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에 순응하지 않는 한 사람의 외침으로부터

변화가 일어나는 방식

by 여울샘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온몸에 긴장이 가득했고,

억압과 갈등의 에너지를 몸과 마음이

온전히 받아내야 했던 순간이었다.


괜찮다고 다독이면서도

두렵고 떨리는 마음에 새벽 공부를 하지 못했다.

말씀을 펴고 기도하고 찬양했다.

주님 말씀을 다시 기억하며 내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변화는 어떻게 시작되고 그것이 흐름이 되어갈까.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았을 때,

변화는 억압에 순응하지 않는 한 사람의 외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해외에서 사례를 가져오지 않아도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은 억압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용기 있는 이들로 시작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의 세도 정치와 농민 봉기 과정을 떠올려보자. 변질된 유교 문화와 희망이 없어 보이는 신분제도, 탐관오리들의 부정부패로 목소리 없이 굶어 죽어가던 수많은 백성들. 정조의 죽음 이후 세력 간 균형이 붕괴되고 왕권이 약화되며 왕실과 혼인한 소수 외척 가문이 권력을 독점하게 된다. 3대 60년간 안동 김 씨 등 세도 가문이 정치, 군사권을 장악하고 왕권은 약화되어간다. 순조, 헌종, 철종에 이르는 시기이다.


왕권이 약화되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공무원 채용 제도라고 할 수 있는 과거제에 부정 비리가 발생하고, 돈을 주고 관직을 사고파는 일들이 이런 나다. 전정, 군정 , 환곡이라는 세금의 이름으로 수령과 향리들은 정해진 액수보다 훨씬 많은 액수로 세금을 징수하였고 이로 인해 백성들의 삶은 극도로 피폐 해지기 시작한다.


자연재해, 기근, 질병의 만연, 부당한 수탈. 몇 글자로 요약되는 고통이지만 이것을 삶으로 감내해야 했던 그 시절의 수많은 백성들의 삶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들의 삶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다. 군포를 징수하는 군정을 아직 성인이 되지도 않은 갓난 아이나 죽은 사람에게 징수를 했다는 것을 중,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볼 때마다 화가 났고 그들의 절망이 얼마나 컸을지 가늠할 수 없었다. 심지어 도망간 사람의 군포를 이웃과 친척에게 부과하는 일도 일어났다.


당시 백성들은 살아갈 희망이 없었을 것이다. 땅을 빌려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내 자식들 하나 배불리 먹이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질병으로 배고픔으로 죽어가는 가족들을 눈으로 바라보며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무기력, 절망, 분노, 공포가 얼마나 그들을 짓눌렀을까. 가장 공정해야 하고 백성들의 삶과 복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국가일진대 당시는 왕권은 붕괴되었고, 자신의 이익밖에 보이지 않는 세도 정치로 인해 지방 관리들의 부패는 날로 극심해지던 때. 나의 죽은 가족에게까지 군정을 부과해서 배를 채우려는 수령과 향리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느꼈을 분노는 얼마나 컸을까. '분노'라는 두 글자의 단어의 그 아픔과 슬픔, 절망을 담아낼 수나 있는 것일까.


1811년 정부의 평안 도민 차별과 탐관오리들의 끊이지 않는 수탈로 홍경래의 난이 일어났다. 당시 세력은 홍경래를 비롯한 몰락한 양반들과 신흥 상공업 세력과 농민과 광산 노동자, 품팔이꾼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청 전강 이북 지역까지 장악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정주성 싸움에서 패배해 결국 관군에 진압되었다.


