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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Yeouul May 10. 2022

모든 것이 저장된 맥북이 고장 났어요

맥북 빅서 벽돌 현상 해결 방안 6가지 시도! 결과는?


나는 맥북 프로 15인치 2013 레이트(late)를 사용하고 있다. 아니 사용하고 있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아침에 일어나서 자연스럽게 노트북을 열고 하루를 시작했는데 고장 난 이후 엄청난 상실감이 찾아왔다.


매일 아침 나는 메일을 확인하고 글과 그림, 디자인 작업을 노트북으로 한다. 노트북 없이 지낸 지 이틀밖에 안 되었지만, 노트북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드물기에 엄청난 허망함이 찾아왔다.





나는 구형 맥북을 가지고 있지만 작업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맥북을 오래 쓴지라 OS 업데이트를 하면 자칫 느려질 수 있어 웬만하면 하지 않았다. 그러나 구형이라 업데이트를 안 하면 작동이 안 되는 것이 있어서 2018년에 모자브(Mojave)로 업데이트하였다. 그런데 2022년 3월 사파리(Safari)에 문제가 생겨 애플에 문의를 하니 macOS Big Sur로 업데이트하라고 하였다. Big Sur는 정말 신세계였다. 일단 전반적으로 디자인이 많이 바뀌었고 아이콘도 좀 더 심플해졌으며 편리한 기능이 많이 추가되었다. 두 달 동안 잘 사용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느 날 밤에 자동으로 업데이트가 되더니 그다음 날 벽돌 현상이 일어났다.





재부팅을 시도해 봤지만, 무한 사과의 반복이었다. 블랙 스크린에 하얀색 애플 로고와 업데이트 중임을 나타내는 하얀색 바에서 멈춰 있었다. 이렇게 멈춰 있는 현상을 맥 유저 사이에서는 벽돌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맥북 벽돌'을 검색해보니 너무나 많은 사람이 이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내 눈을 사로잡은 문구가 있었다.


'빅서(Big Sur) 벽돌'


그리고 이와 연관된 뉴스가 눈에 띄었다.


'빅서 업데이트 2013, 2014년 모델에서 자주 에러 발생'


내가 사용하는 맥북이 2013년형인데 이게 무슨 소린가 정말 이틀 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내내 검색에만 시달렸다. 애플에서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문제이니 구형 맥북은 Big Sur 업데이트를 잠시 보류하라는 관련 기사였다. 많은 맥북 유저들이 이미 빅서 벽돌로 고충을 겪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사람들의 후기를 읽어보고 내가 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찾은 6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1. 안전모드 부팅하기

전원 버튼을 누르고 재빨리 시프트(Shift) 키 누르기


결과 : 안전모드 부팅 불가능, 중간에 멈춤


2. 디스크 유틸리티로 검사/복구

전원 버튼을 누르고 재빨리 커맨드(Command) + R 누르기

디스크 유틸리티로 진입하여 검사/복구하기


결과 : 검사 후 부팅 시도해 봤지만 안 됨


3. Big Sur 재설치

전원 버튼을 누르고 재빨리 커맨드(Command) + R 누르기

Big Sur 재설치하기


결과 : 재설치 후 부팅 시도해 봤지만 안됨


4. 배터리 연결 및 USB 탈착하고 부팅 시도


결과 : 부팅 안 됨


5. 인내심을 갖고 최대한 기다려 보기

벽돌 상태인 업데이트 5시간 기다림


결과 : 부팅 안 됨


6. NVRAM(PRAM) 리셋 및 재설정

전원 버튼 누르고 재빨리 옵션(Option) + 커맨드(Command) + P + R 누르기

자세한 건 링크 참고(http://buttumac.com/post/372/)


결과 : 부팅 안 됨


*참고로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낸 것이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느니 참고만 해주세요.*





이렇게 나의 시간은 낭비된 채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 애플 서비스에 연락해봤지만 내가 시도했던 것을 똑같이 다시 해보기를 권유했고 부팅은 되지 않았다. 결국 애플 서비스를 찾아갔다.


인터넷에서 많은 후기를 읽어 봤지만 거의 다 데이터를 살리지 못하고 초기화를 했다고 한다. I/O 보드를 교체해서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사례를 보기도 했지만, 부정적인 결과가 더 많았다.


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모든 일과 관련된 자료가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다. 만약 노트북 안에 데이터가 날아간다면 정말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책과 전시, 디자인, 일러스트, 신간, 클래스 관련 자료가 모두 다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행 사진과 개인 정보가 모두 노트북에 있다.


물론 백업의 중요성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나 또한 일이 터진 후에 이렇게 후회하고 있다.





그래서 결론을 말하자면 내 컴퓨터는 고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정말 다행히도 데이터는 외장 하드로 옮길 수 있으며 초기화한 후에 다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완전한 정상 복구는 아니지만 이만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말이었다.


결국 나는 맥북을 새로 샀다. 애플 서비스를 다녀온 날 바로 주문했다. 컴퓨터가 없는 지금은 휴가라고 생각하고 잠시 쉬어가야 할 것 같다. 백업의 중요성을 이렇게 혹독하게 치러가며 깨달았지만, 또다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까 두렵다.


매년 나의 신년 계획 중 하나는 컴퓨터 안의 파일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매년 미뤄왔다. 2022년에도 컴퓨터 파일 정리하기를 계획으로 세웠지만 하지 않았다. 컴퓨터로 거의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직업인 만큼 미리 대처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너무 귀찮다. 이번 일을 크게 교훈 삼아 앞으로는 조금 더 쾌적한 파일 정리를 해보도록 노력해야겠다.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Instagram: @yeouulartㅣ@yeouul_illustrator

Youtube: 여울아트(Yeouul Art)ㅣ 여울여울

Website: https://yeouul.creatorlin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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