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아프다.

몸보다 마음이 더 많이 아프다.

by 여울샘

나의 고민의 시작은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학교의 변화였다. 내가 지금 있는 학교는 9년간 혁신학교를 운영하고 공동체의 변화를 위해 수많은 선생님들과 관리자분들이 헌신했던 곳이다. 학교를 옮기기 위해 고민할 때, 많은 선생님들께서 추천해주셨던 학교였고 나의 생각들을 억압 없이 펼칠 수 있는 곳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학교에 왔을 때 이곳은 많은 변화와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다. 학교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셨던 업무 전담팀의 구성이 바뀌고, 혁신학교 철학에 대한 충돌이 생기면서 갈등과 상처 속에서 그 운영 방식이 점차 과거의 학교로 돌아가고 있었다. 학교의 변화들을 2년간 지켜보면서 구성원이 계속 바뀌는 공립학교에서 혁신학교를 운영할 때 어쩌면 필연적인 변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변화 속에서도 혁신학교가 이어지고 있는 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혁신학교에서 혁신학교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다섯 권의 책을 선택했고, 첫 번째 책은 내가 존경하고 인상 깊게 지켜보았던 덕양중의 교장선생님 이준원 교장선생님의 “무엇이 학교를 바꾸는가"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아프다. 몸보다 마음이 더 많이 아프다. 학생만 아픈 게 아니라 교사도 아프고, 학부모도 아프다.'


책의 시작하는 문장이 나의 마음을 울렸다. 모두가 아프고 아파하고 있다. 너무나도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아남으며 상처받은 부모가 그 아픔을 치유하지 못하고 자녀에게 상처를 대물림한다. 낮은 자존감과 아픔 속에서 자녀를 그 경쟁에 내몰고 채찍질한다. 이 책은 그 ‘아픔'에 집중했다. 혁신학교의 시스템이나 교육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먼저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치유되지 못한 ‘내면 아이'에 대한 이야기로 아픈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내가 학교에서 본 것도 다르지 않았다. 누가 옳고 그른 것의 문제가 아니었고 갈등과 상처 속에서 단절이 시작되고 그 안에서 모두가 아파하고 상처받고 있었다. 혁신학교는 결국 교육의 본질을 찾아가고자 하는 걸음인데, 그 과정에서 우리가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다면 그 속에서 서로를 끌고 가는 듯한 이 발걸음은 다시 고민해보아야 하는 길이 아닐까. 우리가 어디로 가고자 하는지, 그 과정에서 공동체가 되어가고 있는지, 이 안에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을지. 길을 찾아야 했다.



‘아이들은 말썽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상처를 아파하는 것이다.’


‘경청과 진심 어린 사과가 아이를 바꾼다.’



사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이 변화하는 순간은 논리적으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때로는 혼내는 순간이 아니다. 인내하고 그 아이의 상처받은 눈을 바라보며, 아이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할 때. 본인도 어찌할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묵묵히 지켜보아줄 때.


‘너도 힘들구나.. 잘하고 싶은데 그것이 어렵구나.. 마음이 많이 아팠겠다. 선생님이 그런 너를 도와주고 싶어. 앞으로는 마음이 아플 때, 불안할 때, 잘할 수 없어서 속상할 때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라고 아이들에게 손 내밀어주었을 때였다. 그렇게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함께 손잡고 가다 보면 놀랍게도 그 행동들이 조금씩 줄어들고 아이들은 어느새 수업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 아픔에 대한 이해, 그 존재들에 대한 깊은 사랑, 교장선생님의 헌신 위에 배움의 공동체, 회복적 생활교육, 비폭력 대화, 관계 수업, 평가의 변화, 이슬비 사랑, 아고라 대 토론회들이 이어졌을 때 학교가 변화될 수 있지 않았을까. ‘무엇이 학교를 바꾸는가.’에 대한 책을 읽으며 찾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학교의 아픈 우리 모두에 대한 서로의 인내와 사랑이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상처받은 치유자가 되어 줄 때 그 치유와 회복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너무도 섣부르게 시스템과 교육 방법의 변화를 추구한다면 빠를 수는 있지만 결국 근본적인 변화에 다다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배움을 얻게 된다. 책을 읽으며 계속 예수님이 떠올랐다. 결국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셔서 실천하셨던 그 섬김과 사랑의 변화의 길이 덕양에서도 펼쳐졌던 것이다. 많은 이들이 떠나고 아파하고 있는 이 학교에서 주님의 눈으로 학교를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주시기를.. 그리고 주님의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해가기를. 다짐하는 아침이다.


_혁신학교에서 혁신학교 고민하기 1.


2021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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