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의 교실 개학 풍경은? _ 서클로 만나기

서클로 만나는 우리의 첫 날

by 여울샘


드디어 개학 일이 되었다.

구름반 친구들 볼 생각에 출근 길이 생기 넘친다.

나무들이 펼쳐준 초록 길을 걸으며,

따스한 햇살에 하나님도 오늘

나를 축복해주시고 싶으신가 하는 생각을 하며

기쁜 마음으로 길을 걷는다.

왠지 세상이 다 아름답게 보이는 이 아침!


교실에 들어와 오늘 할 서클 질문들을 준비하며 아이들을 기다린다.

한 명, 한 명 방학 동안 보지 못해 조금은 어색하고 또 반가운 표정으로

들어오는 구름반 친구들.

환영하는 마음으로 웃으며 맞아줘야지.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맞이하며 방학은 잘 보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환한 얼굴로 물어보았다.

시간이 되면 교실로 모두 오는 우리 아이들,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

가끔은 이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아이들이 3주라는 시간 동안

가정에서, 휴가를 가서도 안전하고 건강한

시간을 보내고 다시 이렇게

구름반의 교실로 24명이 모인 것이다.

이 얼마나 감사하고 축복된 일일까.

그런 생각을 하니 아이들을 보는

내 눈에 이유 모를 눈물이 조금 맺혔다.


우리 학급에서 사용하는 드로잉 북에 자신의 여름 방학의 추억들을 그려나갔다.


"선생님 저는 여름 방학에 수영장 다녀왔어요."

"선생님, 저는 계곡 가서 시원하게 놀다 왔어요!"

"선생님, 저는 방학에 공부만 해서 재미가 없었어요. 차라리 학교 오고 싶었어요."

"선생님 보고 싶어서 얼른 학교 오고 싶었어요."


조잘조잘

재잘재잘

얼마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지

그림을 그리면서도 선생님, 선생님~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줘야지.


아이들과 둥글게 앉아 2학기를 여는 구름반의 서클을 시작한다. 회복적 교육에서 서클은 학급의 평화로운 공동체성을 쌓아나가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과정이다. 우리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둥글게 앉아 토킹 피스를 가지고 자신의 마음과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나와 다른 친구들이 학급에서 지내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어른들도 회사나 가족 안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듯이. 하지만 우리가 공동체로 만났기에 서로의 마음과 중요한 가치들을 나누며 다름을 이해하고 끊임없이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이야기를 나눈다. 북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이 자신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닥불 앞에 모여 늦은 밤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처럼.


"구름반 친구들, 서클을 시작하기 전, 우리의 마음을 모으는 침묵으로 초대하겠습니다. 서클에서는 침묵을 오히려 환영하고,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시간으로 사용합니다. 침묵을 하시면서 천천히 호흡에만 집중을 해주시면 됩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공간 열기로는 하트 모양의 토킹 피스를 친구에게 전하며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느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자신의 오른쪽에 있는 친구들에게 하트 모양의 토킹 피스를 천천히 건네주세요.


서클은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공감으로 듣는 대화 방식입니다. 서클에서 모든 목소리를 환대하며, 모든 사람이 진행자가 던지는 질문에 동등한 기회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침묵을 선택할 경우 잠시 침묵 후 옆 사람에게 토킹 피스를 건넵니다. 둥글게 앉는 것, 그리고 토킹 피스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모두가 동등한 힘을 갖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제 돌아가며 서클의 주춧돌, 센터피스 주변에 놓인 서클 안에서 지켜야 할 약속을 함께 읽어본다.


- 깊이 있게 듣습니다.

- 가슴으로 말합니다.

- 서로의 이야기를 보호합니다.

- 침묵도 서클의 한 일원임을 압니다. 서클에서 침묵이 흐를 경우 어색해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 호기심으로 질문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목소리가 서클에서 들릴 때 호기심으로 질문하며 듣습니다.




이제 체크인 질문, 즉 여는 질문을 할 차례이다.

"우리는 1교시에 여름 방학 때 어떻게 지냈는지 그림을 통해 표현했어요. 비눗방울 모양의 동그라미 가운데 그려진 여러분의 여름방학 추억을 함께 나누어볼까요?"


그리고 연결 질문이 시작된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어떤 친구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2학기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어떤 친구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은 우리가 공동체에서 삶을 살아갈 방향성을 묻는 질문이다. 그 방향에는 아이들이 소중히 생각하는 가치가 담기게 된다.


질문은 교사가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질문을 직접 만들거나 책이나 질문 카드를 참고하여 선택할 수 있다. 서클의 목적이 무엇인지 계획하며 질문들을 정하고 전체 흐름을 설계해 나가면 된다. 서클은 어린아이들부터 성인들까지 함께 할 수 있기에 연령대와 정체성에 따라 진행자가 질문을 적절히 선택하면 된다.


우리 구름반 친구들은 초등학교 2학년 친구들이다. 사실 가만히 앉아서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 쉽지 않을 연령대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서클의 시간을 너무 좋아해서 쉽지 않더라도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존중하며 듣기 위해 노력한다.


"저는 우리 반 친구들에게 사랑이 많은 친구로 기억되고 싶어요."

