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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Yeouul Oct 30. 2022

춘천에 이렇게 이쁜 카페가 많았나

친구와 글 쓰러 춘천 여행

나는 현재 호주 멜버른에 살고 있다. 2021년에 갑자기 한국에 가게 되었고 코로나로 인해 언제 다시 호주로 돌아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얼마나 한국에 머물지 정해진 게 없었기에 한국에 있는 동안 뭐라도 해야 했다. 그러다 인생 버킷 리스트였던 책 출간에 도전하게 되었고 첫 책을 출간하니 두 번째 책도 욕심이 났다.



2021년 3월 한국에 가서 자가격리를 무사히 마친 후 4월부터 책 출간을 준비했다. 그리하여 7월에 나의 첫 에세이인 <빈티지의 위안>을 출간하였다. 10월쯤 되었을 때 코로나가 완화되며 점점 많은 국가가 국경을 오픈하기 시작했고 이대로라면 호주도 머지않아 국경을 열 것 같았다. 조만간 호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 뭐라도 더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나의 두 번째 에세이 <멜버른의 위안>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때 당시 12월에 열리는 퍼블리셔스 테이블에 참가 신청을 해 놓은 상태였다. 목표는 이 행사에서 <멜버른의 위안>을 선보이는 것이었다. 10월에 다짐했는데 두 달만에 책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싶었지만 뭔가 모를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글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고 핑계 같아 보이겠지만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춘천이 왜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춘천으로 떠나고 싶었다. 지하철을 이용하여 편리하게 갈 수 있으며 춘천은 물가가 비싸지 않고 비교적 조용한 동네여서 작업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마침 직장을 그만두고 글을 쓰는 친구가 있었고 혹시나 해서 친구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하니 친구는 너무 좋다고 반응하였다.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숙박료도 아낄 수 있으며 친구와 함께할 춘천을 상상하니 그 여정이 너무 기대되었다.



우리는 정말 작업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5박 6일 짧은 일정이었기에 글 쓰는 것에만 몰두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빵과 커피를 먹고 호텔 창가에 앉아서 글을 썼다. 오후에는 블로그의 도움 없이 동네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다. 내가 강원도 출신이라 그런지 모든 음식이 너무나도 내 입맛에 잘 맞았다.







점심을 먹고 나면 친구와 카페에 갔다. 카페에 갈 땐 블로그의 도움을 받았다. 이왕이면 이쁜 카페에서 작업하는 게 집중이 더 잘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카페에서 글을 쓸 때 나의 준비물은 간단했다. 핸드폰, 핸드폰 거치대, 블루투스 키보드, 에어팟만 들고 갔다.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다니기보다는 아이폰 12 미니 작은 화면에 익숙해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뭐든 이뤄내고 싶은 게 간절하면 마음이 이미 그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대신 끝까지 가기 위해선 도중에 포기하지 않을 만큼 목표에 진심으로 절실해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건 과정의 고통을 견딜 만큼 좋아하는 걸 찾는 게 가장 우선이다.







카페는 하루에 두 군데를 옮겨 다녔다. 오랜 시간 작업하다 보니 카페에 좀 민폐인 것 같았고 환경을 바꿔줘야 답답한 기분이 환기되었다. 사실 별생각 없이 카페를 찾아다녔는데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춘천에 특색 있고 이쁜 카페가 너무 많았다. 카페마다 각각 테마도 다양하다. 빈티지 감성, 한옥, 옥상 테라스가 있는 곳, 돌로 지어진 건물, 호주 멜버른 콘셉트, 드로잉 카페 등 지루할 틈 없이 매일 다른 콘셉트의 카페를 투어 했다.







친구와는 카페에서 정말 사소한 대화조차 나누지 않았다. 카페에 도착하면 우리는 자연스레 각자만의 작업 환경을 만들고 이어폰을 낀 채 대화 없이 작업만 했다. 못다 한 이야기는 저녁에 술잔을 기울이며 나누었다.



놀랍게도 춘천에서 글이 너무 잘 써졌다. 그렇게 5박 6일 짧은 기간 동안 <멜버른의 위안> 초고의 80%를 완성하였다. 이후 셀 수 없이 여러 번의 퇴고가 있었지만 수정은 견딜 만했다.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백지에 글을 써 내려가는 게 훨씬 어렵다.







친구와 함께 춘천으로 떠나지 않았으면 과연 <멜버른의 위안>을 출간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 정도로 알차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가성비 좋은 비즈니스호텔에서 편안하게 묵고 춘천의 이쁜 카페에서 글을 쓰고 친구와 춘천 맛집을 돌아다니며 추억도 쌓았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춘천에서 보낸 시간이 없었으면 모두 해내지 못할 일이었다.



학창 시절에 학교에서는 '시크릿'이라는 자기 계발서가 유행했다. 너무나 유명한 책이기에 너도나도 돌려가며 읽었다. 친구들은 이 책을 읽고 정말 원하는 게 있으면 우주 만물이 도와준다는데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있냐며 농담하였다. 그런데 이제는 나이가 드니 시크릿 책에서 말하는 것이 어느 정도는 이해된다.



정말 원하는 게 있으면 그걸 이루기 위해서 어떤 수단이든 동원하게 된다. 그 과정이 쌓이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다다른다. 목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도전과 과정을 헤쳐가야 하는데 멈추지 않고 하다 보면 어느 순간은 자기 뜻대로 진행되는 것이 적어도 하나는 생긴다. 대신 그만큼 간절하고 절실히 노력해야 한다.



나는 여행을 통해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걸 얻으려고 노력했다. 핑계여도 좋으니 어디든 멀리 가서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나의 예산에 맞는 저렴한 호텔을 찾아야 했고 나의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적합한 환경과 조건을 고려해야 했다. 그냥 가고 싶다 해서 떠난 여행이 아닌 가성비와 작업 환경을 모두 고려하여 여러 번 검색하며 많은 시간을 투자하였다.



뭐든 이뤄내고 싶은 게 간절하면 마음이 이미 그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대신 끝까지 가기 위해선 도중에 포기하지 않을 만큼 목표에 진심으로 절실해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건 과정의 고통을 견딜 만큼 좋아하는 걸 찾는 게 가장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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