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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샘 Sep 14. 2022

가족과 잘 '대화'하고 계시나요?

서클이 필요한 공동체, 가족


진심 어린 대화가 너무도 필요한 공동체.

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본 기억을 떠올리기 어려운 공동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가족이 아닐까.


가족은 삶의 시작부터 그 마지막까지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다. 우리는 누구나 가족을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그 사랑을 표현하고 싶을 것이다. 언제나 가족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고 나의 삶을 모두 헌신하여도 아깝지 않다고 느낄 것이다. 내가 삶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과 기쁨을 나누고 싶고 밑바닥에 있다고 느껴질 때의 좌절과 고통도 진실하게 나누고 싶을 것이다. 때로는 삶이 너무 지쳐 힘이 들 때, 가족 중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고 기대고 싶었다고 이야기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과 이런 대화를 마음을 열고 나눌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그 마음을 왜곡되게 표현하고 그로 인해 상처를 주고받고 서로의 마음을 닫게 되는 경험을 많이 하곤 한다. 사회에서는 고맙고 죄송하다고 수도 없이 이야기하지만 정작 가족에게는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꺼내는 것이 어찌나 어려운지.... 긴 시간이 흘러 후회할만한 것 하나를 택한다면, 가족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


나는 학교에서 그리고 교실에서 심지어 학교 밖 외부에서 회복적 교육을 강의하고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회복적 교육의 중심에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서클'이라는 대화 방식이 있다. '서클'은 어쩌면 우리에게 익숙한 것일 수 있다. 우리가 학창 시절 수련회에 가서 했던 캠프 파이어를 떠올려 보자. 어두운 밤 둥글게 앉아있고 우리의 중심에는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피어오르는 모닥불이 놓여있다. 우리는 그 타오르는 모닥불을 중심에 두고 가족에 대한 사랑과 후회, 미안한 마음을 나누었다. 그리고 다 함께 가족을 떠올리며 눈이 붓도록 울던 기억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서클에 함께한 사람들은

둥글게 앉아 그들의 이야기,

가치, 꿈을 함께 나누고


뭇 생명들의 일치를

만들어내며

한 사람도 버려지지 않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소망과


마침내 하나로 결합된

우주의 지혜를 만들어 갑니다.'


_William Tweed Kennedy




서클은 그렇게 둥글게 앉아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마음으로 듣는 대화이다. 이 대화를 위해서 모닥불 대신 가운데 센터피스를 준비한다. 센터피스에는 우리 공동체의 중요한 상징물들을 두고는 한다. 그리고 토킹 피스라는 이야기 조각을 돌리며 순서대로 주제에 따라 이야기한다. 토킹 피스는 말하는 사람이 더 잘 이야기할 수 있도록, 듣는 이는 경청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모두가 평등하게 발언권을 가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주제에 따라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서클을 학급에서 공동체 형성을 위해 자주 사용하고 있고 많은 선생님들과 그 경험을 나누었다. 근데 정작 가족들과는 이 경험을 나누지 못했다는 마음의 부담감이 있었고 가족들과 이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족들과의 글램핑을 계획하던 중 이 소중한 시간에 서클을 함께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첫 글램핑에서는 우리 가족들과 이모네 가족이 함께했다. 우리의 시선에서는 텐트 앞 앞에 강과 풀이 펼쳐져 있었고 모두가 집을 떠나 오랜만에 만끽하는 여유에 마음이 열려 있었다. 저녁이 될수록 어둑어둑해지는 하늘의 변화를 바라보는 것도 즐거웠고 피부를 스치는 바람을 느끼는 것도 좋았다. 주변 텐트에서 들려오는 가족들의 웃음소리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둥글게 앉아 서클을 준비했다. 잠시 침묵을 하고 아래 질문에 대해 나누기 시작했다. 첫 번째 서클에서 나누었던 질문이다. 아래 질문들은 모두 가족들이 직접 대화 카드에서 선택했다.


1. 가족에게 가장 서운했던 기억은?

2. 가족이 정말 소중하다고 느꼈던 순간은?

3. 나이, 돈, 주변 시선과 상관없이 도전하고 싶은 일은?

4. 이 자리를 빌려 가족들에게 약속하고 싶은 한 가지는?