"저는 지혜가 많은 친구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평화를 만들어주는 친구가 되고 싶어요."

"저는 존중하는 친구가 될래요."

"여유 있는 친구로 기억되고 싶어요."


토킹 피스를 쥔 아이들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이야기 안에는 그 마음이 진실하게 담겨있다. 종종 이야기하고 싶지 않거나, 부끄러워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서클에서는 침묵 또한 환영하기 때문에 그 마음을 인정해주고 다음 친구에게 순서를 넘겨주면 된다.

두 번째 연결 질문이다.

"우리 반이 사이좋은 반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에게 남은 2학기, 4 달이라는 길게도, 짧게도 느껴지는 시간 동안에 우리는 더 많이 사랑하고 존중하는 추억을 쌓아갈 것이다. 그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센터피스에 놓인 가치 카드를 통해 우리 반에 필요한 가치를 구름반 친구들이 하나씩 선택한다.


'행복, 공동체, 친절, 양보, 책임, 여유, 공감, 실천, 배려...."


24명이 선택한 가치 중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어느 아이 하나 소중하지 않은 아이 없듯이...


서클을 통해서 아이들은 경청과 존중, 그리고 자기표현을 배워간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다른 친구들과도 충분히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경험하고 느끼는 순간이다. 우리는 그렇게 평화로운 서클과 함께 개학을 맞이했다.



사실 아직은 어린 초등학교 친구들과 서클을 진행한다는 것은 교사에게 많은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교사가 먼저 인내해야 하고, 마음으로 아이들을 존중하며 들어야 한다. 2시간 정도 서클을 진행하고 나면 온 몸의 에너지가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교실 속 평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농사를 짓는 것과 그 본질에 있어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3-4월, 아이들은 서로에 대해 이미 고정된 이미지를 가지고 만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싫어하는 친구, 나를 괴롭히고 놀렸던 친구,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 나는 아이들을 처음 만날 때 부탁한다. 우리가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지만, 우리 구름반 공동체가 되었으니 그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해보자고. 그 과정에서 서클은 참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냥 마음에 들지 않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둥글게 앉아 계속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저 친구도 나름 그럴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 그 친구도 나랑 잘 지내고 싶은,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은 내면의 욕구를 나처럼 갖고 있다는 것. 결국 우리는 서로 조금만 이해하면 함께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1학기 때 매일 감정, 욕구 나누기, 서클과 명상, 공감적 경청, 비폭력대화, 갈등 해결 훈련을 통해 열심히 교실 속 평화의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시기를 갖다 보면 2학기에는 놀랍게 변화된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친구의 작은 놀림과 장난에도 크게 화내고 주먹 먼저 나가던 아이들이 점점 친구에게 그 행동으로 인한 나의 감정을 설명하고 부탁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행동을 했던 친구도 인정과 진정한 사과, 약속을 해간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마음속 화가 줄어들고 교실 상황을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함께 지내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학교에서 문제 아동이라고 오랜 시간 불렸던 아이도 교실 속 공동체 형성에 대한 노력과 함께 교사의 상담, 학부모님과의 협력, 전문 상담까지 함께하게 되면 내가 만난 아이들의 95%이상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성장했다. (학교 교육과 상담으로는 변화가 쉽지 않은 치료적 영역이 필요한 아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남은 5%를 남겨 두었다.) 무엇보다 선생님을 존중하고 친구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행동이 한순간에 모두 다 바뀔 수 없더라도, 이 친구가 노력하고 사과하고 변화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면 학급 친구들도 더 응원하고 작은 변화에도 손뼉 치게 된다. 그 응원에 아이도 힘을 얻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공동체가 되어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이다.


2022년 3월, 하루에 5-7번 가까이 갈등이 일어나던 구름반 친구들은 1학기 말부터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 이상 아이들이 작은 일로 싸우지 않는다. 소소한 갈등도 스스로 해결하고, 평화 두레(또래 중재)에게 갈등 중재를 요청한다. 자신의 감정도 말로 설명한다. 아이들은 깊이 있게 성장해갔다. 마음의 공간이 점차 넓어지고 여유가 생겨 갔다. 나와 다른 친구의 행동도 조금 더 여유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아이들로 성장해갔다. 나는 이것이 어른들에게도 참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의 사회 속에서는 서로가 다르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비난과 혐오, 갈등이 넘쳐나는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우리는 매일 경험하고 있다.


매일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마음에 깊은 감동을 느끼곤 한다. 그것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나는 교사로서의 가장 큰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다른 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갈등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아이들은 어떤 존재로 성장해갈까.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참 기대된다.

우리 아이들이 만들어 갈 세상이 참 기대된다.

그 희망을 만들어가는 일,

나는 그것이 교직이라고 생각한다.



- 여울샘의 회복의 시선 브런치를 구독해서 교실 속 희망을 만들어 나가는 길에 함께 해주세요. :)

- 여울샘의 글과 함께하는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eoul_sam

- 카카오 뷰에서 여울샘의 회복의 교실을 추가하고 My뷰에서 모아보세요.

여울샘의 카카오뷰 바로가기

http://pf.kakao.com/_Exdxcxhxj







매거진의 이전글개학을 맞이하는 선생님의 마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