하지만 홍경래의 난은 19세기 최대 규모의 항쟁이었고 이후 일어날 수많은 농민 봉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들의 난이 실패했을지라도 전국의 농민들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은 것이다. 이후 1862년 임술 농민 봉기가 일어났고 진주를 중심으로 일어나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이때도 몰락한 양반 유계춘과 농민들을 중심으로 봉기가 시작되었고 진주성을 점령했다. 조선의 조정은 이 난을 진압하지 못했고, 방법을 고심하다 폐단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미로 삼정 이정청을 설치한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성과 없이 폐지되었지만, 고통받는 백성들의 목소리가 전국에 울려 퍼지던 때였고 조정 또한 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들의 권력은 결국 백성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3.1 운동, 4.19 혁명, 6.3 시위, 3선 개헌 반대 투쟁, 유신체제에 저항하던 반유신 투쟁, 5.18 광주 민주화 운동, 6월 항쟁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민주화 운동의 흐름이 우리 민족 가운데 끊임없이 일어났다. 이것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우리 민족이 가진 힘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오직 국민들을 위해 나라를 이끌어야 할 국가가 그 역할을 해내지 못할 때, 국민이 아닌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에 눈이 멀 때, 다시 국가를 국가답게, 정치를 정치답게 만들 수 있는 이들은 국민밖에 없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은 체제의 억압에 순응하지 않는 한 사람의 외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큰 운동이 시작될 수는 없다. 민족대표 33인이 오지 않아 기다리던 학생 대표가 자신의 목소리로 '독립 선언서'를 외쳤을 때, 3.1 운동은 시작되었고 전국으로 퍼져갔고 해외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해외에서도 운동이 이어지게 되었다. 비록 그 운동이 바로 독립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일본의 강압적인 통치 방식을 바꾸게 했고, 우리 민족의 독립 의지를 전 세계에 천명하는 역사적인 흐름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한 사람의 진심 어린 외침은 옆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용기를 내게 한다. 그렇게 시작된 외침이 분열된 공동체에 연대를 만들어내고 공동체에 힘을 부여하기 시작한다. 그 힘은 역사적인 흐름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정치인'이라는 것은 안타깝게도 직업이 되었을지 모른다.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렇게도 원하는 개혁은 일어나지 않고, 아무리 투표를 하고 정권을 바꾸어도 그들은 국회의원이라는 막강한 힘 아래 권력과 국가 재정, 통치 체제의 근본이 되는 법까지 쥐고 흔들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결국 다시 기득권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 또한 대한민국 정치가 국민들의 힘이 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기도하고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희망이 잘 보이지 않을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어떤 정당이 정권을 쥐게 될지에 대해서 점차 기대가 되지 않았다. 때문에 국회의원이 무급의 봉사직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에 강력하게 동의한다. 또는 최저 임금 정도만 받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돈과 권력이 목표가 아닌 사회 정의와 가치를 실현하기 원하는 사람들이 모이게 되지 않을까? 물론 더 고민해보아야 할 지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속한 모든 공동체의 변화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끊임없이 기억하려 한다.

국가를 위해서는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국가 권력이 정치인들의 것이 아님을 끊임없이 인식시켜야 한다.


우리가 속한 회사나 학교, 가족 공동체에 억압적인 문화가 존재한다면 두렵더라도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때문에 나는 본래 성향과 다른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내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교사 전체 회의에서 이야기할 발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교사 회의에서 우리가 나눠야 할 이야기도 연구부장님께 정리해서 보냈고, 나에게 발제 시간을 3분만 달라고 부탁드렸다. 감사하게도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내가 가장 고민했던 것은 모두가 '들을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시간을 준비하기 위해 내가 존경하는 분들께 지혜를 구했다. 서클과 사랑 섬김으로 덕양중의 혁신을 이끌어내셨던 이준원 교장선생님, 끊임없는 토론과 낮은 자세로 불가능하다고만 보였던 인천의 고등학교의 혁신을 이끌어내셨던 정동우 교장선생님(나의 사랑하는 은사님이시다. 나는 교사로서 가져야 할 모든 자질을 이분께 모두 배웠다.), 외국계 기업에서 조직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는 나의 친오빠, 내가 속한 학교가 혁신 학교로서의 전성기를 맞이할 때 엄청난 통찰력과 비전으로 공동체를 설득하고 지지하고 사랑하며 나아가셨던 윤태웅 부장님,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회복적 정의 운동가이자 대안학교 영어교사 은경 샘. 이들의 공통점은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냈지만 그것을 공동체와 함께 설득하며 나아가셨다는 것이다. 독단적인 리더가 아니었고, 공동체가 원하지 않는다면 토론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한다면 멈출 수 있는 용기가 있으셨던 분이었다. '속도'는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지혜를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계셨던 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방향성'과 구성원들의 '행복' 그리고 함께 이루어가는 '느린 성장'이었다. 혼자 열 걸음 가는 것보다 손을 잡고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공동체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계셨다.


