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일러스트 수업
나는 2014부터 2018년까지 호주에서 한국인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미술을 가르쳤다. 2018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여울아트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전시와 미술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했다. 2020년에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나는 다시 호주로 돌아갔고 여울아트 유튜브를 개설하여 미술 콘텐츠를 올렸다. 그리고 2021년에 개인 사정으로 인해 한국으로 돌아와 11개월 동안 머물며 미술 클래스를 진행했다. 이렇게 8년 동안 나는 한국과 호주에 오가며 미술 수업을 진행하였다. 현재는 다시 호주로 돌아와 일러스트 작업을 하며 전시와 신간 준비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림은 그리는 사람마다 각각의 성질과 성격을 선과 색에 담아낸다.
나는 현재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빈티지의 위안>과 <멜버른의 위안>의 저자이다. 예술 관련 직업을 갖는다는 건 안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 작가라면 작품이 팔려야 하고 또는 외주를 받아서 일하지 않는 이상 생계를 이어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으로 미술 수업을 시작한 건 2014년 호주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이다. 한국에서 미대 입시를 준비하고 서양화과를 전공했던 이력이 있기에 그림 그리는 거 하나는 자신 있었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해야 했기에 식당 서빙보다 수익이 더 나은 미술 과외를 해보기로 했다.
내가 주로 가르치던 수강생은 미대 입시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거나 미대를 재학 중인 대학생이었다. 물론 취미로 그림을 배우는 학생도 있었다. 정말 다양한 영역을 가르쳤다. 패션 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 산업 디자인, 건축 디자인 등 입시 준비를 하거나 전공하는 학생이었다. 그리고 취미로 그림을 배우는 수강생에게는 주로 수채화나 색연필, 아크릴 페인팅을 가르쳤다. 이 많은 범위의 미술 분야를 어떻게 가르치나 싶었지만 나는 한 가지에만 집중했다. 각자의 개성이 그림에 묻어날 수 있게 방향을 잡아 주었다.
수강생들에게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스타일을 잃지 않게 하는 데에 집중하여 가르쳤다. 그래서 리서치 과제도 많이 내주었다. 때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리서치하여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 오게 하였다. 이 밖에도 색상 리서치, *무드 보드(Moodboard) 만들기 등 스스로 그 영역을 탐색하여 자신의 작품에 자부심이 들 수 있게 도와주었다.
*무드 보드(Moodboard) : 이미지, 텍스트 및 구성의 개체 샘플로 구성된 시각적 표현 또는 '콜라주'의 한 유형입니다. 설정된 주제를 기반으로 하거나 무작위로 선택한 모든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무드 보드는 특정 주제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이나 느낌을 전달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출처: 위키백과)
미술 전공하는 학생이 아닌 취미로 그림을 배우는 수강생에게도 이와 비슷한 과제를 내주었다. 단순히 그림을 배우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나에게 더 이상 수업을 받지 않더라도 혼자 자기 작품을 고민하고 완성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런데 이 모든 수업은 1:1로 대면하여 개인의 성향을 내가 파악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걸 과연 녹화된 미술 온라인 강의에는 어떻게 녹여낼지가 의문이다.
2018년에 한국에서 여울아트 스튜디오를 오픈하면서 여러 클래스 플랫폼에서 클래스 개설 제안을 받았다. 그런데 나는 녹화된 똑같은 영상을 모든 수강생에게 일관적으로 보여준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건물 그리는 걸 가르칠 때는 네모난 형태 잡는 방법부터 알려줘야 하고 명암과 그림자 등 이론 수업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불편했다.
그림은 그리는 사람마다 각각의 성질과 성격을 선과 색에 담아낸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형태 잡는 방법 등 이론을 배운다면 애초에 본인이 가지고 있는 성질은 무시된 채 잘 그리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이것은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굳이 미술을 온라인 강의로 듣는다는 건 잘 그리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강의에서 이렇게 하나하나 형태를 잡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 수업 방식은 아니었기에 내가 마음을 다해 수업을 만들 자신이 없었다.
이렇게 미술 온라인 강의는 나의 계획에서 무산된 채 지나갔고 2021년에 '클래스유'라는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으로부터 또 다른 연락을 받았다. 이미 몇 차례 거절 메일을 보낸 나에게는 그리 달가운 연락이 아니었다. 그래도 연락받았으니 '클래스유' 사이트를 탐색해 보았다. '미션'이라는 활동이 새로웠다. 강의마다 수강생에게 미션을 줄 수 있고 이를 통해 소통할 수 있다.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으며 미션을 잘만 활용한다면 내가 원하는 수업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리는 그림을 똑같이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닌 각자 가지고 있는 스타일을 그림에 녹일 수 있도록 여러 팁과 방법을 알려 줄 것이다.
이번 생에 온라인 클래스는 절대 안 할 거로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개설하게 되었다. 아직 소개 영상만 올린 상태이고 정식 클래스 오픈은 6월이지만 소개 영상을 토대로 수강생을 미리 모집 중이다.
나는 유명한 작가도 아니고 인플루언서도 아니다. 이렇게 강의를 개설했지만 수강생이 모집되지 않을 수도 있다. 0명의 수강생이 모일지 10명의 수강생이 모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더 나은 결과로 도달할 수 있는지 모색해봐야 한다.
이번에 개설하는 강의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일러스트 수업>이다. 이 수업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스타일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강의가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강의 소개에서 반드시 강조한 것이 있다. 이 강의를 수강한 모든 사람이 나와는 다른 스타일의 그림을 보여줬으면 한다. 이전에도 강조했듯이 그림을 그릴 때 각 선과 색에 담아내는 자신만의 느낌이 있다. 내가 그리는 그림을 똑같이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닌 각자 가지고 있는 스타일을 그림에 녹일 수 있도록 여러 팁과 방법을 알려 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원하는 수업 방향이지만 영상에 어떻게 담아내는지가 관건이다. 촬영 준비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편집하며 여러 과정을 거쳐 하나의 강의가 만들어진다. 총 23강으로 구성된 이 강의는 총 23번의 과정을 거쳐야 온전한 하나의 강의가 만들어진다. 절대 쉽지 않다. 그래도 결심했으니 수강생이 0명 모인다 한들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어떤 결과가 초래되든 스스로 장단점을 모색하고 방법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 프리랜서의 일상이자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일러스트 수업> 소개 영상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Instagram: @yeouulartㅣ@yeouul_illustrator
Youtube: 여울아트(Yeouul Art)ㅣ 여울여울
Website: https://yeouul.creatorli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