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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Sep 05. 2022

꼭 글 쓰는 삶을 살아야 해?

글쓰기는 어떤 변화를 만들까.


글쓰기와 내 삶의 만남


브런치에 글을 꾸준히 쓰기 시작한 지 4달째가 되었고 어느새 42개의 글이 브런치에 차곡차곡 쌓이게 되었다. 나는 왜 다시 글쓰기를 시작했을까. 글쓰기는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내가 스스로 글을 쓰는 행위를 시작했던 것은 학창 시절이다. 나는 초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매일 다르게 내주시는 일기 과제를 정말 즐겁게 했었다. 월요일이면 시 쓰기, 화요일에는 편지 쓰기, 수요일에는 만화 그리기, 목요일에는 일기 쓰기, 금요일에는 종이 접기처럼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일기가 지겨운 과제가 되지 않도록 재미있게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나는 그것이 왜 그리 즐거웠는지 오늘은 또 무슨 이야기로 글을 쓸까, 종이 접기를 할까 길을 걸으면서도 생각하며 나만의 창작 세계를 펼쳐나갔다. 그 몇 권의 분홍색 일기장은 아직도 우리 집의 보물이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어서도 나는 방학이면 독서 리스트를 만들고 꾸준히 책을 읽어 내 생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공교육의 시스템을 견디기 힘들어했던 나는 그렇게 내 출구를 찾았던 것 같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 거야. 왜 학교는 이렇게 꽉 막혀있는 것 같지? 더 창의적일 순 없을까? 더 유연할 수는 없을까? 고등학생이 되어 정동우 선생님을 만난 이후 나는 더 글쓰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당시 교무부장이셨던 그리고 한문 선생님이셨던 선생님은 그 바쁘신 와중에도 새벽에 나와 우리를 위한 철학 논술 토론 모임을 준비하셨다. 나는 그 시간이 고등학교에서 경험한 시간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 10명 남짓한 우리들이 모여 철학책을 읽으며 세상에 대해 뜨거운 토론을 이어나갔던 기억. 그때 생각했다.

‘아 이런 것이 공부구나.. 공부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


생각이 트여가고 힘들게만 느껴졌던 고등학교 3년간의 유일한 출구였다. 힘든 줄 모르고 읽고 쓰고 토론하고 공부했다. 그리고 나는 교육 서적과 철학 책을 읽으며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나의 고민의 산물이었다. 그리고 입학 사정관제가 교대에서 처음 생겼던 대학을 찾아 1박 2일간의 면접과 토론을 거쳐 나는 교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 전형이 아니었다면 나는 수학 성적 때문에 교대에 갈 수 없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공부로 지쳐있던 고등학교 시절 나를 위로한 것도 결국 글쓰기였다. 혼자 어두운 방에서 스탠드 하나 키고 음악과 함께 글을 쓰면 현실의 모든 고통이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지고 다시 새로운 힘이 생겨났다. 그것이 과정임을 인식할 수 있었고 나에게는 이 길을 걸어갈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글쓰기는 내 삶의 모든 순간 나의 삶을 세우고 위로하고 꿈을 이루게 해 주었던 힘이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쓰는 등 무언가 창작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글을 쓸 때 내 창작의 욕구가 채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내가 글을 통해 이루고 싶은 성장은


- 성찰과 치유

나는 글을 통해 성장을 이루기 전, 먼저 성찰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 교사로서의 삶, 가정의 구성원으로서의 삶…. 어느 것 하나 쉬운 삶이 없다. 그저 삶을 살아가기만 하면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삶에 고통이 되거나 힘들다고 느껴지는 감정에 빠져 그저 ‘살아내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특히 교실에서의 삶은 매일 쉽지 않은 상황들이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게 된다. 나를 힘들게 하는 아이나 부모님을 만나기도 한다. 그때 내가 성찰하지 않고 그저 그들을 미워하고 나를 힘들게 하는 존재들로 인식한다면 나는 어떤 성장도 이루어가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회복의 교실’을 주제로 글을 쓰는 이유는 한순간 한 순간의 의미와 이유를 발견하고 내 마음의 소리를 듣기 위함이다. 실제로 힘든 일이 있더라도 그것이 글로 바뀌고 나면 내 마음의 소리를 발견하게 된다. 사실은 잘 해내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존재, 변화를 이끄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나의 마음의 소리이다. 그렇게 나의 삶을 하나씩 매듭 지어가며 살고 싶다. 글을 쓰는 삶은 그렇기에 매 순간 단단해지는 것이다. 강해지는 것이다. 그 의미가 충만해지는 것이다.


