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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Yeouul Apr 23. 2024

언제나 반값 할인, 생각보다 물가 저렴한 호주 슈퍼

처음 호주에 왔을 때만 해도 호주 물가는 무조건 비싸다는 편견이 있었다. 나는 호주에서 대학 입학을 목표로 워킹홀리데이부터 시작하였다.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서라도 생활비를 어떻게든 절약해야 했었다. 그래서 쇼핑은 단연 나에게 사치였고 먹는 것도 아끼며 살았어야 했다.



호주에 도착하고 첫 몇 달은 슈퍼마켓조차 잘 가지 않았다. 영어도 힘들었고 낯선 호주에 적응하는 단계에서 나는 다소 소심하게 행동하였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했기에 장을 봐서 집에서 해 먹었으며 점차 호주 문화에 익숙해지니 생각보다 호주 물가가 비싸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호주는 뭐가 안 좋다 별로다 불평하기보단
현재 상황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걸 찾아보고
그걸 즐기는 게 내가 가진 특권이다.





호주의 대표적인 슈퍼마켓은 울워쓰(Woolworths)와 콜스(Coles)이다. 이 밖에도 IGA, Aldi, Foodworks 등이 있다. 울워쓰와 콜스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홈플러스와 이마트 같은 대형 마트인데 그만큼 규모가 크진 않다. 호주의 마트 상권은 우리나라와는 매우 다르다. 우리나라에는 동네마다 슈퍼가 있고 웬만한 걸 다 파는 편의점이 어디에나 있지만 호주에는 우리나라처럼 동네 슈퍼의 개념이 없다. 편의점은 정말 급할 때 필요한 물건을 사는 정도이며 외곽으로 나가면 거의 주유소와 함께 있는 형태이다. 대신에 울워쓰와 콜스 같은 대형 마트가 지역마다 있다.



호주에 처음 왔을 당시 2013년 환율은 1,400원 정도였으며 호주 물가가 비싸다는 소리를 하도 들어서 뭘 사는 것 자체가 겁이 났다. 그런데 막상 마트에 가보니 생각보다 채소나 과일 가격이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그리 비싸지 않았다. 그 이후 마트에 더 자주 가게 되었고 낯선 외국 제품을 구경하는 데에도 재미를 들였다. 그렇게 마트를 다니다 보니 언제나 반값 할인 행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샴푸, 세제, 시리얼, 과자 등 주기적으로 반값 할인 행사를 많이 한다. 이번 주에는 A 브랜드의 세제가 반값이면 다음 주에는 B 브랜드의 세제가 반값을 한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울워쓰에서 A 샴푸가 반값이면 다음 주에는 콜스에서 A 샴푸가 반값을 한다. 규칙적인 패턴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로 반값 행사하는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울워쓰와 콜스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가면 반값 할인 카테고리가 따로 있을 정도로 행사가 매주 있으며 정기적으로 품목을 바꿔가며 한다.





세제와 샴푸 같은 생필품은 제값 내고 산 적이 한 번도 없다. 매주 할인하는 제품이 있기에 다 떨어져 갈 때쯤 미리 사서 쟁여둔다. 그리고 이마트 노브랜드처럼 호주 마트에도 자체 브랜드 생산 제품이 있어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울워쓰에는 울워쓰 브랜드가 있고 콜스에는 콜스 브랜드가 있다. 호주 물가를 가늠할 수 있게 내가 자주 구매하는 울워쓰 자체 브랜드 상품과 가격을 아래 적어 보았다.



