다른 학교로 가야 하나 고민했다고 하셨다. 보통의 학교보다 훨씬 많은 업무를 배정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담 선생님들은 업무를 하면서도 종종 담임 결원이 발생할 때 그 자리를 채워야 하는 고충이 있었고, 전담이라서 누릴 수 있는 이득도 전혀 없었다고 이야기해주셨다. 전담과 담임을 오가며 긴장과 혼란 속에서 업무까지 맡아야 했던 전담 선생님들의 고충이 마음으로 전해졌다. 가슴이 아프다.


자연스레 이야기는 업무 지원팀은 사라져야 하고, 담임들이 그 업무를 나누어서 해야 함이 공감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미안하지만 나는 이야기가 이렇게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 대안이 담임들이 업무를 해야 하는 것으로 정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한국 교육 시스템의 기형적인 형태로 인해 생긴 문제고, 그것이 수업과 생활 교육에 전념해야 할 선생님들께 부과되어야 하는 부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시스템을 손보지 않고서는 이 문제는 영원히 손 볼 수 없다. 교육청이 손을 놓고 있다면 학교 차원에서라도 그 부당함을 파헤쳐 업무 조직을 재구성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치열한 토론과 합의가 이어져야 한다. 담임에게 업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주 쉬운 방법이지만, 교사를 아이들에게서 멀어지게 할 수 있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10년 동안 실천해온 다양한 주제의 독서 중심 교육, 프로젝트 수업, 회복적 교육 등은 이제 과거의 화려한 시기로만 남을 것이었다.


"이제 제가 말씀드려도 될까요?"

오늘도 떨렸지만 용기 내어 손을 들고일어났다. 모든 분들이 나를 주목한다. 긴장된다.

하지만 목소리를 내야 한다. 관리자 분들, 실무사님들께는 조금 불편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음을 알았다.

또 나와 의견이 다른 분들에게는 특히 승진을 준비하시는 분들께는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참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분들의 영역으로 두고 나는 내 이야기를 하자.


"오늘 토론 주제에 대하여 저도 의견을 전달하고 싶어 손을 들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이야기의 방향이 업무 지원팀이 이제 사라져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는데 저는 이 지점에서 저희가 한 번 더 생각해 볼 영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저는 저희가 업무 지원팀의 존폐에 대해서 논의할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이 참 슬픕니다. 업무 지원팀은 존폐를 논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이 나라의 시스템으로 자리 잡혔어야 했고, 선생님들은 행정 업무가 아닌 아이들의 배움과 생활 교육을 위해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교육 전문성을 기르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의 확보도 되지 않는 이 나라의 현실이 참 마음이 아픕니다.


또한 이렇게 유지하고 지속하기 힘든 업무 지원팀 운영을 우리 학교는 왜 대체 10년이나 지속해왔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공동체가 추구해왔던 방향은 대체 무엇이냐 하는 겁니다. 그것은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도 이어져 있습니다.


저는 기존 학교에 있었던 업무 지원팀 교무 부장님께 물었습니다. 이렇게 운영하기 힘든 업무 지원팀을 대체 왜 운영해 오셨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부장님의 대답은 충격이었습니다.


'나는 업무 지원팀이 힘들지 않았어. 업무 지원팀은 그저 업무를 하는 곳이 아니야. 우리 학교의 혁신을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팀이었고 그 비전을 제시하고 함께 달려갈 수 있게 했어. 때문에 선생님들은 업무 지원팀에 굉장히 감사했고, 업무 지원팀은 모든 행사와 보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어. 누구도 싫어하지 않았고 자발적으로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교육활동을 위해 달려갔지. 너무 행복했고 즐거웠어. 더 나은 학교, 아이들이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고 있다는 보람이 있었고 관리자 분들도 업무 지원팀도, 선생님들도, 학생, 학부모님들도 모두 만족하는 그런 학교가 되어가고 있었으니까. 우리 지역의 역사적인 혁신 학교가 되어갔고.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참 행복했어.'


