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가볍지는 않지만
3주간의 여름 방학이 오늘로 끝이 난다.
쉽지 않은 1학기를 보냈던 터라, 방학을 맞이하는 마음도 편하지 않았고,
마음이 쓰이던 아이들이 방학을 잘 보내고 올지도 걱정이 되었다.
그럼에도 방학은 마음의 휴식과 배움의 시간이었다.
보통 근무시간보다 더 늦은 오후 5시, 6시까지 글을 쓰고 공부를 하곤 했지만,
조금은 떨어져서 교실과 아이들, 나의 마음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은 꼭 필요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트밀과 두유로 남편과 함께 아침을 먹고 아침 산책을 한 후
함께 손을 잡고 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에 가는 길은 참 행복했다.
뜨거운 정오가 오기 전에 선선한 바람이 느껴지던 아침,
파란 하늘에 구름을 보며 돌다리를 건너 동네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에서는 나는 주로 글을 쓰거나 책을 읽었고 남편은 영어 시험 준비를 했다.
그리고 도서관의 북카페에서 3천 원 하는 과일 스무디를 사 먹으며 푸른 바깥 풍경을 보았다.
장애인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카페였는데, 카페에 들어가면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할머니께서 맛있는 음료를 만들어 주셨다.
귀가 잘 들리지 않으셔서 메뉴를 쪽지에 적어내면 되었다.
이 가격에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있다니, 그리고 장애를 가지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자주 찾던 곳이었다.
도서관에서 돌아오면 점심을 해 먹고, 그때부터 나의 공부가 시작된다.
하루 3-4시간 정도 영어 공부를 하고, 이후에는 회복적 교육과 서클에 대한 연수에 참여했다.
공부가 끝나면 필라테스 수업에 참여하며 몸을 돌보는 시간을 가졌다.
운동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 나는 루틴으로 만들어두지 않으면 운동을 하지 않는다.
몸 편한 것이 좋은 체질이라....
이렇게 우리의 방학의 나날들은 하루하루 행복과 배움으로 채워졌다.
결혼을 한 지 3달째 된 신혼부부라 그럴까,
남편과 함께 있는 시간은 매일이 행복이었고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나는 이제 6년 차 교사다.
교직이라는 직업이 어떤 것일까 매년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지금은 교직이 무엇보다 마음으로 하는 일임을 절감한다.
종종 내가 이러려면 차라리 성직자가 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많이 참고 인내해야 하며 상처를 받는 순간도 많다.
밖에서 볼 때는 편안하고 어렵지 않은 직업으로 생각하는 시선도 많지만
교직 안에서 보는 선생님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
교직에서 아이들이나 학부모님들의 교권 침해, 폭언, 폭력 등으로
우울증이나 정신 질환에 시달려 병가를 내거나
교직을 그만두는 분들도 이제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때문에 우리 안에서는 방학이 없었으면,
명예 퇴직자가 급증하고, 정신 질환으로 교단에 설 수 없게 되는
선생님들이 많아졌을 거라고 이야기하고는 한다.
큰 꿈을 가지고 발을 내디뎠던 교직,
내가 정말 많은 부를 가졌을 때 더 이상 돈이 필요하지 않은 시점에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보아도
결국 나는 아이들과 함께 있을 것이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아이들은 언제나 내 삶에 가장 큰 의미이다.
교직이 아니면 내가 어디서 그렇게 순수한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을까.
하지만 개학을 하는 나의 마음이 그리 가볍지 않은 이유는
이제 교실을 찾는 아이들의 마음이 너무 아픈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 학급에서도 가정에서의 돌봄이 어려워 긴 시간 애정 결핍을 겪다가
주의력 결핍, 반 사회적인 행동, 퇴행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님이 모두 계신 경우에도 밤늦게 퇴근하시는 엄마를 기다리다
그 엄마의 애정과 사랑을 너무 오랜 시간 기다리다 마음을 크게 다친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교실에서 수업을 듣기를 거부하고 친구들을 모두 무시하고는 한다.
선생님의 말도 듣지 않으려 한다.
한 아이는 아버님 홀로 아이를 돌보아야 해서 할머니가 도와주시고 계신데,
어린 시절에 받지 못한 사랑으로 인해 5분 조차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아이가 학습을 시작하기까지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주변 아이들까지 수업을 듣지 못하게 행동하니 교사의 고민은 점점 많아진다.
아이들을 사랑하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하려고 노력했다.
함께 서클을 하며 마음을 나누고, 공감과 배려, 비폭력 대화를 훈련하고
지역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상담 센터와 연결해 아이들의 마음을 돌보고...
부모님과 퇴근 후에도 상담하며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나의 마음도 오랜 시간 지쳐있었던 것 같다.
나 또한 마음의 돌봄이 필요해 학기 말부터 잠시 개인 상담을 받기도 했다.
잘하고 싶지만, 잘 해내고 싶지만,
아이들은 살아있는 존재이기에, 그 아픔을 내가 다 알 수 없기에....
내가 원하는 때에 아이들의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이기적인 마음일지도 모른다.
내일이면 다시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내가 사랑하는 우리 구름반 친구들.
귀여운 아홉 살 친구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우리 아이들.
아이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아직 아이들의 문제를 척척 해결해줄 수 있는 교사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아이들의 아픈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존재,
그 아픔에 손 내밀어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지금 다 변화하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내가 다 알 수 없는 아이들의 아픈 삶에서도
교실에서 있는 그 시간만큼은 빛과 희망을 경험하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다.
완벽한 선생님은 되지 못해도,
따뜻한 선생님은 되어 주자.
조금 더 기다려주고
조금 더 인내하고
조금 더 사랑하자.
구름반 친구들 기다려.
너희들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여울샘이 달려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