이분들께 지혜를 구하며 알게 된 것은.

- 모두에게 들려질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 선생님들의 입장만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목표와 관리자분들의 목표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설득해가야 한다.

- 관리자분들을 존중하며 그분들의 노력에 감사한다는 것을 전달해야 한다.

- 내가 말하는 것만이 정의가 아니다. 상대에게도 정의가 존재한다.

- 관리자분들의 권위를 존중해드리자. 지혜롭게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나의 주장만 펼치며 의미 없는 싸움을 할 것이라면 하지 않는 것이 낫다.

- 나에게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이 있다. 용기를 가지자.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지혜였다. 나는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싶은 욕구가 종종 올라온다. 이때 상대방의 욕구가 무시된다면 나의 방식은 잘못된 것이다. 관리자분들도 교직원 모두의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특수한 입장이 있고 자신의 삶에서, 학교에서 지내면서 경험했던 좋지 않은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내면에 상처가 되어 트라우마로 남았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걱정과 염려를 고려하고 배려하며 소통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같은 사람이라는 것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제 새벽에 홀로 주님과 시간을 가지며 나는 사실 많이 울었다. 왜 눈물이 났는지는 모르지만 이 갈등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고 소통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두려움이었다. 관리자분들과 선배 교사들에게 목소리를 냈을 때 묵살당하거나 버릇없다는 평가를 듣게 되었던 경험들이 나에게도 있었다. 때문에 내가 대체 왜 여기서 그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고 사실 두려웠고 떨렸다. 어제 새벽 그 두려움과 긴장이 나의 몸에 가득 찼고, 기도하며 용기를 달라고 다시 기도하며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찬양하며 담대하고 지혜롭게 나아가기를 결심했다. 우리 안에 이미 그 지혜가 주어져 있음을 진심으로 믿어가며.


내가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는 회복적 교육과 서클에는 아래 일곱 가지 신념이 있다.

1. 모든 사람의 내면에 있는 핵심 자아는 선하고 지혜롭고 강하다. (행위와 존재를 구별하기)

2. 세상은 깊은 곳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우분투-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

3. 모든 사람은 좋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깊은 갈망이 있다.

4. 모든 사람은 재능이 있고, 그 재능을 발현하려면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다.

5.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것들은 이미 있다.

6. 인간은 통합적 존재다. (이성, 육체, 감정, 정신이 모여 존재하는 인간)

7. 우리는 핵심 자아로 살아가는 습관을 만드는 연습이 필요하다. ( 우리의 삶과 핵심 자아와 연결 )


아이들과 서클을 할 때에도, 선생님들과 서클을 할 때에도 함께 나누는 서클의 일곱 가지 신념이다. 이 일곱 가지 믿음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사실 우리가 소통하지 못할 존재는 없다. 내가 소통해야 할 존재가 마음이 닫혀있고 조금은 날 서거나 거친 표현으로 나를 힘들게 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내면에는 선한 지혜가 있고, 좋은 관계를 가지고 싶다는 갈망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면 우리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데 필요한 것이 모두 주어져있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용기를 낼 수 있다.