부장님은 업무 지원팀이 힘들지 않으셨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제가 듣기에는 힘들었지만 힘들지 않으셨다는 말로 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학교의 5분 대기조로 존재하며 수 없이 내려오는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선생님들을 지원해주셨던 그 삶이 어찌 힘들지 않으셨겠습니까. 하지만 그 시기와 지금의 차이는 선생님들과 업무 지원팀 사이의 소통이 존재하는지에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이후로 저희는 점점 모일 기회가 부족했고 학교의 중요한 문제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문화였던 교직원 전체회의가 아니라 점차 부장회의 안에서 결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학교에 들려지기 어려운 시스템이 되었고, 선생님들의 노고뿐 아니라 업무 지원팀의 감사조차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습니다. 그 단절 속에서 업무 지원팀은 아마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이 교실의 배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느끼기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업무가 많은 것에 집중하게 될 수밖에 없고 보람과 의미는 사라지고, 내가 교사인지 사무 공무원인지 헷갈리는 상태가 되셨을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너무 공감하고 저도 들으며 가슴이 아팠습니다.



때문에 저희는 우리가 업무 지원팀을 통해서 나아가고자 했던 그 방향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업무 지원팀이 사라지더라도 다시 우리 학교의 비전을 세우고, 교직원 전체 회의와 소통 시간을 다시 의미 있게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 4항과 5항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 행정직원 등 직원은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의 행정 사무를 담당한다.'


이에 따르면 초중등 교육법은 교사의 임무를 '학생 교육'으로, 직원의 입무를 '학교의 행정사무와 기타 사무 담당'으로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교장의 입무는 이를 총괄하는 '교무 총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채용, 회계, 시설 업무는 교사의 임무인 '학생 교육'에 포함되지 않으며, 오히려 교장의 임무인 '교무'나 직원의 입무인 '학교의 행정사무와 기타 사무'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사로 하여금 채용, 회계, 시설 업무를 하게 하는 것은 초중등 교육법 제20조 '교직원의 임무' 규정을 위반한 위법한 행위입니다.

(출처 : 경기도 교육청- 전교조 노조 협약)



또한 2018년도 체결된 경기 교사 노조- 경기도 교육청 단체 협약의 제18조에 의거하면 교육청은 교사가 전문성을 향상하고 수업과 생활 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행정 업무를 경감하기 위해 노력하 여아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또한 학교 업무 분장 시 학교 구성원의 민주적인 의견 수렴과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체계상 경기도 교육청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 학교는 이 협약을 따라야 합니다.


때문에 업무 지원팀이 사라지더라도 우리는 이 약속을 이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업무를 경감 해갈 수 있을까요? 저는 업무가 법률로 정해진 업무와 관행적으로 해왔고 그것이 학교 업무로 고착화된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업무 분장표를 두고 교직원회에서 치열하게 토론해야 합니다.


'교육의 본질과 떨어진 업무는 무엇인가. 교사가 해야 하는 학생 교육의 업무가 아닌 것은 무엇인가?'


