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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Yeouul Jan 05. 2023

새벽 3시에도 먹을 수 있는 호주 야식 HSP

감자튀김 위에 케밥 고기가 올려진 HSP

나는 현재 호주 멜버른에 살고 있다. 호주에 산지도 벌써 9년이 다 되어 간다. 꽤 오랜 기간을 살았는데 내가 그동안 이 흔한 HSP를 모르고 살았다는 게 너무 충격이었다.



작년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시간이 늦어져 식당은 문을 닫고 우리는 이 흥을 이어 갈 다음 장소가 필요했다. 호주는 클럽을 제외하고는 늦게까지 하는 술집이 거의 없다. 모두 10~12시쯤에 마감한다. (시티에 있는 한식당은 늦은 새벽까지 하는 술집이 있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술을 먹다 보니 아쉬움이 남아 친구네 집에 가서 한 잔 더 하기로 했다.



간단하게 맥주와 안주를 사야 했다. 그런데 시간은 이미 너무 늦었고 슈퍼와 식당은 거의 다 문을 닫았으며 주류판매점에서 맥주도 겨우 구했다. 이때 한 친구가 늦었으니 HSP를 사가겠다고 했다.



HSP?




hsp




뭔지 모르겠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나는 그저 동의했다. 친구네 집에 옹기종기 앉아 맥주와 HSP를 먹었다. 처음 보는 HSP의 비주얼은 나쁘지 않았다. 두툼한 감자튀김 위에 케밥 고기가 올려져 있고 위에는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켜고 아무 생각 없이 HSP를 한 점 먹었는데 신세계였다.



나는 너무 놀라서 '이게 뭐야? 너무 맛있는데!' 하고 물으니 친구들은 오히려 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HSP는 호주에서 너무나도 흔한 음식이었다. 예로 들면 우리나라에서 9년을 살면서 순대를 못 먹어 본 느낌이랄까?




샐러드를 올린 hsp




알지 못해서 경험할 수 없는 거고 찾아보지 않으니 알 수 조차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이후 거리를 걷다 보니 HSP 가게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HSP는 호주에서 인기 있는 패스트푸드이며 주로 가게가 작고 테이커웨이 전문점이 많다. 호주에서 HSP를 먹으려면 케밥 가게를 찾으면 된다. 케밥 파는 곳에 가면 HSP도 함께 판매한다. 그리고 늦게 열고 늦게까지 하는 곳이 많다. 새벽 4시까지 문을 여는 곳도 있다.



친구네서 처음 HSP를 맛본 후 나는 이 맛에 끌려 매주 HSP를 사 먹었다. 감자튀김 위에 올라가는 고기는 치킨과 양고기가 있으며 섞어도 되고 한 가지만 선택해도 된다. 소스 종류는 다양하고 취향대로 2~3개 섞을 수 있다.




hsp와 피자 (꿀조합)




우리 집에서는 걸어서 5분 거리에 HSP 맛집이 있다. 자정에 야식을 먹기 위해 남편과 밖에 나왔다. 빛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는 희미한 가로등만 드문드문 있을 뿐 거리는 어두컴컴했다. 어두운 길 한가운데에 밝게 빛나는 불은 이 가게 하나뿐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가게에 도착하니 앞에는 차로 가득했고 많은 사람이 주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걸까. 야식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던가 기다리던가 둘 중에 하나였다. 우리는 주문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가게 앞에 서서 기다렸다.



25분 정도 기다리니 우리가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차는 계속 가게 앞에 멈춰 섰고 주문은 이어졌다. 하긴 생각해 보면 호주에서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야식을 사 먹을 만한 곳이 마땅히 없다.



이걸 왜 이제 알았을까. 이렇게 가게가 많은데.




hsp와 맥주




가끔은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시도해 보자. 모두 알고 보면 나 자신에게 속고 있는지도 모른다. 계속 겪다 보면 더 좋아하는 걸 찾을 수도 있다.



남편과 나는 뒤늦게 알게 된 HSP 맛에 현혹되어 매주 사 먹다가 어느 순간 끊었다. 야식으로 먹기 좋은 HSP를 습관처럼 밤에 사 먹다 보니 점점 살이 불었다. 기름에 튀겨진 감자튀김과 고기 위에 진하게 올라간 소스는 그야말로 칼로리 폭탄이었다. 여전히 나는 HSP를 좋아하긴 하지만 가끔 생각날 때만 사 먹는다.



호주에 산 지 9년이 다 되어가지만 호주에서 경험하지 못한 게 수도 없이 많다. 알지 못해서 경험할 수 없는 거고 찾아보지 않으니 알 수 조차 없다.




hsp와 피자 (꿀조합)




그런데 바쁜 삶에서 새로운 시도를 적용하는 게 쉽지는 않다. 이전에 경험하지 않은 걸 하려면 익숙하지 않은 다른 에너지가 소비된다. 그렇게 소비된 에너지는 좋은 감정을 만들 수도 있고 실망과 짜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우리가 식당을 방문하기 전에 후기와 블로그를 찾아보는 것도 이와 같은 원리이다. 맛있는 식사를 하기 위해 내 돈 내고 가는 건데 맛없는 식당에 방문하여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식사를 하게 되면 얼굴을 찡그리며 부정적인 말을 내뱉게 된다. 안 그래도 피곤하고 귀찮은데 새로운 걸 시도할 바엔 아는 맛집을 찾아가던가 증명된 곳을 방문한다.




hsp




세상에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게 수도 없이 많다. 어차피 이 모든 걸 다 알고 경험하기에 인생은 너무나도 짧다. 기회가 있을 때 낯선 도전도 해보고 재미를 찾아가는 게 인생의 묘미이다. 다 알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가끔은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시도해 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내가 선호하는 식당, 내가 즐기는 여행 스타일, 쉬는 날 내가 하고 싶은 것 모두 알고 보면 나 자신에게 속고 있는지도 모른다. 계속 겪다 보면 더 좋아하는 걸 찾을 수도 있다.



2023년에는 내가 좋아하는 게 어떻게 바뀔지 기대된다.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Instagram: @yeouulart@yeouul_illustrator

Youtube: 여울아트(Yeouul Art)여울여울

Website: https://yeouul.creatorlin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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