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구어말뭉치에서 맨스플레인 찾아보기

맨스플레인(mansplain)은 '남성(man)'과 '설명하다(explain)'를 결합한 단어다. 남성이 여성은 무언가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설명해주는 행위를 말한다. 

자신이 전달하려는 정보를 청자가 아는지, 모르는지에 대한 화자의 가정을 '정보구조'라고 하는데, 이러한 정보구조는 한국어에서 종결어미를 통해 드러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거든'이라는 종결어미를 사용하면 화자는 청자가 자신이 말하는 주제를 모를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고 '-잖아'라는 종결어미를 사용하면 청자도 알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맨스플레인과 결합해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울 수 있다. "남성 화자는 여성 청자에게 '-거든'과 같은 종결어미를 많이 사용하며, 여성 청자가 남성인 자신이 전달하려는 정보를 모를 것이라는 가정을 자주 드러낼 것이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담화에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때 사용되는 정보구조가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지 분석해보았다. 분석 데이터로는 세종구어말뭉치를 사용했다.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지 여부는 ‘X이라는 Y’ 구가 사용되었는지 여부로 판단했다. (참고) 세종구어코퍼스에선 총 927개의 신정보를 제시하는 문장이 있었다. 이 중 여성 화자의 발화는 442개, 남성 화자의 발화는 485개, 여성 청자에게 하는 발화는 126개, 남성 청자에게 하는 발화는 128개였다. 이 발화들에 사용된 종결어미를 통해 화자가 선택한 정보구조를 알아보았다. 전체 코드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1. 화자의 성별에 따른 정보구조 

대부분의 발화에서 정보구조가 드러나지 않아 데이터가 매우 풍부하진 않았다. 정보구조를 드러낸 여성 화자는 57명, 남성 화자는 55명이었다. 이 중 화자만 알고 있다고 전제한 화자는 남성이, 화자와 청자 모두 알고 있다고 전제한 화자는 여성이 더 많았다.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화자가 화자만 알고 있다고 전제하며 새로운 정보를 언급한 예시 

a. 독립국이라는 단어를 썼거든요?
b. 깁슨이라는 기타 회사가 있거덩?
c. 저축 계좌라는 뜻이거든 

여성 화자가 화자와 청자 모두 안다고 전제하며 새로운 정보를 언급한 예시
a. 재투성이 아가씨라는 그런 말이잖아요.
b. 우리 사회라는 게 뭐~ 여러분이 경험하는 모든 일들이 사회잖아요.
c. 윗사람에 대한 예절이나 예의라는 개념 자체가 윗사람에 대한 어떤 개념이잖아요. 

2. 청자의 성별에 따른 정보구조 

여러 명이 함께 대화에 참여하고 있을 경우, 청자의 성별을 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매우 한정적이었다. 따라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값을 얻을 순 없었으나 경향성은 확인할 수 있었다. 

화자만 알고 있다고 전제한 경우엔 청자가 여성인 경우가 더 많았고, 화자와 청자 모두 알고 있다고 전제한 경우엔 청자가 남성인 경우가 더 많았다. 

청자가 여성일 때 화자만 알고 있다고 전제하며 새로운 정보를 언급한 예시

a. 군대라는 경험이 상당히 세거든요 그런 게,

b. 그~ 파란대문이라는 영화 있었거던
c. 파샤이라는 종족이거든요? 

청자가 남성일 때 화자와 청자 모두 안다고 전제하며 새로운 정보를 언급한 예시 

a. 여러분들 보라매라는 말 아시죠?
b. 아니 그래두 분위기라는 게 있잖아.
c. 윌이라는 건 뭐지?

정리해보면, 남성이 새로운 정보를 언급할 때는 본인만이 그 정보를 알고 있다고 전제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이 새로운 정보를 언급할 때는 모두 그 정보를 알고 있다고 전제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정보를 언급할 때 남성이 듣고 있다면 청자인 남성도 그 정보를 알고 있다고 전제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여성이 듣고 있다면 청자인 여성은 그 정보를 모른다고 전제하는 경향이 있다. 

결론적으로 세종구어말뭉치에서도 맨스플레인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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