우리가 핵심 자아로 살아가는 습관을 만드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믿는다면 나는 공동체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조금씩 연습해 갈 수 있다. 나에게는 조용히 평화롭게 살고자 하는 욕구도 있지만,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행복하게 나아갔으면 하는, 그 길에 기여하고자 하는 욕구도 존재한다. 내가 목소리를 내지 않고 다수의 침묵과 함께한다면 나는 두 번째 핵심 자아를 인정하지 않고 살아가기에 불행할 수밖에 없다. 내 안에 있는 핵심 자아들이 가치롭게 조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가는 것, 진정한 나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인 것이다.


나의 소명은 사랑을 통해 교육을 회복해가는 것이고, 상처받은 아이, 선생님, 학부모님의 영혼의 치유를 돕는 것이고,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창조해가는 것이다. 나의 가치는 복음, 회복, 예술, 치유, 성장, 건강, 자유, 환경이다. 이 가치들이 내 안에서, 그리고 내 삶에서 조화롭게 드러나게 하는 것 내가 연습해가야 하는 일인 것이다.


이를 기억하며 교직원 전체 회의에서 내가 토의하자고 제안한 질문에 대한 발제를 준비했다. 수업과 보충 수업까지 마치고 준비해야 해서 거의 20분 만에 발제를 작성했고 퇴고를 할 시간조차 없었다. 이 부족한 대본으로 발제를 해야 한다니,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는 내게는 마음에 들지 않은 일이었다. 서클의 정신을 기억하며 잘하려고 하지 말고, 진실하게 내면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에 집중하자고 나를 다독였다.


먼저 그동안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만 집중하실 수 있도록 노력해주신 업무 전담팀 부장님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다. 기존의 성장 없는 학교 문화에 질려있었던 내가 이 지역에서 유명했던 혁신학교인 우리 학교를 찾아왔던 이야기, 3년간 후회 없이 선생님들과 수업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도전했던 이야기, 그 수업 속에서 교사로서 존재감을 느끼고 행복했던 나와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했고 감사의 마음을 전달드렸다.


그리고 세 가지 제안을 말씀드렸다.


1. 업무 전담팀의 운영에에 대해서 충분한 소통이 전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사 공동체, 이해 당사자인 교직원, 관리자분들과 모두 모여서 진행하는 소통 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것이 혁신학교에서 가장 중용한 학교 민주주의라고 생각하고 우리 학교가 10년간 지켜왔던 소중한 가치입니다. 교무 실무원분들도 힘드신 것을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선생님들께서 살아가시는 교실의 삶도 참 치열하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입장을 충분히 나눌 기회를 가졌으면 하고 최소한 12월까지 3번 이상의 전체 회의가 진행되고 함께 학년 회의, 부장 회의를 진행한다면 의미 있는 소통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기존에 우리가 추구하였던 혁신 교육의 철학과 실천 방향을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터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갈수록 이 학교가 혁신학교인지 아니면 일반 학교로 돌아가는 과정일까 혼란이 생깁니다. 혁신학교라는 이름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우리가 10년간 가져왔던 민주성과 자발성이 공동체 안에서 사라져 가지 않도록 함께 우리 공동체의 문제를 공감 톡을 통해서 꾸준히 대화를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답을 정해놓고 하는 회의보다는, 구성원 모두가 이해하고 공감하며 나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대화가 진행되기를 기대합니다. 만약 어떤 뜻이 있으시다면 강경하게 진행하시기보다 학교 공동체 구성원과 함께 토론과 설득의 과정을 거쳤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모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감 톡 진행 방식에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저와 회복적 교육 모임이 서클이라는 대화 방식으로 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마지막으로 한번 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공감 톡 시간에 관리자, 교직원 분들께서 꼭 함께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드립니다. 교사의 이야기를 여러 단계를 거쳐서 들으시다 보니 오해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공감톡 시간을 관리자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으로 열어주시면 공감톡에서 토론하고 결정된 사항들이 학교 운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런 충분한 소통 과정이 있다면 서로가 단절되고 상처받는 것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앞으로 있을 업무 전담팀 존폐, 중임제, 학년 배정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교직원 전체 회의를 통해서 저희가 소통을 하며 대안을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생님들이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본질인 수업 준비와 생활 교육에 집중하실 수 있도록 줄일 수 있는 업무는 줄이고, 그 업무가 교육의 본질과 맞닿는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함께할 1년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일이니 꼭 함께 정해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스스로 움직이는 힘'을 지켜가기 위해서는 조금 느리고 갈등을 겪어내는 것이 힘들더라도 이 대화의 과정을 거쳤으면 좋겠습니다. 갈등이 물론 힘들고 저도 갈등을 피하고 싶을 때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갈등이라는 것은 꼭 나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변화의 시작이 되고 성장의 기회로 전환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혁신학교는 갈등을 통해서 성장하는 학교입니다. 선생님들께서는 모두 존중과 배려로 충분히 소통하실 수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관리자분들과 선생님, 학교의 모든 교직원 분들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공감 톡을 통해 자주 마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애써주시는 교무부장님, 연구부장님께도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상입니다.