이를 토론하며 수십 년 동안 관행적으로 해왔던 업무, 법률로 정해져 있으니 학교에서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축소할 수 있는 업무가 무엇인지 지난한 토론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앞으로 우리 학교의 10년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그저 많은 업무를 담임이 하게 되었을 때 효율성은 높아질 수도 있지만 저는 큰 부작용도 발생하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기존에 있던 학교에서는 학교가 작았기 때문에 고학년 담임을 하면서도 4-5가지 업무를 해야 했습니다. 그 당시를 떠올려보면 수업만 끝나면 수십 개의 업무 메시지가 메신저 창에 쌓여 있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업무를 나누어가지니 힘을 주지 않아도 될 업무에도 힘을 주게 되고, 그것은 결국 학교 전체가 업무 속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저는 3시에 수업이 끝나고 그 업무를 처리하느라 지도서는 집에 가서 수업을 준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6학년 교육과정은 그 내용도 적지 않아 매일매일 업무와 수업 준비 속에서 힘들어하다 번아웃까지 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때문에 업무 지원팀이 사라지더라도 담임에게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저희는 꼭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3가지 정도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1. 위기 학생 즉각 분리와 상담을 학교에서 책임져 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교실 상황에서 가장 힘든 것은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가 있을 때 수업을 진행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때 1-2시간 만이라도 교장실, 교무실에서 위기 학생 즉각 분리와 상담을 맡아주시면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도 보장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 학교의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소통이 어려운 학부모와 상담을 학교에서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담임교사가 아무리 상담을 진행하려고 해도 상담이 되지 않는 학부모님들이 종종 있습니다. 부당한 요구를 하며 모욕적인 말을 합니다. 이들과의 상담을 학교에서 도와주시고 협력해주시면 교사가 조금 더 의미 있는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기존에 업무 지원팀 운영으로 인해 축소되었던 전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주시고 보결 시간 강사 지원 또한 제대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6학년 선생님들께서는 하루에 1-2시간 있는 전담 시간조차 학교에 계속 발생하는 보결 충원으로 쉬지도 못하신 채 6교시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자주 발생했다고 합니다. 한 선생님께서 2-30 시간에 해당하는 보결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은 너무 버겁고 힘든 상황으로 느껴집니다. 보결을 위한 시간 강사 채용에 힘을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자주 저희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긴 이야기를 마쳤다. 다행히 말을 시작한 뒤로는 떨리지 않았다. 교장선생님의 굳은 표정이 보이고 몇몇 불편해 보이시는 분들의 얼굴을 마주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웃으며 내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교감 선생님과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주시는 선생님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이렇게 나는 다시 학교에 목소리를 냈다. 즉각 반박하는 의견도 들었다. 다 동의하지만 교육청에서 업무를 없애주지 않는 한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교육청은 노조와의 협약에서 입바른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학교로 보내는 업무의 양은 줄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모두 동의하는 이야기다. 교육청이 바뀌지 않는 이상 학교의 모든 업무를 줄이거나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무원의 역할이니까.


하지만 그 반론을 들으면서 나에게 든 생각은 그렇다면 언제까지 우리가 교육청이 시키는 대로 쏟아지는 업무를 하며 정작 집중해야 할 교육의 본질에는 다가서지 못해야 하는 것이다. 때로는 교육청이 차라리 없어지면 학교가 살아나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담임에게 업무를 주는 것이다? 나는 참 쉽지만 비겁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청은 힘과 권력을 가지고 있기에 교육청에 업무를 줄여달라고 한 마디 항의도 하지 못하면서 순응적이고 목소리를 내지 않는 교사들에게 업무를 부과함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관리자와 부장들은 이 행태에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일은 누가 관리자가 되고 부장이 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사실 그런 관리자와 부장은 의미 있는 교육의 방향을 위해 존재 이유가 있는지 물음이 생긴다.


진정한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이 시스템의 불합리한 관행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을 공부하고 그것을 토대로 교육청과 토론을 이어가고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지금 학교의 힘을 갖고 있는 관리자와 부장들은 이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교장은 이 부조리를 없앨 수 있는 힘을 지닌 이들이다. 그들이 움직이지 않고 그저 부하직원에게 입 다물고 업무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부끄럽고, 비겁하고, 체제 순응적이며, 리더의 역할을 포기한 모습이다. 각 학교의 교장들이 힘을 모아 교육청에 의견을 낸다면 이건 쉽게 바뀔 일이다. 교사들이 노조를 형성하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기 수십 년 전에 일어나야 했을 일이다.


하지만 교장들은 그 알량한 권력을 누리기에 바빴다. 마지막 5년 동안의 그 권력을 누리고 힘을 행사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온 세월 불합리한 승진 제도에 몸을 맡긴 채 살아왔으니까. 당시 관리자의 비겁한 요구에도 순응하며 체제에 복종하며 살아왔으니까. 그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교장들은 그 권위에 도전하는 교사를 매우 싫어하며 심지어 괴롭히고 갑질을 행사한다. 하지만 그 위에 있는 교육청에는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학교 일은 하지 않고 출장 다니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기에 바쁘다. 학교에 매일 지각하거나 아예 없는 교장들도 참 많이 만나봤다.


