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짠하고, 너무나 현실적인 드라마 이야기.
위에서 누르고,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아찔한 외줄 타기 인생.
그래도 버텨보는 거지 뭐!
/
[ ⓒ 여울LEE / 식탁 _ 독백 혹은 하소연의 공간 ]
익숙한 삶의 루틴처럼,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출근 준비를 하는 남자.
넥타이를 만지는 손 끝과, 거울에 비친 표정에선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확고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김낙수'.
대기업 25년 차 부장으로, 서울 한복판
아파트에 자가로 지내며.
현명한 아내와, 똑똑한 아들을 둔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다.
겉 보기엔 부족함 없어 보이는
안락한 삶 같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성공을 향한 야망'을 뜨겁게 품고 있는 그였다.
.
.
어린 시절.
공부를 잘했던 형에게 가려져,
언제나 무엇을 해도 2등의 자리를 지키게 됐었고.
이런 과정 속에서
낙수의 끓어오르는 열등감과 자격지심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의 그가 되게끔
만들어 준 하나의 원동력이 된 셈이었다.
매일 숨 쉬듯 치열함이 차오르는 사회 속에서,
성실함과 끈기로 얻게 된
'대기업 부장, 서울 자가 아파트'는.
남들에게 보여주고 인정받기 좋은
'낙수의 인생 엠블럼'으로 존재하게 됐다.
그러나 영원히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낙수에게도 위기는 서서히 찾아오고 있었다.
위에선 누르고, 밑에선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 사이에서 자신의 입지가 점점
위태롭게 좁혀짐을 매 순간 느끼게 된 것이다.
'누구나 겪게 되는, 딱 그 나이대니까.'라고
마냥 생각하기엔 무섭고 두려웠던 이유는,
인사 정리 후보 부동의 1순위였던
만년 과장, 입사 동기 허태환이 결국 회사에서
좌천되어 섬으로 떠나야 하는 현상을
바라보게 됐었기 때문이다.
[ ⓒ 여울LEE / 두려운 맨홀 속, 가득 찬 현실 ]
"나 좀 도와주라. 낙수야."
어느 날, 허름한 차림새로 회사에 나타난 태환.
낙수는 그런 태환의 모습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안쓰러운 마음이 컸기에 한 마디 건넨다.
"밥은 먹었냐."
근처 식당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둘.
태환은 자신의 좌천된 인생의 어려움에 대해
넋두리하듯 털어놓으며, 자신을 다시 회사로
돌아올 수 있게 힘써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냉혹한 진실' 뿐.
함께 일하던 팀원들이 자신들의 진급도 포기해가며
지켜줬었던 태환의 자리는, 이제 그 어디에도 없음을
낙수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태환은 더없이 냉정한 낙수를 보며
"너 임원 되겠다. 인마." 라며
좌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각자의 길로 향했던 오후.
태환이 삶을 포기하는 행위를 실행하여
병원에 실려가게 되자, 회사는 이내
발칵 뒤집혀버렸다.
사건이 언론에 새어나가지 않게 하라는
지시를 받은 낙수는, 쓰린 마음을 간직한 채
입원해 있는 태환을 찾아갔다.
낙수는 골프 접대 때 홀인원 되어
자비로 구매했었던 금 골프공을
위로금이라 생각하라며 태환에게 건넸고.
오랜 시간 이어져왔었던 그들의 관계는
그렇게 끊어져버리고 말았다.
어두운 맨홀이 상징하는 우리의 현실.
언제고 덮쳐올 상실과 좌절 앞에
주저앉지 않을 이, 그 누가 있을까.
[ ⓒ 여울LEE / 인생도 홀인원 같았으면! ]
[ ⓒ 여울LEE / 물들어가는 밤, 외로움에 기대어 ]
생각처럼, 마음대로 이어지지 않는 삶.
이런 상황 속에서 낙수의 아들은
낙수가 추천했던 자회사 서포터즈 보다,
스타트업 회사에 들어가겠다는 의견을 내세우며
낙수와의 갈등을 고조시켰다.
또, 아내 역시 이제 더 이상 전업주부가 아닌
노후를 걱정하며 배움의 길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내보이자 낙수는 "꽃꽂이나 해" 라며,
아내의 가슴에 대차게 비수를 꽂아버렸다.
결국, 좋은 취지로 외식하러 갔던 식당에서
아내와 아들은 음식을 뜨지도 않은 채,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남겨진 낙수는
외로움을 한 잔, 두 잔.
그렇게 넘겨갔다.
답답한 마음을 기댈 곳 없던 낙수는
주변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려 봤지만, 결국
그가 행했던 곳은 불이 꺼진.
아무도 없는 회사였다.
그에겐 회사가 전부였고, 자신 그 자체였으며
마음을 둘 수 있는 안식처라고 느껴졌다.
난 이 장면을 보며, 가장 많이 공감했었는데.
우리가 고작 지켜내고자 하는 건
저 자리.
저 책상과 의자가 있는 한 칸짜리
자신의 자리일 뿐인데.
그 자리엔 자신의 인생 그 자체와, 노력한 시간들.
그리고 앞으로 지켜갈 미래가
짙게 배어있기 때문에 더욱 절실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여울LEE / 각자의 삶이, 배어있는 자리 ]
그날 밤.
낙수는 불이 꺼진 깜깜한 회사에서
팀원들을 위해, 남은 일을 마저 검토하며
조용히 씁쓸하게 하루를 넘겨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예상치 못했던 큰일이 터져버렸고,
낙수는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라이벌인
도진우 부장에게 소식을 전해 듣는다.
영업 부서에 폭풍이 거세게 들이닥친
난리통 속, 결국 상무에게 불려 가는 낙수.
낙수의 넋이 나간 얼굴 위로
두려움이 잔뜩 깔려 있어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낙수의 인생은 과연, 어떻게 흘러갈까.
그의 '자리'는 지켜질 수 있을까.
/ 이번화에서는 최근 리얼한 현실 공감으로
작품을 풀어낸, [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에 대한 리뷰를 담아봤습니다.
앞서 태풍상사 드라마 후기를 올렸었는데,
그 시점과 비슷하게도 이 드라마가 시작되었고.
우리의 인생, 혹은 삶과 너무나 가깝게
와닿는 내용들이 많았기에
리뷰 전문가는 아니지만 :)
이번화 작업으로 담아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드라마에서 낙수가 지닌
자격지심과 열등감이 끊임없이 나오는데.
저는 오히려 그 모습들이 귀엽게(?)
느껴졌었답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고급 서울 자가'에 살고 있는
라이벌 도 부장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그가 사용하는 브랜드의 가방을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구매해 버리는 등.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낙수의 장면들이
꽤나 직관적으로 표현되어 시선이 갔었습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허구나 상상보다는
우리 주변 누구에게서나 볼 수 있는
현실적인 현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많은 공감대를 끌어내는
강점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제가 곧 낙수일 수도,
여러분 중 누군가가 낙수일 수도 있지만.
주어진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언제고 우리가 지켜내야 하는 것들이
더욱 단단하게 뿌리내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의 자리엔
어떤 것들이 배어있나요? :^)
그럼 다음화에서 또 만나겠습니다. ( ദ്ദി ˙ᗜ˙ ) ♬
[ 오늘의 삽화 ] 서울 자가 대기업 김부장 후기
ⓒ 여울LEE
+그림 제작 과정 :)