그렇게 발제는 끝났고, 감사하게도 선생님들과 부장님들은 박수와 끄덕임으로 지지를 보내주셨다. 발제 이후 혁신 학교의 방향, 정체성, 앞으로 실천해갈 것들에 대한 학년의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그리고 부장님들의 발표로 우리의 이야기가 모두에게 들려졌다. 내가 정말 바라 왔던 순간이다. 우리의 삶의 밀접한 공동체의 문제로 함께 토론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순간들. 그것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우리의 생각이 달라도 괜찮다. 그것을 합의해가는 과정, 지난한 토론을 통해서 우리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 그 토론이 일어날 수 있는 민주적인 공동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선생님들을 행정 업무가 아닌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것.

선생님들이 교사로서 든든히 서가실 수 있도록 지지해드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

우리의 목소리가 언제든지 학교 운영에 반영될 수 있다는 민주주의의 당연한 원리를 경험하며 살아가는 것.

그 민주주의와 서클의 정신이 선생님들의 삶에서 교실로 이어지는 것.

단절이 아닌 연결과 소통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학교의 회복과 치유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


이것이 내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불안과 자기 검열 속에서도

목소리를 내기 위해 그리도 애썼던 이유이다.


잘 해냈으니 앞으로의 토론 과정에 있어서도,

평생의 교직 생활에서도 공동체를 위해 목소리를 내기 두려워하지 말자.

한 사람이 수직적인 문화에 순응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 변화는 시작한다.

그 목소리로부터의 연대, 억압된 에너지의 분출, 엄청난 자기표현과 성장의 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을 우리는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 한 사람이 되어가자.

혼자가 어렵다면 내 옆 사람과 함께 연대하여 목소리를 내어가자.


그것이 우리가 국가 통치 체제로 선택한 민주주의를

일상의 삶의 영역에서 이어갈 수 있는 빛나는 길이 될 것이다.




"당신 스스로를 세우라.

당신의 사전에 힘겹게 나아간다는 '투쟁'이란 단어를 제거하라.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신성한 방식으로, 마치 축제처럼 이뤄져야 한다.

우리가 그동안 기다려 왔던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_ 호피 인디언, 2001



"아주 사소한 것이라 해도 잘못된 행동을 간과하지 말라.

하나의 작은 불씨 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산만큼이나 큰 건초 더미도 태울 수 있다.

주는 이익이 적은 하나의 작은 선행일지라도 그것을 간과하지 말아라.

아주 작은 물방울이라도 마침내 큰 그릇에 물을 가득 채울 수 있다."

_부처



* 여울의 회복의 교실은 모두가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공교육 안에서 새로운 실천으로 희망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학교와 교실 속 희망의 길을 만들어가는 여울의 회복의 교실을 구독하고 그 길에 함께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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