- 성장과 자기 확장

글쓰기가 성장과 자기 확장을 가져온다는 것.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내가 배우고 실천하고 생각하는 것을 글로 쓸 때 나의 배움은 기록이 되고 그 기록은 나의 배움을 더 명료화하게 해 준다. 그저 책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리하고 생각하고 글로 쓴다면 그 배움의 효과는 몇 배가 될 것이다. 여러 모임을 통해 얻게 되는 배움도 마찬가지이고 혼자서 하는 공부도 그렇다. 기록을 통해 내가 무엇을 공부해왔는지 나의 역사를 정리할 수 있으며 그것은 내 세계가 확장되게 만든다.


그리고 꾸준한 공부는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해 준다. 글쓰기를 통해서 다양한 영역에 있는 이들과 글로 만날 수 있게 해 주었고 그들의 글을 통해 알게 모르게 나의 생각의 확장이 일어났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꾸준한 공부와 다른 이들의 생각과의 융합은 나에게 새로운 창의성을 불러와 다른 삶에도 도전하게 해 준다. 내 세계를 창조하며 살아가는 삶,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 세상을 바꾸기

어제 강의를 통해 들었던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싶은가?’의 질문과도 연결된다. 재미있게도 나는 어릴 때부터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왜냐면 너무도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내 눈에 보이는 한국 사회는 갑갑했고, 온갖 사회적 기준으로 개인을 평가하는 이들은 무례했고, 교육은 그 틀 안에 갇혀 있었다. 어른들은 대학만 가면 된다는 말로 우리를 속인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대학을 간다고 바뀌는 것은 없었다. 김미경 선생님은 ‘세상은 개인이 바뀌는 만큼, 딱 그만큼만 바뀐다.’고 이야기하셨다. 하지만 내가 속한 세계는 크지 않으니 나는 공동체를 만들어 많은 선생님들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성장하는 것을 돕고 싶다. 그들의 삶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선생님 한 명 한 명이 변화하는 것은 세상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들은 수십 명의 아이들과 매일 함께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공동체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 내가 어디를 가든지 공동체를 만드는 이유이다. 학교에서도 회복적 교육 공동체를 만들어 선생님들과 함께 공부하며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교실은 그렇게 천천히 변화하고 있다.



- 꾸준히 글을 써나간다면 10년, 20년, 30년 후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우선 나는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회복적 교육과 트라우마 치유, 사회적 구조에 대해서 깊은 공부를 하고 올 수 있게 될 것이다. 앞의 10년은 그렇게 도전하고 공부하며 공동체를 만드는 시간이 될 것이다. 세계의 체인지 메이커들과 모여 세상을 바꾸는 방법에 대하여 토론하며 공부하고 그들이 변화시키고 있는 세상을 보고 올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교육의 명과 암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오고 싶다. 미국 사회는 그 인종적 다양성과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무엇 하나 정의하기가 힘든 사회이다. 총기 문제, 마약문제, 스쿨 파이프(학생을 감옥으로 보내는 사회문제- 이는 감옥이 사업이 되었기에 이권 문제와도 연관이 있음.) 등 사회 문제도 더 다양하고 깊어 보인다. 그렇게 희망 없어 보이는 국가 안에서도 누군가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들과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며 나의 세계를 다시 한번 넓히고 돌아올 것이다. 유학 가기 전에도 가고 나서도 열심히 과정을 기록해야지!


그 배움을 토대로 10년과 20년 차에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이들의 치유를 돕고 싶다. 아마 이것은 학교 안팎에서의 실천이 될 것이다. 선생님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아픔의 크기가 엄청나다는 것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기에 선생님과 그리고 가정에서 고통받는 아이들, 부모님들을 먼저 돕고 싶다. 예술을 통한 트라우마 워크숍을 만들어 회복적 교육의 서클과 함께 실천해갈 것이다. 그리고 온라인상에서도 회복적 교육, 글쓰기, 영어 공동체를 만들어 많은 선생님들께서 자신 있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어떤 도전이든 할 수 있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30년 후면 60대가 될 테니…. 그땐 이제 학교를 떠나 예술인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전시를 열고 싶다. 화가는 교사로 꿈을 갖기 전 나의 어린 시절 소중한 꿈이었다. 그 꿈을 잊지 않고 있고 최근에도 전시를 열기도 했다. 예술과 예술을 통해 사람들을 돕는 삶을 살아가고 싶고, 꾸준히 자산을 모아 정말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고 싶다. 보호 종료 아동, 미혼모, 독거노인분들에게 공동체를 선물하고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배움을 선물하고 싶다. 기회가 공평하지 않은 세상이니 그 기회를 선물하고 싶다. 이것이 내가 글쓰기를 통해 살아가고 싶은 삶이다. 누군가는 내게 참 이상적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나는 언제나 내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왔기에 그것은 현실이 될 꿈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 공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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