예상했듯, 오랫동안 묵혀 놓았던 갈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박성용 목사님의 회복적 서클 플러스에서는 이를 서클의 그림자라고 부른다. 사회적 기준과 가족 문화로 인해 받아들여지지 않은 자아는 내면의 어둠 속으로 숨게 되고 우리는 가족 안에서 허용되는 자아를 사용하며 살게 된다. 하지만 그 어둠 속 그림자가 된 자아는 여전히 존재하고 내 삶에 불쑥불쑥 나타나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1번 질문은 그 그림자를 드러내는 질문이었다. 평생을 함께한 가족이라는 공동체에서 상처가 존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긴 시간 삶을 살아내느라 묻어 놓았던 상처와 갈등은 우리의 건강한 의사소통을 방해한다. 계속 그 상처가 나오기 때문이다. 모두가 가족에게 서운했던 기억을 나누기 시작했다. 자녀들은 부모님에게 서운했던 기억, 어렸을 적의 양육 방식으로 상처받았던 기억을 나누었다. 부모님들은 원가정에서 뿌리 깊게 존재했던 상처를 나누었다. 그리고 서로의 말과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 의도를 나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사랑이자 희망이고 살아갈 이유가 된다. 2번 질문을 통해 가족이 소중하다고 느꼈던 때를 나누었다. 나는 결혼식을 할 때 모두가 발 벗고 결혼식을 위해서 준비하고 노력해주었던 시기를 이야기했다. 나는 가족과 친척들에게 브라이덜 샤워를 받았었고 당시 한 명 한 명이 눈물을 흘리며 축하의 마음을 전해주었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삶의 중요한 순간에는 언제나 가족들이 함께했다. 그리고 3번 질문을 통해 내면의 욕구를 탐색한다. 그 질문 속에서 가족들이 어떤 삶을 꿈꾸는지 지금 어떤 것이 힘든지 엿볼 수 있었다. 오랜 시간 일하시느라 가족을 잘 돌보지 못했던 어머니는 이제 가족을 돌보는 삶을 살고 싶다고 이야기하셨고, 가족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했던 큰 이모는 남편과 함께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며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하셨다. 작은 질문 속에서 우리는 이렇게 가족 구성원의 고통과 소망을 동시에 발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내가 약속할 수 있는 것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다 지킬 수 없을지라도 서로의 마음이 전해지며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다.



두 번째 서클은 이번 명절의 글램핑에서 나누었던 질문이다. 우리 가족은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서클을 시작했다. 나무를 태우며 불타오르는 모닥불에 우리의 삶의 고통과 아픔이 모두 씻기어지고 다시 새로운 마음이 되기를 기도하며 서클을 시작했다. 서클의 약속인 주춧돌을 나누었다. 환대를 주고받으며 이 순간에 현존하기. 확신, 기쁨 성공뿐 아니라 의심, 두려움, 좌절에도 깨어 현존하기. 우리의 내면을 초대하며 진실로 이야기하기. 이 소중한 주춧돌이 서클을 더 안전하게 만든다.




두 번째 서클에서 우리 가족이 나눈 질문이다.


1. 부모님의 교육관 중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2. 우리 가족과 다른 가족의 가장 큰 차이점, 강점은?

3. 20년 뒤 가족들과 함께 열어 볼 타임캡슐이 있다면 넣고 싶은 것은?


의미 있게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할머니 때부터 부모님, 우리에게 이어지는 우리 가족의 교육관과 강점에 대해서 서로가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모두 느끼고 공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먼저 우리는 할머니께로부터 책임감과 사랑, 어려운 이들에 대한 연민과 긍휼을 선물 받았다고 느꼈다. 할머니는 산골에서 5 남매를 키우시며 나물 장사부터 시작하셔서 식당 운영까지 거의 홀로 가족들의 평생의 생계를 책임져 오셨다. 그렇게 치열하고 쉽지 않았을 삶을 살아오시면서도 할머니께서 불평 한 번 하시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도시에서 손주들이 오면 손주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하나하나 기억하셔서 식당 운영으로 바쁘실 텐데도 그 음식을 챙겨주시고는 하셨고 넘치는 사랑으로 언제나 손주들을 환영해주셨다. 내가 좋아하는 오징어 젓갈, 감자전, 가지나물을 기억하시고 매번 해주셨던 할머니를 기억한다. 그리고 할머니 품 속에서 긴 밤을 사랑으로 품어주셨다.


그리고 그 책임감과 사랑, 긍휼의 마음은 엄마에게로 그리고 우리에게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가치들은 우리 자녀들의 삶 속에서 사랑, 가치 추구, 미래 지향, 개인의 삶을 존중하는 형태로 피어나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언제나 도전하고 성장을 추구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도 어려운 이들에 대한 긍휼과 사랑의 마음을 놓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우리 가족의 진정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가는 이들은 '지식'이 많은 이들이 아니다. 올바른 가치와 인간에 대한 사랑을 추구하며 자신의 역량으로 세상을 돕는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오빠와 나는 그렇게 우리가 믿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서클이 아니었으면 평생을 가도 나누지 못했을 우리의 마음의 이야기를,

서클 덕분에 우리 가족은 풍성하게 나누고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진심 어린 대화가 너무도 필요한 공동체.

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본 기억을 떠올리기 어려운 공동체가

가족이라고 믿는다면 가족과 함께 서클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가족과 함께 나눌 질문 몇 가지와 둥글게 앉아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것,

그리고 토킹 피스 하나면 충분하다. 가정 안에 있는 무엇이든 토킹 피스가 될 수 있고

우리는 이미 서클의 지혜를 내면에 가지고 있으니까.




가족 서클 진행 방법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로 '가족 서클 시연' 영상을 확인해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skysQ0LgDlQ

질문카드는 테이블톡 패밀리버전 사용했어요. 내돈내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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