< 2024년 4월 19일 가격 및 환율 기준 >


우유 2L : $3.10 (약 2,750원)

참치 185g : $1.80 (약 1,600원)

베이컨 1kg : $13.20 (약 7,950원)

슬라이스 치즈 500g : $4.25 (약 4,180원)

삼겹살 1kg : $21 (약 18,600원)





호주 마트는 저렴한 자체 브랜드 상품도 많을뿐더러 세일 상품도 많아서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물가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보통 1+1이나 2+1 같은 행사가 많지만, 호주 슈퍼는 10%~50%로 세일을 한다. 채소도 무게 단위로 구매할 수 있어 필요한 양만큼 살 수 있다. 한국에서 자취하는 친구들이 말하기를 집에서 해 먹는 것보다 사 먹는 게 낫다고 한다. 된장찌개 한번 해 먹으려면 채소를 묶음으로 사야 하기에 재료가 남아 냉장고에서 썩는다고 한다. 호주 마트에서는 감자 두 개, 고추 한 개, 애호박 한 개 이런 식으로 무게 단위로 살 수 있어 재료를 낭비할 일이 적다.





호주는 항상 한국보다 느리고 서비스가 좋지 않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코로나의 여파 때문인지 호주에도 온라인 쇼핑과 배달이 점차 발달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20만 원 정도는 구매해야 배달비가 저렴했는데 요즘에는 콜스에서 $50(한화 약 44,250원) 이상 주문하면 월, 화, 수, 목요일에는 배달비가 $2(한화 약 1,770원)이다. 장 보러 가는 시간과 주유 값을 생각하면 저렴한 가격이다.



호주 마트는 주류도 배달해 준다. 온라인에서 주류 할인 행사도 많이 한다. 이미 할인된 상품에 10~20% 쿠폰 적용도 가능하다. 그래서 때론 면세점보다 싸게 살 때도 있다.





내가 처음 호주 왔을 당시 2013년만 해도 호주 물가가 굉장히 비싸다고 느꼈었다.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외식비나 교통비는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비쌌지만, 마트 할인 행사를 잘만 이용하면 한국보다 저렴한 것도 많았다.



호주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트 이용은 필수겠지만 호주에 여행 오는 사람들에게도 마트는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될 수 있다. 나는 해외여행을 다닐 때마다 그 나라의 시장이나 마트를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구할 수 없는 그 나라의 식재료나 커피, 차 등을 기념품을 사가면 좋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에 갈 때마다 자주 사가는 품목을 공유해 보겠다. 일단 너무나 흔히 아는 영양제는 넘어가겠다. 나는 주로 식재료나 차를 많이 사 간다. 해외여행 경험이 많은 우리 부모님은 동남아 음식을 좋아하신다. 인도나 태국, 말레이시아 카레 페이스트를 몇 번 사 갔었는데 현지에서 먹는 맛과 비슷하다며 굉장히 좋아하셨다. 호주에는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기 때문에 동남아 식재료를 구하기가 쉽다.






커피나 차도 종류가 많으며 맛있어서 기념품으로 사 가기에 적합하다. 할인하는 타이밍만 잘 맞춘다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건 Robert Timms Coffee Bags(아래 사진)이다. 티백처럼 되어 있어 우려먹는 커피로 간편하며 맛있다. 기념품으로 사 갔을 때 호응도가 상당히 높았다. 세일도 자주 한다.





이 밖에도 개인 선호도에 따라 베이킹이나 외국 식재료, 과자, 초콜릿 등 다양한 제품이 많으니, 호주에 여행을 간다면 호주 마트를 자세히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호주에 산 지 10년이 되었지만, 항상 사 먹는 것만 사 먹기 때문에 가끔 호주 마트에 가면 이런 게 있었나 싶기도 하다. 내가 '호주살이의 위안' 브런치 매거진에 올린 글에서 몇 번이고 언급하는 말이지만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익숙한 것도 좋지만 가끔은 새로운 시도도 해봐야 한다.



호주는 뭐가 안 좋다 별로다 불평하기보단 현재 상황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걸 찾아보고 그걸 즐기는 게 내가 가진 특권이다. 이것을 잘 활용하여 호주에서의 삶을 좀 더 슬기롭고 즐겁게 사는 게 내가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다.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Instagram: @yeouulart@yeouul_illustrator

Youtube: 여놀자(yeonolja)여울여울

Website: https://yeouul.creatorlin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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