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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Yeouul Mar 18. 2022

호주에선 오지 카푸치노, 한국에선 아아

커피로부터 얻는 작은 위안

#멜버른커피

멜버른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리스타의 특색과 개성이 보이는 화려한

라테아트가 더해진 커피를 보면 절로 미소가 나온다.


나의 두 번째 에세이 <멜버른의 위안>은 커피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내가 멜버른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를 만큼 멜버른 커피는 나에겐 특별한 존재이다. 맛과 향, 모양까지 모든 게 완벽하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 커피 한 잔에 대략 AUD $4~5(3,569~4,461원, 2022년 3월 18일 기준)이다.


우리나라 카페의 커피값은 너무 많이 인상했다. 힙한 동네의 힙한 카페에서 마신다면 아메리카노 한 잔에 6,000원은 이제 놀랍지 않다. 그래도 카페 공간이 주는 위안이 있기 때문에 그걸로 만족한다.


멜버른의 카페는 이와 사뭇 다르다. 사람들은 작은 커피 잔에 담긴 커피의 맛과 향을 음미하며 잠시나마 오후의 여유를 즐긴다.



#오지카푸치노

나의 커피 주문은 언제나 카푸치노이다.

지난 11개월 동안 한국에 있으면서 이 맛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우리가 굳이 줄을 서서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행복을 알기 때문이다. 그냥 단순한 커피 한 잔이지만 완벽한 커피를 마신다면 그날 하루의 기분은 달라진다. 멜버른 커피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나는 가끔 기분이 지하로 꺼지려고 하는 찰나에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사 먹으며 그 기분을 달래었다.


#아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렇지만 호주에 있으니 아아도 가끔 생각난다.

호주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개념이 없다.

아이스커피가 있지만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올려서 디저트 느낌이다.


나는 커피를 굉장히 좋아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하루의 시작이 안 되는 기분이다. 한국에서 내가 주로 즐겨 찾는 커피를 아아이다. 카페에 앉아 글 쓸 일이 많았고 그렇게 1시간, 2시간 앉아 있다 보면 목이 타오른다. 아아에 가득했던 얼음이 조금씩 녹아가며 점점 연해져 가는 커피를 음미하는 것이 좋았다.



#그게뭔가요

예전에 카페에서 일할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아시안 손님이 아아를 주문했는데

호주 바리스타는 아아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커피에 얼음을 넣는 자체를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아아를 당연히 잘 아는 한국인 스텝이

에스프레소를 뽑아주면 자기가 만들어서

서빙을 하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호주 바리스타는 이건 커피가 아니라고

강조하며 자기가 만들었다고 하지 말라며

서빙하라고 했다.

무려 5~6년 전 일이다.

지금도 아아를 모르는 바리스타가 있을 것이다.


호주에는 아아가 없다. 아이스커피가 있긴 하지만 단일화된 메뉴이다. 카페마다 만드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아이스크림이 곁들여진 달달한 디저트 느낌의 커피이다. 콜드 브루를 취급하는 곳도 꽤 있긴 하지만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만드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얼죽아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오지 카푸치노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나는 얼죽아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메카 커피를 참 많이 이용했었는데…


호주에서 먹는 카푸치노도 좋지만 우리나라 길거리에서 흔하게 사 먹을 수 있는 저렴한 아아가 가끔 생각나기도 한다. 어떤 게 맛있다는 게 극히 주관적인 것처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내가 좋아하는 게 달라질 수 있다. 호주에도 좋은 게 있고 한국에도 좋은 게 있다. 각각의 상황에 맞게 내가 즐긴다면 그것이 바로 위안이 될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Instagram: @yeouulartㅣ@yeouul_illustrator

Youtube: 여울아트(Yeouul Art)ㅣ 여울여울

Website: https://yeouul.creatorlin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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