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울샘 Aug 24. 2023

우울이 떠나보내는 관계들

우울의 폭풍이 내 삶을 지나갈 때. 내 삶에서 경험한 것이 한 번의 우울이 아니기에 익숙해질 것 같다가도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우울 속에서 잃게 되는 관계들이다. 내면이 우울로 접어들 때 가장 첫 번째로 일어나는 일은 어떤 것에도 관심과 의욕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삶에서 다양한 이들이 펼쳐져도 그 어떤 것에도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그 흥미를 가질 에너지조차 내면에서는 나오지 않게 된다.


평소에도 많은 이들과 관계를 맺기보다는 내가 정말 신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편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관계는 나의 에너지만 소진시키곤 한다. 그리고 연락을 자주 주고받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우울의 시기에 들어설 때, 그것을 스스로 극복하기가 너무 힘들 때면 내가 믿었던 이들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아픈 마음을 나누고는 했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지 못한 채.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을 삶에서 가지고 살아간다. 아무리 소중한 관계더라도 상대가 나에게 전하는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울 때 그것이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부담이 되는 관계가 되었을 때 내 삶에서 소중한 인연은 사라지게 된다. 때로는 어둠의 시기에 소중한 이들과 연락을 하지 못한 채 홀로 그 시간을 보내다 잃게 되는 인연들도 있었다.


익숙해질 것 같다가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

그것은 내게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것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