그 시간 동안 선생님들은 교실 속에서 문제 학생과 씨름하며, 진상 학부모를 응대하며, 아동 학대로 소송을 당하고 있다. 억울하게 소송을 당해 수 천만 원의 합의금을 내가며 이 자리에 흔들리며 서 있다. 나도 수도 없이 고민한다. 우리 학급에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이 4명이 있는데 그 아이들을 사랑하고 교육하고 때로는 훈육하며 교실에서 내가 해야 할 교육과정을 모두 해내는 것이 이제 너무 힘들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지친다. 이것이 내 능력의 문제인가 시스템의 문제인가 고민하게 한다. 한 아이가 난폭한 폭력을 행사해도 학교에서 도와줄 이 하나 없이 홀로 교실의 문제를 감당해야 한다. 학교에는 상담 교사 한 명이 없다. 문제 행동 전문가도 없다. 그 수많은 예산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때로는 다 내던져버리고 도망가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내가 홀로 이 자리에서 씨름하는 것이 세상에 어떤 이로움을 끼치는지 모르겠다는 마음이 든다.


학교를 사랑했고, 아이들을 사랑하고, 이 나라의 교육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꿈과 비전이 마음에 가득했다. 하지만 마주한 현실은 처참했다. 교권 침해로 정신과 치료와 상담 치료를 병행해야 할 때도 있었다. 교작 교사가 된 지 3년 차에... 한 학부모가 아이들 앞에서 나에게 폭언을 했었다. 당시 관리자들은 교사는 참아야 한다고 묻고 가자고 이야기했다. 나는 너무 억울해서 우리 반이 사용하는 플랫폼에 나의 입장을 올렸고 우리 반의 학부모님들은 나를 지지해주셨다. 하지만 옆 반이었던 그 학부모는 내가 글을 올렸다는 것을 문제 삼고 학교에 찾아왔으며 교감은 나를 불러 얼른 글을 내리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상담 치료를 받게 되었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나에게 쉬지 말고 학교에 나오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당시에 그래야 하는 줄 알고 그 힘든 상황에서도 하루만 쉬고 학교에 나가 6학년 아이들을 만났다. 나의 지친 모습에 오히려 아이들이 걱정해주었다. 학교는 나의 상황에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오히려 상담 치료를 받으러 조퇴를 하면 내가 관리 대상이라며 조퇴를 하지 말라고 강요했다.



그리고 나는 그 해 학교를 옮겼다. 그리고 온 것이 지금 있는 학교였다. 나는 교사를 보호하지 않는 교육청과 관리자는 학교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육 안에서는 왜 리더가 존재하지 않는 걸까. 책임 있는 리더는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왜 비겁하고 치졸한 이들만 남아서 선생님들을 더 고통스럽게 하는 것일까. 이로 인해 교육 개혁은 더 요원한 일이 되어버렸다.


학교에서 목소리를 내고 와서 나는 이틀간 몸이 많이 아팠다.

지난주에도 그랬었는데,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몸에 힘이 없었고 마음은 답답했고 에너지는 내 몸에서 모두 빠져나갔다.

그것은 내 몸의 고통으로 찾아왔다.


내 몸이 왜 아픈지 잘 모르겠다.

해야 할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나는 왜 아픈 것일까.


마음의 아픔이 몸으로 온 것일까.

그 긴장과 침묵 속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나의 정체성과는 맞지 않는 일인 것일까.


조금 더 나를 돌보아야겠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위해서는 많이 용기를 냈는데,

나를 돌보는 것에서는 왜 용기를 내지 못했는지....

나 스스로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


눈이 너무 아파 안과에 갔더니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계속 눈의 이야기를 외면했던 것이 미안해졌다.


나 스스로를 위해서도 용기를 내보자.

휴식을 좀 취해보자.


쉬어도 괜찮다.

오래 쉬지 않아 어떻게 쉬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 쉬어도 괜찮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학교는 잘 돌아갈 것이고 아이들도 새로운 선생님과 잘 지낼 것이다.


내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그 무거운 책임감은 이제 내려놓고

내 마음속의 이야기를

이제는 들어보자.


미안해.

많이 미안해.

나의 마음에게.

나의 몸에게.

말을 걸어준 나의 눈에게.


* 여울의 회복의 교실은 모두가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공교육 안에서 새로운 실천으로 희망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학교와 교실 속 희망의 길을 만들어가는 여울의 회복의 교실을 구독하고 그 길에 함께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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