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갈등을 바라보며

갈등 해결 서클 연수

by 여울샘


벌새 선생님들을 위한 회복적 서클(갈등 해결 서클)을 준비하는 토요일 아침.



숨 쉴 틈 없이 돌아가고, 그 과정에서 서로 상처받으며, 누군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다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지는 학교 현장에서 다시 둥글게 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시간을 준비해본다.



나도 이 한 달간 학교에서의 일들로 많이 다치고, 상처받고 가끔은 환멸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서클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인지 고민도 해보았다.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기 위해 나는 지금 여기에 서 있는 것일까. 가시 돋친 말들로 서로에게 상처 주고 닫힌 마음들 가운데서 서클을 여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을 앞에 두고 나는 진심으로 그들을 환대하고 열려있는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까. 사실 깊은 마음속에서는 하고 싶지 않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왜 해야 하지?라는 물음들이 들려왔다.



결국은 다시 주님 마음으로 돌아간다. 나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셨던 우리 주님, 아무도 듣지 않는 것 같은 세상에 자신을 내어주시고 사랑을 외치셨던 우리 주님. 내가 온전하고 완전해서가 아니라, 상처받는 똑같은 부족한 한 사람임에도 이들을 위한, 나를 상처 준 이들을 위한 공간을 여는 것은 결국 그 주님 마음을 전하기 위함이 아닐까. 지쳐있는 나의 모습으로도 괜찮다면. 이 시간을 통해서 학교가 조금은 더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다면. 아이들의 아픔에 눈을 마주치고 공감할 수 있다면. 기도하는 마음으로 준비를 해본다.

2021. 10. 23



준비하며 많은 고민이 있었던 서클이었지만, 바쁜 와중에 모여 한 자리 한 자리 채워주셨던 선생님들의 마음, 그 지친 마음을 품을 수 있었던 공간, 그리고 경청이 어렵지만 아이들의 갈등이 있을 때 오늘 경험한 회복적 서클을 진행해보겠다는 선생님들의 따뜻한 의지를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느낄 수 있었다. 그거면 됐다. 무엇이 더 필요할까.



말씀드리지 않았음에도 각 반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의 상황을 적용하여 실습하셨다. 자를 5명이서 같이 사용하면서 생기는 귀여운 저학년들의 갈등부터, 카톡방을 통해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던 고학년들의 갈등까지. 아이들의 역할을 맡아 아팠던 마음들을 헤아려 보고, 낯설고 어렵지만 갈등 해결을 위한 질문 하나하나를 따라가며 실습해보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나에게는 위로이자 희망이었다. 각자 이것이 바쁜 현장에서 정말 가능할지 나름의 고민과 기대들을 품으셨고 준비해주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돌아가셨다.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서클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환대함을 통해 연결을 창조하는 순간이었다는 것을. 스스로를 환대한다는 것 그것이 타인을 환대하기 위한 첫 발걸음은 아닐까. 아직 어렵지만, 천천히 해나가자. 오늘은 맘 편히 푹 잘 수 있겠다.

2021.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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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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