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울샘 Aug 19. 2023

마음이 아픈 자신을 용서하기

나를 가장 괴롭혔던 존재는 나였음을


몸을 다쳐 아픈 사람에게, 그래서 잠시 하던 일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던 사람에게 비난을 하는 사람은 없다. 몸이 아픈 사람에게 왜 자신의 연락을 받지 않냐며 비난하는 사람 또한 없다. 아픈 사람에게 가장 우선이 되는 일은 스스로를 돌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 마음이 아픈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긴 시간 세상의 일들을 홀로 감내해 오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 그 아픈 마음을 누르고 누른 채 오직 홀로 그 책임을 다하고자 했다. 자신의 일들도, 세상의 일들도 홀로 책임지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음은 더 이상 해낼 수 없다고 외쳤지만 그는 그 목소리를 외면했다.


결국 마음은 제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주인을 외면하고 스스로 살아갈 길을 찾는다. 그것은 세상에서 주인을 데려와 깊은 휴식을 취하게 하는 것이었다. 마음은 쉬지 못했던 주인에게 기나긴 밤을 허락했다. 그 어떤 세상사에도 흥미를 잃게 만들고 쉬는 것 밖에 할 수 없도록 어둠을 허락했다. 주인은 그 시간을 고통이라 여겼지만, 마음은 쉼의 선물을 주었을 뿐이었다. 


기나긴 어둠의 시간이 끝나고 주인은 스스로를 탓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어둠을 지나며 해오지 못했던 일들을 바라보았고, 많은 이들의 연락을 받지 못했던 행동들을 무책임했다며 스스로를 비난했다. 그는 몸이 아픈 자신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마음이 아팠던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었고 용서할 수도 없었다. 마음은 그에게 물었다. 내가 당신에게 준 기나긴 밤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겠냐고. 


마음의 주인이었던 그는 이제야 깨달았다. 그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아팠던 스스로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그것은 마음을 오랜 시간 돌보지 못했음에 대하여 용서를 구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무엇보다 아픈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어 자신을 괴롭혔던 스스로를 진정으로 용서하는 일이라고. 


우리에게 온 모든 아픔은 우리를 가장 깊은 삶의 본질로 데려다줄 것임을 알고 있기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