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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Yeouul Mar 04. 2022

호주에서 즐기는 나의 취미는 ‘ 보드게임’

더 이상 어렸을 때 추억이 아닌 보드 게임.

계속 한국을 왔다 갔다 해서 호주에 몇 년 있었다고 정의하긴 힘들지만 호주에서 지낸 지 7년은 넘었다. 호주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났고 다양한 경험을 하였다. 낯설기만 했던 호주에서의 삶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테마 카페, 실내 야구장, 만화 카페, 드로잉이나 공예 클래스 등 한국에는 즐길거리가 정말 많다. 반면에 호주에는 동네에 소소하게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 그래서 친구들과 집에서 노는 게 익숙해졌고 우리는 놀거리를 하나씩 찾았다.



호주에서 내가 제일 처음으로 구매한 보드 게임은 ‘도미니언’이다. 웬만큼 보드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다 알만한 유명한 게임이다. 이 게임은 호주에서 한 커플 집에 놀러 갔다가 알게 되었다. 도미니언 게임을 처음 해본 나는 절대로 그 커플을 이길 수 없었다. 도미니언은 자신만의 전략이 필요한 게임이다. 이미 수백 번의 플레이를 해온 커플을 이길 수 없었다. 내가 연속해서 졌지만 계속 플레이를 하고 싶었고 집에 돌아간 뒤에도 계속 게임이 아른거렸다. 그 커플이 말하기를 집에 놀러 와서 도미니언을 한 사람 모두 나중에 이 게임을 구매했다고 했다. 나 또한 거기에 포함되었다.



호주 생활 1년 차가 넘어갈 때쯤 유학생의 박한 생활이었지만 야심 차게 도미니언을 구매하였다.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올 때 가끔씩 도미니언을 하였다. 어느 날 새롭게 사귄 친구를 우리 집으로 초대하여 함께 보드게임을 했는데 진심으로 보드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였다. 그 이후 우리는 주기적으로 만나 게임을 하였고 집에 보드 게임이 하나씩 늘어났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보드 게임을 좋아하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카드놀이를 즐겼으며 중학교 때는 친구들과 보드 게임 카페에 자주 갔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하던 보드 게임은 할리갈리와 클루였다.


우리는 할리갈리를 할 때 우리만의 규칙이 있었다. 할리갈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한쪽 손으로는 귀를 잡고 종을 내려칠 땐 반드시 귀를 잡고 있는 손으로 내리쳐야 한다. 아마 보드 게임 카페에서 우리가 가장 시끄러웠을 것이다. 철없던 시절 민폐란 민폐는 다 끼치며 친구들과 다섯 개 과일 맞추는 게 뭐라고 깔깔대고 웃으며 재밌게 게임했던 기억이 난다.  



스무 살이 되면서 우리는 미성년자가 아닌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고 친구들과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고 축제를 즐기며 새로운 세상에 흠뻑 취해 있었다.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흥미에 빠져 더는 보드 게임을 하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보드 게임은 어렸을 때 했던 추억의 놀이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호주에 와서 친구들과 집에서 놀면서 즐길 거리를 찾다 보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보드 게임을 하게 되었고 우연히 보드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 함께 보드 게임 세계에 빠지게 되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어렸을 때 했던 할리갈리나 클루는 보드 게임이라 안 느껴질 정도로 고도의 전략과 기술이 필요한 보드 게임이 정말 많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고 보니 우린 꽤나 많은 보드 게임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무슨 게임을 할지 둘러보면 항상 할만한 게임이 없는 느낌이다. 여러 번 같은 게임을 하다 보니 지겨워진 것도 있고 보유한 보드 게임의 룰과 전략에 익숙해진 탓에 선뜻 끌리는 게임이 없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보드 게임 쇼핑이 필요했다.


그런데 새로운 보드 게임을 구매하면 새로운 룰을 익히기 위해 공부해야 하기에 조금 귀찮기도 하다. 재밌어 보여서 게임을 사놓고 공부하기 귀찮아 오랜 시간 게임을 방치해 두기도 했다.



어느  길을 걷다 우연히 창고형 보드게임 매장을 발견하였다. 호주에서 보드 게임을 즐기다 보니 보드 게임 가게를 꽤나 자주 들르곤 했는데 이렇게  매장은 처음이었다. 나의 목적지는 아니었지만 뭔가에 홀린  이끌려 들어갔고 보드 게임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몰랐다. 다른 보드 게임 가게에서는 보지 못한 게임도 많았고 확장판이라는 확장판은  있는  같았다.



이날 나는 도미니언 확장판을 구매하였다. 도미니언은 내가 처음 구매한 보드게임이기도 하며 현재까지도 가장 즐기는 게임이다. 그렇지만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기에 매번 확장판 구매를 망설였었다. 4년 동안 고민한 도미니언 확장판 구매를 이날 드디어 해결했다.


언젠가 집을 장만하면 한 방에 보드 게임이 가득해지지 않을까 싶다.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Instagram: @yeouulartㅣ@yeouul_illustrator

Youtube: 여울아트(Yeouul Art)ㅣ 여울여울

Website: https://yeouul.creatorlin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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